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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언 세 달 만에 글을 씁니다. 

서울과의 원정 경기 이후 경기장에는 계속 찾아 갔었습니다. 

심지어 대구 원정도 갔다 왔고요 ㅋㅋㅋㅋ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대구까지 다녀왔습니다. 시즌 전엔 생각지도 않았던 일인데... 

이번 시즌 시작하면서 직관 갔다온 경기는 모두 리뷰 글을 써야지!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리뷰를 쓰기 위해 경기를 다시 볼 엄두가 나질 않았습니다. 그리고 새 감독인 유상철 감독이 왔으니 전술이 자리 잡는데 시간이 걸릴거라 생각해서 일부러 쓰지 않은 것도 있습니다. 근데 아직도 자리를 잡고 있네요 핫핫핫핫핫;;;;;;

 

그래서 이번 경기도 그냥 넘기려 했는데 이번 경기만큼 최근에 부조화가 생긴 경기가 있나 싶어 여러가지 저의 생각을 남겨보고자 합니다. 그래서 그동안 작성했던 형태의 경기 리뷰라기보다는 그냥 푸념 정도로 보시면 되겠습니다. 경기는 여전히 다시 볼 엄두가 안 나서 최대한 어제 현장에서 느꼈던 점 위주로...

 

 

중원의 참패가 경기의 모든 것을 결정지었다

 

사실 어제 경기는 뭐 크게 다른 얘기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냥 중원 선발 구성, 기초 빌드업 세부 사항부터가 잘못되어 먹었고 거기서 이미 끝났습니다. 어제 선발 라인업으로 최성근 한 명 못 이기고 다 내줬다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사리치가 어제까지만 해도 과연 이적을 앞두고 뛸까 말까 얘기가 있었지만 인천 선수들같이 개인 능력으로 탈압박이 불가능한 선수들에게는 사리치가 문제가 아니라 최성근이 문제입니다. 

 

일단 어제 중원 선발 구성은 최범경 박세직을 중앙에 두고 그 위에 문창진이 마무리단계까지 연결해주는 형태였습니다. 여기서 문제는 하필 수원은 염기훈이 빠졌다는 것이고, 그 결과 더욱 이임생표 압박이 잘 먹혀들어갔다는 점입니다. 최범경, 박세직은 압박이 강하게 들어가면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 그동안 보여주어 왔습니다. 박세직은 볼 다루는 기술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중앙에서 빠른 템포가 요구될 때 버거워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왔고, 최범경은 유스 시절만해도 이니에스타라는 별명도 있었지만 프로 단계에서는 아직 압박이 들어올 경우 급한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결국 이 둘로부터 제대로 볼이 전방으로 연결되지 못한 것부터 인천의 공격은 문제였고, 첫 번째 실점도 빌드업이 제대로 되지도 않았지만 전방으로 우겨넣다가 턴오버나고 역습으로 실점먹었죠. 또한 이 둘부터 꽉 막혀서 문창진은 제대로 볼을 잡아보지도 못했습니다. 

 

더군다나 기초 빌드업 세부전술도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수원이 지속적으로 전방에서 3명을 1대1로 맨마킹 붙여서 압박하는데 꿋꿋하게 최후방이 플랫3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미드진이나 수비진에 빌드업 잘하는 선수가 있으면 그 압박 역이용할 수도 있죠. 근데 인천이 그런 선수가 있는 것도 아닌지라 결국 어쩔 수없이 볼을 받아주기 위해 미드진이 한 명 더 중앙 수비 옆 측면으로 내려옵니다. 그러면 그 결과로 어떤 일이 발생하냐? 중원이 다 비어요. 최성근과 사리치가 아이고 감사합니다 하면서 중원 장악 하기에 너무나도 딱 좋은 상황을 만들어주었다는 것이죠. 

 

공격 단계에서는 이와 같은 문제가 있었고, 수비 단계에서도 중원, 특히 박세직이 제대로 위치선정을 가져가지 못하면서 그쪽 하프스페이스는 그냥 탈탈 털렸습니다. 수원의 초반 2골이 다 그쪽 하프스페이스가 뚫리면서 나왔죠. 더군다나 중원이 수비라인 보호 안 해주니까 김동민까지 털리고... 

 

결국 u22 선수도 아닌 선수가 전반 30분에 교체되는 희대의 장면까지... 

유상철이 요구하는 빠른 템포 축구에는 전혀 맞지 않는 선수입니다. 분명히 현재 기용 가능한 중원 자원 중에서 볼을 그나마 잘 다루는 선수는 맞는데, 감독의 전술에 전혀 맞지 않아요. 임중용 감독 대행 시절처럼 상당히 낮은 수비라인을 유지한채 중원에서 보다 볼을 간수해주면서 윙어들의 전진을 기다려주면서 공격 전개를 느린 템포로 가져가는 그런 축구에는 맞겠지만...

 

 

그나마 발견한 희망들?

 

현장에서 보면서 그나마 이 선수들이 좀 반등의 계기가 되겠구나 싶은 선수가 있었는데 명준재와 정훈성이었습니다.

 

명준재는 그냥 볼 다루는 클라스가 달랐어요. 남준재 이적 건으로 시끄러운 동안 갑자기 임대되어서 이건 무슨 프런트의 농락인가 했는데 울산전부터 보니 이 선수 선발로 일단 넣고 시작해야겠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볼 컨트롤 자체가 수준이 다릅니다. 일단 첫 터치를 보면 기본적으로 자기에게 유리하게 터치를 가져가요. 좁은 공간에서도 볼 간수가 나쁘지 않더군요. 첫 터치 이후의 드리블 선택지가 가끔씩 동료들이 없는 쪽?으로 갈 때가 있긴 합니다만 합류한지 얼마 되지를 않았으니... 또한 역습 상황에서 공수, 수공 전환 모두 제 역할을 해줬습니다. 볼 간수를 제대로 해줄줄 아는 선수가 추가되어서 일단 정말 다행입니다.

 

정훈성은 지난 4월인가 5월 전북전 교체 투입당시에 강한 인상을 주었던 선수인데, 기본적으로 정말 열심히 뛰는 게 눈에 보이는 선수입니다. 허용준은 무슨 허용준이냐 정훈성 선발로 넣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임중용 체제 이후로 거의 매경기 선발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공격 상황에서 상당히 발이 빠르고 발재간도 좋은 편이고, 독특하게도 국내에는 많지 않은 왼발을 쓰는데 오른쪽 윙이 주포인 인사이드 포워드 형 윙이라서 인상적입니다. 수비도 성실하게 참여하는 편이라 점점 필수적인 자원이 되어가고 있죠. 문제는 그동안 열심히 뛰는 것에 비해 결실이 없었다는 점이었는데 드디어 첫 골을 넣었습니다. 2선에 스코어러가 필요했는데 정훈성이 계속 터져준다면 그것만큼 고마운 일도 없을 겁니다.

 

 

현 상황에서 베스트 11은 어떻게 구성되는 것이 좋을까

 

임은수가 시즌아웃되고, 이우혁마저 부상으로 아웃된 상황에서(몇 경기 이내로 돌아올 확률이 크긴 하지만) 박살난 중원에 대한 답 찾기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사실 이 둘이 정상적인 상황이라 하더라도 문창진이 상대 수비라인과 미들라인 사이의 공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문창진 아래에서 볼을 간수해주고 투입해줄 선수가 없던 상황이라 영입이 절실한데, 그나마 정상적인 선수마저 부상으로 아웃되어 버렸으니 답답한 현실입니다. 

 

사실 그간 선수들 부상이 너무 많아서 문제를 하나로 단정짓지를 못하겠습니다. 대구전을 기점으로 해서 문창진이 좀 2선에서 스코어러 역할도 해주고 전개 역할도 해주나 싶었는데 얼마 안가서 부상당하고, 제주전을 기점으로 해서 이우혁이라는 자원이 급부상했는데 또 4경기 나오고 부상당하고, 이젠 임은수까지 시즌아웃이라 어떤 문제가 있으니 이렇게 해결해보자!가 쉽게 나오질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역시 상대의 압박을 벗겨내고 위험지역으로 볼을 투입해줄줄 아는 중원 자원의 부재로 생각됩니다. 뭐 이건 영입을 통해서 해결해야할 문제인지라 하루빨리 인천 프런트가 제대로 일을 해주길 바랄 뿐이고...

 

현재 스쿼드 내에서 어떻게 해결해볼 수 있는 문제점을 생각해보면, 일단 기초 빌드업 과정에서 탈압박 및 횡적 전환이 전혀 안 되는 중원 자원들로 인해 상대의 압박에 취약하다는 점이 있었고 이로 인해 미드필더들이 자꾸 자기 자리를 비우고 아래로 계속 내려와야 했다는 점. 그 과정에서 풀백들을 지나치게 올리면서 역-역습에 매우 취약한 팀이 되었다는 것이 있겠고요. 두 번째는 결국 정상적인 빌드업이 안 되니까 롱볼을 활용하는데 이 과정에서 또 무고사가 쉽게 고립이 되는 점.. 세 번째는 어떻게든 롱볼이나 역습으로 상대 진영까지 가서 찬스를 만들지만 대부분 박스 밖 찬스들이고 2선에 스코어러가 없었다는 점. 네 번째는 6월부터 그나마 중원 자원들이 교체되면서 안정감은 생겼지만 지속적인 압박으로 전반과 후반이 완전히 달라져버렸다는 점..그 와중에 2선에 스코어러가 없어서 넣을 거 못 넣다가 후반에 쳐맞았다는 점. 뭐 이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하나하나 해결점을 생각해보면 첫 번째 문제에 대해선 최근 중원 자원들을 좀 바꿔보면서 완전히 해결은 안 되어도 약간씩 좋아져오고 있긴 했습니다. 제주전때 이우혁이 기용되면서 적어도 역-역습 과정에서 안정감은 생겼고 전환도 좀 좋아졌죠. 지난 울산전때는 리그 데뷔한 이제호-김강국도 충분히 좋은 모습을 보였습니다. 지언학도 중원에서 지속적인 움직임을 통해서 패스길 만들어주고 전개하는 데 무리가 없음을 보여주기도 했죠. 일단 이 점은 좀 다행입니다만...어제처럼 또 박세직과 최범경을 같이 기용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2미들 위주로 간다고 보면 적어도 둘 중에 하나만 써야지 둘 다 같이 쓰면 압박에 매우 취약해져서 중원이 없는 꼴이 됩니다. 

 

그러나 아직 빌드업과 페네트레이션이 수월하지 못한 상황에서 풀백을 양 쪽 다 공격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맞는 일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김진야는 볼 전진 능력이 있어서 공격적으로 활용할 만한 가치가 크지만, 오른쪽 선수들 정동윤, 김동민이 공격 상황에서 유의미한 모습을 보여서 공격적으로 활용해도 되는가에는 의문이... 차라리 한 쪽 풀백이 볼을 받으러 좀 아래에서 위치해 있어도 되지 않나 싶긴하거든요. 중원이 비고 양 풀백이 공격적으로 올라간 형태는 역습에 취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팀 사정상 골고루 애매한 선수보다는 한 능력치라도 더 높은 선수가 있다면 그 선수를 기용하는 게 맞다는 의견이고, 수비력 몰빵이라 현재 전술상 안 맞긴하지만 수비력은 그래도 오른쪽 풀백들 중에 좋은 편인 곽해성을 수비형 풀백으로 쓰는 게 어떨까 싶긴 합니다.

 

두 번째, 롱볼 문제는 무고사가 전형적인 타겟맨이 아니지만 골을 넣는데에는 또 제일 필요한 선수라 딜레마가 발생합니다. 간단히 보면 무고사를 받쳐줄 선수가 없어요. 그렇다고 2선 선수들이 침투에 특화된 선수들이 많은 것도 아니고... 그래서 이를 해결하려고 경남전에선 역으로 무고사를 수비 라인과 미들 라인 사이에서 미끼로 쓰고 하마드가 박스 안에서 어그로를 끄는 모습도 보였는데 뭔가 선수 능력치에 비하면 좀 안타까운 전략이긴 합니다. 신기하게도 롱볼 위주의 공격 전개에서는 지언학이 더 맞는듯한 느낌도 주었죠. 무고사와 지언학이 같이 기용되었던 강원전에서도 두 선수가 모두 압박도 좋았고 전개도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비록 전반만 압박이 잘 통하면서 후반엔 무너졌지만...

 

세 번째 문제는 김호남의 가세, 정훈성의 첫 골로 좀 해결될 것 같긴 한데 김호남 선발 투입 이후를 지켜보고 싶습니다.

네 번째 문제도 결국은 골을 넣을 때 못 넣어서 생긴 문제, 그리고 압박 수위 조절문제라고 보기 때문에 이것도 지켜봐야 할텐데 압박 수위 문제는 또 울산전 이후로 살짝 괜찮아진 느낌도 듭니다. 

 

개인적으로 수비 전략 자체는 울산전 전략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데, 지나친 압박을 자제하고 1차적인 압박 후에 바로 442를 기준으로 수비 대형을 조금 낮은 위치부터 갖춰나갔죠. 그 과정에서 오른쪽은 풀백이 전진을 좀 자제하면서 윙어가 윙백처럼 뛰어주고, 왼쪽은 협력 수비 위주였던 기억이 납니다. 

 

울산전 때 수비 전술에서 받은 느낌. 왼쪽은 풀백, 미들, 윙어의 협력 수비. 오른쪽은 풀백이 좀 더 중앙 수비와 간격을 좁히고 오른쪽 윙이 윙백처럼 상대 풀백 대인 마크

아래는 현재 사용 가능한 자원 아래에서 한 번 상상해본 공격 전술입니다.(부노자는 부상 복귀 가정. 나머지는 아직...) 

공격 전술 1: 오른쪽의 직선적 활용. 곽해성을 높이 올리지 않고 낮은 위치에서 중원 숫자 싸움 가담 용으로 활용. 명준재나 주종대가 윙백 역할처럼 오른쪽 측면 활용. 반대편은 김호남이 인사이드 포워드 형태로 움직임. 
공격 전술 2: 정훈성 활용. 곽해성을 보다 내려서 상대 역습 커버. 김호남, 정훈성이 인사이드 포워드 형태. 무고사가 2:1 패스에서 벽 역할. 활동량 좋은 이제호가 중앙과 측면 넓게 커버.

위에 언급된 선수 말고도 더 넣었으면 하는 선수들이 있는데 김강국의 경우는 아직 어떤 선수라는 걸 잘 파악하지 못했기도 하고... 뭐 그렇습니다.

 

여튼 위의 공격 전술 상상도는 빌드업을 좀 더 이렇게 하면 수월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이상적인 의견이고, 롱볼을 쓴다고 하면 또 다른 선수와 포지션을 쓰는 게 맞다고 봅니다. 

 

울산전 때 R리그에서 뛰는 선수들도 넣고도 잘해주어서 깊은 감명을 받았는데 수원전에는 정작 1군이라고 지칭하는 선수들 넣고도 너무 힘든 경기를 해서 실망이 컸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냥 제로베이스로 보고 모두가 다음 경기에 뛸 수 있다는 가정을 선수들이나 감독, 코칭스탭들이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주종대가 벤치도 아니고 뜬금없이 관중석에 있어서 안타까웠습니다. 울산전 때 저렇게 잘했던 선수가 왜..? 이제호는 울산전 때 부상으로 교체 아웃되어서 경미한 것이라도 이번 경기는 못나오겠다 싶긴 했지만... 김강국은 또 왜 벤치에 있으며 하는 생각들이 어제 현장에서 들었네요. 여튼 서울전, 그리고 그 다음 경기들 좀 잘 준비해서 경기력만 갖고 오지 말고 승리를 가져왔으면 좋겠습니다.

and

서울 0 - 0 인천
득점: -

양 팀 선발 라인업
서울(3-5-2): 양한빈; 오스마르, 김원식, 황현수; 고광민, 알리바예프, 정현철, 조영욱, 고요한; 페시치, 박주영
인천(4-2-3-1): 정산; 김동민, 부노자, 김정호, 곽해성; 박세직, 임은수; 이준석, 하마드, 정훈성; 김보섭

최근 잘 나가다가 fa컵 원정에서 거의 2군으로 나온 강원에게 패배한 서울과 5연패 이후 감독 경질과 더불어 fa컵에서마저 탈락한 인천이 상암에서 맞붙었습니다. 

인천은 안데르센 감독과 함께 초반 2경기만 해도 승승장구할줄 알았으나 계속된 부상자 속출 및 수비 불안으로 심각한 경기력을 보였습니다. 울산전에서 결국 대패를 당하며 안데르센 감독과 작별한 인천은 레전드 임중용을 감독 대행으로 올리며 수습에 나섰습니다. 

임중용 감독 대행은 청주와의 경기에 2군을 내보내 승리를 거두진 못했으나 포메이션 변화를 예고했습니다. 안데르센 감독이 보여주던 433 내지 4141 하에서 보이던 수비 불안 문제를 해결하고자 4231로 포메이션을 변경했습니다. 청주와의 경기에선 답답한 공격을 보였으나 그간 경기력을 생각하면 필요한 변화로 보였는데 그 테스트 상대는 하필 잘나가고 있던 서울이었습니다. 


'끈끈한 인천'을 되찾아 가는 것인가?

우려와는 달리 인천은 서울을 상대로 상당히 훌륭한 수비 조직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서울은 현재 백스리 시스템 기반의 강한 수비력과 함께 빠른 역습을 통한 경기력을 선보이고 있죠. 그 과정에서 양 윙백의 움직임과 투톱 및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가 번갈아가면서 하프 스페이스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측면에서 윙백, 톱, 미드필더 3인의 활발한 움직임을 통해 상대가 하프스페이스를 놓치게끔 만들죠. 

이에 대비해 인천은 상당히 낮은 위치에서 본격적인 압박을 시작하면서 라인을 내리고 상대가 올라오기를 기다렸습니다. 수비 국면 하에서 인천의 세부 전술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백포라인을 구성하는 4명의 선수들 간의 간격을 극단적으로 최소화
-서울의 양 윙백은 인천의 윙들이 대인마크
-백포라인 바로 위에선 임은수, 박세직이 지역 방어 형태로 백포라인과 상당히 간격을 좁혀서 수비
-김보섭은 황현수의 전진시 패스길 차단하고 하마드는 정현철 대인마크

 

(JTBC/서울의 볼 전진에 따른 단계별 수비 장면들)
(JTBC/임은수의 수비 위치: 공간 위주의 압박을 가져가며 패스길만 차단하는 임은수)


이런 식으로 인천이 극단적으로 박스 주변과 하프스페이스를 차단했기 때문에 서울은 후방에서의 점유만 높아졌고, 횡적 전환을 수차례 시도했으나 박스 안에서 볼터치를 가져가기엔 부족했습니다. 

특히 인천의 양 윙들이 상대 윙백을 계속 쫓아서 깊은 지역까지 내려왔기 때문에 2미들의 수비 자세와 커버가 매우 중요했습니다. 전반적으로 2미들의 수비 자세를 보면 상대가 하프스페이스를 넘어 중앙 지역으로 볼을 투입하기 직전에 약간 거리를 두고 몸은 대각선으로 중앙 지역으로의 패스를 차단하는 각을 잡았죠. 그렇기에 서울 선수들은 쉽게 중앙을 향한 전진패스를 성공시키지 못했습니다. 어쩔 수없이 윙백들이 내려와 주게 되고 인천은 그와 동시에 전방자원+미드필더+윙의 3인 압박이 들어가게 되죠. 이러한 덕분에 서울은 계속 볼을 뒤로 돌려서 다시 처음부터 빌드업을 해야했습니다. 

후반 들어서는 서울이 서울 기준 오른쪽 측면에서 수를 좀 더 늘려주면서 전방에선 빠른 움직임을 가져갔습니다. 이 과정에서 수비 위치 선정 능력이 좀 부족한 박세직을 위주로 서울 선수들이 마크를 종종 벗겨냈죠. 하지만 이미 박스 안에서는 백포라인이 촘촘하게 버티고 있었기에 서울은 유효슛을 쉽게 만들지 못했습니다. 


고군분투했던 공격 작업...어려운 상황에서도 가능성을 보여준 이준석, 정훈성, 최범경

인천의 수비 라인 자체가 매우 낮았고 윙들까지 윙백 마크하러 깊이 내려와야 했기 때문에 전방에는 김보섭이 거의 공을 혼자 따내야하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후방에서 볼을 걷어내고 그닥 높지 않은 확률로 볼 경합을 해내는 모습이었죠. 하지만 때때로 역습 상황이 주어질 때, 즉 상대의 세트피스 이후 상황이나 어떻게든 간신히 볼이 전개될때 이준석과 정훈성은 볼을 다루는 데에 있어 번뜩이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특히 이 둘은 낮은 위치부터 계속 스프린트를 해야했던 것을 생각하면 대단한 모습을 보였던 것이죠. 

(JTBC/정훈성과 이준석에 의한 슛 장면들)


이 두 선수는 이전에 교체로 출전했을때 기대감을 불어넣었던 적이 있습니다. 이준석은 절망적이었던 주중 대구전에서 그 어린 나이에도 인천 선수들 중 혼자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정훈성은 전북 원정에서 생각지 못한 볼 소유 능력을 보여주면서 전북 수비진에 위협을 주었죠. 허용준이 계속된 턴오버를 보여주고 남준재가 계속 부상 등으로 빠지는 상황에서 볼 소유가 가능한 선수로서 기용될 필요가 보였습니다. 

한편 후반에 교체로 들어온 최범경은 수비 진영부터 최전방까지 뛰어다니며 팀에 에너지를 불어넣었습니다. 전반전 김보섭에게 향했던 롱볼이 대다수 실패로 돌아가며 하마드까지 뭍혀버렸던 것에 비하면 후반에는 서울이 더욱 공격에 치중하면서 중앙이 좀 더 열렸고 세컨볼도 인천이 꽤 따내면서 보다 박세직을 기점으로 중앙에서 출발하는 공격 횟수가 늘었죠. 물론 그간 욕 좀 꽤나 먹었던 박세직도 윙어들이 올라올 시간을 기다리면서 자연스레 템포가 느려졌기에 훨씬 좋은 모습을 보였습니다. 여튼 그 과정에서 최범경의 활발함은 수비 상황에서도 도움이 되었고 공격 상황에서 필요했던 김보섭 외의 다른 선수의 전방 침투에서 좋은 역할을 해냈죠. 덕분에 후반 끝까지 경기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게 해주었습니다.

(JTBC/박세직으로부터 출발한 공격 장면. 최범경의 침투로 인해 공격을 이어나갈 수 있던 장면)

 

 

(인천은 나의 자존심~ 나의 마지막 영혼~)

and

수원 3 - 1 인천
득점: (수원) 염기훈(pk), 타가트(x2)/(인천) 김정호

양 팀 선발 라인업
수원(4-2-3-1): 노동건; 홍철, 조성진, 구자룡, 신세계; 최성근, 김종우; 염기훈, 전세진, 한의권; 타가트
인천(4-3-3): 정산; 김진야, 부노자, 김정호, 김동민; 박세직, 양준아, 하마드; 허용준, 무고사, 김보섭

또 승리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2009년 2-1 승리 이후 10년째 빅버드에서 이기지 못했습니다. 2005년 2-0 승리는 비상 영화에 등장이라도 하지 2009년 승리는 영상 하나 없는 수준...

A매치 기간동안 수원이 잘 정비할 것이라 생각했기에 불안했는데 그대로 들어맞았네요. 반면 인천은 연습 친선 경기에서 안산을 상대로도 졌습니다. 심지어 그 날 진 중원을 그대로 들고 나왔으니 할 말이 없습니다. 아길라르는 당연하고 심지어 작년 최악으로 불렸던 고슬기조차 아무도 대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박세직 하마드 라인이 아길라르의 창의성도, 고슬기의 전진성도 전혀 갖지 못하는데 이들의 기용 방식은 그들이 있을 때와 별반 다를 바가 없어 보입니다. 


신선한 라볼피아나, 그러나 실상은...

경기 초반에 양준아가 최종 수비라인에서 빌드업을 시작하는 걸 보고 그래도 좀 뭔가 달라졌다며 기뻐했습니다. 그러나 그 신선함은 상대의 허점을 노리는 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JTBC/양준아가 한 칸 내려서서 빌드업을 시작하면서 생긴 중원의 빈공간, 상대 2미들에 묶여버린 미드진)

화면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양준아가 한 칸 내려와서 시작했을때 수원은 투톱 형태로 인천의 최종 라인의 기초 빌드업을 견제하고 442 지역 방어로 대형을 유지하면서도 김종우 최성근이 각각 박세직 하마드에 매우 가까이 붙어서 움직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인천 수비수들의 빌드업 능력을 고려했을때 3인 빌드업은 오히려 중원만 텅텅 비게 만들 뿐입니다. 양준아가 한 칸 내려온다 한들 중원에 받아줄 선수가 아무도 없으니 결국 볼은 측면으로 가게 되어 있죠. 이는 결국 후방에서의 롱볼 또는 측면 고립으로 이어집니다. 박세직이 좀 전 경기들과는 다르게 활발히 위 아래로 오가긴 했습니다만 4+2블록 사이에 껴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현재 인천에서 후방이 아닌 미드필드 지역에서 횡적 전환으로 블록을 흐트려놓을 미드진은 아무도 없습니다. 한석종은 군대 갔고 아길라르는 없거든요. 

만약에 중앙수비수나 수비형 미드필더가 창의성 있는 선수가 있었다면 2인 압박 상대로 3인 빌드업이 우위를 가져갈 수 있었을 것입니다. 과거 오스마르가 존재하던 서울이 그랬었죠. 적어도 그런 창의적인 선수가 있다면 수적 우위로 발생된 넓은 공간을 활용하도록 3인 빌드업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천은? 후방에서 창의적으로 전진패스를 넣어줄 선수가 적어도 이번 경기에선 없었습니다. 게다가 미드진이 50m지역에서 묶인 상황으로 인해 풀백들이 높이 올라가려다가도 계속 내려와서 볼을 받아주고 상대의 압박으로 인해 측면이 고립되었습니다. 그게 아니면 롱볼이었죠. 애초에 3인 빌드업 자체가 풀백을 더 높은 지역에서 활용하려는 것인데 전혀 그 목적에 맞지 않는 빌드업을 보여주었습니다. 

(JTBC/3인빌드업으로 인해 빠른 횡적 전환도 풀백의 전진도 안 되는 모습. 하마드가 더 빨리 김정호를 도와 투톱 옆 공간으로 내려섰어야 하고, 그러지 못했기에 결국 풀백이 내려오면서 측면 고립)

지난 시즌과 달라진 인천의 미드진 구성을 고려하면 3인 빌드업보다는 4인 빌드업이 효과적이었다고 봅니다. 최종 수비수 두 명이 나란히 서고 그 위에 미드진 두 명이 최종 수비수의 대각선, 상대 투톱의 옆 공간에 위치했어야 합니다. 양준아는 부노자의 대각선 그러니까 상대 투톱의 가운데가 아닌 바깥쪽에 서고 김정호의 대각선으로는 하마드가 50m지점에서 마크를 달고 있다가 김정호 쪽으로 볼이 갈 경우 바로 한 칸 위에서 볼을 받을 준비를 하면 빌드업이 아직 힘든 김정호에게 도움이 되었을거라 봅니다. 특히 상대의 2미들이 박세직과 하마드를 따라다녔기 때문에 하마드가 한가운데에 위치하다가 내려온다면 뒤늦게 따라갈 것이고 자연스레 상대 측면 자원 역시 애매한 입장이 되기에 풀백들이 상대 최종 라인과 미들라인 사이 터치라인을 밟고 있었다면 좀 더 빠른 전진이 가능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전반전 수비 문제: 김종우의 횡적 전환 견제 문제와 극복

전반전 선제골 전까지 김종우의 횡적 전환에 대한 견제가 거의 없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최종 수비진이 바로 위험에 노출되었고 라인이 금방 벌어졌습니다. 그 벌어진 공간을 전세진이 빈번히 활용했고 타가트는 공은 많이 잡진 못했어도 수비진을 흔드는 움직임을 가져갔습니다. 

(JTBC/김종우의 너무나도 자유로운 횡적 전환과 한방에 무너지는 인천의 라인 사이 간격)


덕분에 수원이 경기 초반 주도권을 잡았으나 선제골 이후 어수선한 틈을 타 동점이 되었죠. 

동점 후 인천의 수비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김종우-최성근에 대해 라인을 올리면서 밀어붙였고 이들이 쉽게 몸을 전방으로 돌리지 못하게 했죠. 그런 덕분에 20분부터 전반 종료까지의 슛 횟수가 그 이전까지의 슛 횟수가 서로 정반대가 됩니다. 

(JTBC/인천이 나은 모습을 보여줬던 때 = 김종우 전방 압박이 제대로 들어간 시간)



후반전 수비 문제: 수원의 측면 위주 공격 전개 견제 실패, 투톱 상황에서 타가트 제어 실패

후반에 왜 수원이 계속 공을 잡을 수 있었는가를 생각해보면, 일차적으로 수원이 전반과 달리 측면에 많은 숫자를 넣고 계속 움직였는데 인천은 이에 대해 전혀 대응하지 못했단 것이죠. 인천은 형태만 4141 지역방어였지 측면 전개시 허수아비가 되었습니다. 염기훈이 돌아들어가면서 홍철 돌파할 공간 만들거나 반대로 홍철의 전진을 통해 염기훈이 크로스를 올릴 상황을 만드는데 인천 측면 수비진은 가까이 붙어주질 않고 모든 패스 각을 내주었습니다. 홍철의 드리블 돌파가 두려운지 측면 뒷공간만 견제하는 자세를 취하고 정작 패스 크로스는 다 성공시켜 주었습니다. 물론 이차적으로는 인천의 수비에서 공격으로의 전환시 선수들의 위치가 너무 멀었다는 점...

(JTBC/염기훈에게 패스하십시오하고 각도 내주고 공간도 다 내주는 수비 라인)


수원은 측면 위주 전개를 통해 본인들에게 경기를 유리하게 가져왔고 결국 60분경 데얀 교체를 통해 투톱으로 전환시켜서 골을 노렸습니다. 그 결과로 타가트는 움직임만 신경쓰면 되었고 인천은 수비 하나당 한 명의 상대가 붙으면서 불편해졌죠. 전반부터 불안하던 타가트 견제는 결국 데얀 투입과 함께 터졌습니다. 

(JTBC/염기훈에게 크로스하십시오 하고 각 제대로 내준 수비진 모습과 김정호와 부노자 사이에서 상대를 속이는 훌륭한 움직임을 보여준 타가트)


그제서야 인천의 변화가 보였고 콩푸엉과 남준재 교체 이후 체력적으로 힘든 수원의 미드진을 어떻게든 공략해 나갔습니다. 콩푸엉은 아직 팀플레이에 완전히 녹아들진 않아보였어도 의외성으로 인해 수원 수비진이 조금 초반에 당황한 느낌이었죠. 그러나 80분 이후 조급함이 팀 전체에 퍼지며 서서히 무너져가기 시작했습니다. 이정빈이 들어왔으나 무언가를 보여주기엔 너무 늦었죠.  결국 타가트에게 쐐기골을 얻어맞고 다시금 빅버드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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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꽉 찼던 E석 관중석)


인천 1 - 1 제주

득점: (인천) 무고사/(제주) 이창민


양 팀 선발 라인업

인천(4-3-3): 정산; 김진야, 부노자, 김정호, 김동민; 박세직, 임은수, 하마드; 허용준, 무고사, 남준재

제주(4-3-3): 이창근; 강윤성, 알렉스, 권한진, 박진포; 이창민, 권순형, 아길라르; 김호남, 찌아구, 이은범


드디어 K리그가 개막했습니다. 이번 시즌은 인천팬으로서 나름 기대가 되는 이적시장과 함께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시즌 구단의 어떤 높으신 분의 문제로 인해 프리시즌 스타트부터 잘못되었고 이는 시즌 내내 좋지 못한 수비 집중력으로 대가를 치렀죠. 하지만 이번 겨울엔 그 분이 나가고 빠르게 팀이 정비되었습니다. 전력강화실장(해외로 치면 풋볼디렉터의 느낌...?) 이천수를 중심으로 빠르고 효율성이 높아보이는 영입이 추진되었으며 처음으로 안데르센 감독과 함께 프리시즌을 보냈죠. 


이러한 긍정적인 시즌에 대한 준비와 팬들의 기대는 관중수에 명확히 드러났습니다. 이번 제주전에 숭의 아레나 개장 이후 최다 관중을 달성했죠. 저도 14년만에 시즌권을 구매했습니다. 비록 집에서 멀어서 자주 못가기에 5경기권을 샀지만 14년만의 시즌권 구매는 흥분되는 일이었습니다. 사실 14년전엔 시즌권을 사놓고 한 번도 경기장에 가보지 못했었습니다. 그렇지만 올해는 개막전부터 직관하게 되어 기뻤네요. 경기 내용 자체의 재미보다는 많은 관중들이 함께 인천을 응원했고 그래서 더 경기가 재미있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첫 경기는 끝났고 이제 남은 시즌을 어떻게 해야 지난 시즌의 모습을 답습하지 않고 보낼 수 있을지 고민해야할 시간입니다. 1-1이라는 스코어는 개인적으로 정당한 결과였다고 생각합니다. 프리시즌에 대한 지나치게 부푼 기대를 깨버리기에도 충분했지만 동시에 이번 시즌 인천의 길이 어둡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느낌을 갖기에도 충분했습니다. 



공격 자원들의 고립으로 이어졌던 부족한 3선의 지원


현장에서 느끼기에 가장 답답했던 부분은 전환 과정에서나 일반적인 공격 상황에서나 3선의 지원 자체가 많이 부족했다는 점이었습니다. 


제주의 수비 플랜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1차적으로 양 윙들이 인천의 풀백들의 패스 선택지를 측면으로 제한(특히 이은범>김진야)

-이후 풀백들이 인천의 윙들을 대인 압박하며 그들을 낮은 위치로 몰아냄

-중앙 미드진이 압박에 가세하며 협력 수비로 인천의 볼줄기를 측면으로 제한

-공->수 전환도 측면으로 일단 상대를 몰아내는 전략


이런 상황에서 인천의 양 윙 남준재와 허용준은 고군분투했습니다. 특히 제주는 허용준이 위치한 오른쪽(제주 기준) 측면에 벽을 세웠죠. 허용준은 기본적으로 수비 2~3명을 상대해야했습니다. 


그렇기에 공격 가담 선수의 부족은 인천의 공격수들의 고립으로 이어졌습니다. 박세직과 임은수는 무게 중심을 너무 뒤로 빼고 있었죠. 임은수야 백포라인 보호 역할이어서 그렇다 쳐도 전반전 박세직은 자신의 역할에 비해 과도하게 수비지향적 스탠스를 취했습니다. 


(전반전 과도하게 수비지향적 자세를 취하며 공격 서포트를 제대로 해주지 못했던 박세직)


전반전 박세직은

-허용준이 낮은 위치에서 측면으로 몰린 상황에서 허용준 바로 오른쪽에서 전진하며 볼을 받아서 올라갈 준비가 되지 않고 아랫쪽에서 위치해있었고

-볼을 받아도 가능한 선택지 중 최고의 선택지를 고르지 못했습니다. 


그나마 후반전에는 좀 올라가긴했으나 여전히 턴오버를 보여주며 좋지 못한 서포트를 했죠. 이러한 모습이 인천의 공격이 생각보다 고립되었던 이유였습니다. 


(전환 과정에서 부족했던 3선의 지원)


(박세직이 왼발잡이인 것을 고려해 그를 측면으로 몰아버리기 위해 45도 각도로 자세를 취한 이은범. 덕분에 인천의 전환이 지연)



아직 완전치 못한 수비 간격 조정과 압박 타이밍


이번엔 수비에서 보였던 가장 큰 문제에 대해 살펴보죠. 


일단 제주의 기본적인 공격 플랜은

-4인 빌드업과 오른발잡이 권순형의 왼쪽 배치, 왼발잡이 아길라르의 오른쪽 배치를 통한 빠른 횡적 전환

-이은범이 김진야를 묶어두면서 오른쪽 측면 넓은 공간을 박진포가 오버랩

-김호남은 오른쪽의 아길라르에게 쏠린 압박을 이용해 왼쪽 하프스페이스 공간 차지 후 개인기 활용, 강윤성은 밸런스 유지

-이창민이 위아래 계속 오가며 인천 수비블록을 종적으로 찢어놓음


이런 제주의 공격 플랜에 대해 인천의 아쉬웠던 대응은

-애매하게 낮은 지역방어 수비블록을 통해 1차적으로 아길라르 견제는 작년 수비진 모습에 비해 잘 견제했다고 보지만...

-권순형을 가만히 냅두거나 잘못된 패스루트 방어 및 압박 타이밍으로 권순형의 시야 확보

-2차적으로 권순형에게 쉽게 패스를 허용한 결과 점차 벌어지는 미들라인과 최종수비라인

-그 여파로 하프스페이스에 위치한 선수에 대한 늦은 압박 타이밍


(3선의 애매하게 낮은 압박 라인. 이로 인해 권순형에게 주어진 넓은 공간)


(권순형에 대한 압박은 있었으나 팀 단위 압박이 아닌 개인 단위 압박. 이로 인해 종적으로 왔다갔다하던 이창민에게 볼이 쉽게 전달되었고 그 결과로 하프스페이스 공간에 대한 비효율적인 압박. 이창민의 마지막 패스가 좋지 못했기에 다행이었던 인천.)



특히 점차 벌어지는 수비 간격으로 인해 이창민에게 자주 중거리슛을 내준 것은 반드시 다음 경기까지 해결해야할 과제입니다. 최종 수비라인과 미들라인이 압박에 있어서 동일한 생각을 가지지 못한 것이죠. 


(후반전. 제주가 양 윙의 위치를 바꾸며 오른쪽 하프스페이스를 활용한 형태. 1차적으로 권순형에 대한 압박 타이밍이 전혀 옳지 못했고 이로 인해 벌어진 수비 간격. 이후 오른쪽으로 이동한 김호남이 풀백을 묶으며 오른쪽 하프스페이스에 공간 발생. 이후 이창민에게 공은 이창민에게 연결되고 박세직의 좋지 못한 커버가 그대로 중거리슛으로 연결.)



최종 수비라인의 수비 집중력은 긍정적


좋지 못한 압박 타이밍으로 인해 수비 간격이 벌어지는 문제가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1실점으로 잘 버텨낸 것은 최종 수비라인의 좋은 집중력 때문이었습니다. 특히 찌아구를 상대했던 부노자의 공격적인 수비가 눈에 띄었습니다. 부노자는 온종일 찌아구에게 붙어서 쉽게 몸을 골문 방향으로 돌리기 어렵게 만들었죠. 이런 모습이 없었다면 제주의 공격은 훨씬 나았을 것입니다. 


또한 김정호는 부노자의 역할과 겹치지 않고 커버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했으며 김진야는 적어도 상대와의 1대1싸움에서 쉽게 지지 않았습니다. 김동민이 좀 고생하긴 했지만 최대한 김호남의 슈팅 각도를 잘 막아내는 모습은 좋았습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수비 후 클리어런스가 좀 깔끔하지 못했다는 점이 있습니다. 때때로 클리어한 볼이 팀 동료를 때리거나 상대에게 가는 모습은 아쉬웠습니다. 



측면 공격에서 드러난 명과 암


결국 인천의 해법은 측면이었습니다. 3선의 지원이 아쉬웠던 상황에서 측면은 그래도 상대 박스 근처까지 가게 해주는 열쇠였죠. 


고립이 잦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전반전 허용준은 수비 둘 정도 달고도 하고 싶은 플레이를 꽤 보여줬습니다. 덕분에 박스 근처에 갈 수 있었죠. 남준재는 스피드가 좀 아쉽긴 했어도 몇 차례 번뜩이는 일대일 돌파나 패스를 보여줬습니다. 또한 하마드는 아직은 K리그의 압박에 적응하진 못한듯 보였으나 좋은 볼터치를 보여주며 기대를 갖게끔 했습니다. 특히 후반전이 되자 오른쪽에 치우쳐서 자신의 진가를 조금씩 드러냈죠. 남준재와의 콤비 플레이도 번뜩이는 장면이었습니다. 


동점골이 나온 페널티가 어떻게 유도되었는지 생각해보면 남준재의 얼리크로스가 시작이었죠. 남준재의 얼리크로스가 수비하기 애매한 위치에 잘 떨어졌고 허용준과 무고사가 어떻게든 만들어냈습니다. 


문제는 그 장면과 허용준 헤더슛 외에는 좋은 크로스 공격 장면이 없었다는 점입니다. 인천이 힘든 상황에서도 전진을 잘해놓고 크로스가 좋지 못해 공격이 무산되는 장면들이 꽤 있었죠. 크로스 자체도 선택이 좋지 못했지만 박스 안에서 수비를 흔들어놓을 무언가가 없었죠. 백포라인 바로 앞에 선수가 들어오기 전에 급하게 크로스를 올리는가하면 타이밍은 좋았지만 니어포스트 쪽에 아무도 없는 장면도 있었습니다. 


다른 팀들보다 한 방이 중요한만큼 크로스 공격의 정확도는 반드시 개선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아쉬운 크로스 장면.)



(무고사 동점 PK골 장면)


(아길라르를 향한 야유. 싫어서하는 야유가 아니라 무서워서하는 야유였음을... 경기 후에는 아길라르가 서포터석 쪽으로 와서 다들 훈훈하게 박수쳐주고 마무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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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알 소시에다드 2 - 1 아슬레틱 클럽

득점: (RSO) 오야르사발, 윌리안 주제/(ATH) 라울 가르시아


양 팀 선발 라인업


양 팀 감독이 바뀐 이후로 첫 바스크 더비가 열렸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이번에 바뀐 감독이 모두 B팀에서 올라온 감독이라는 것이죠. 레알 소시에다드의 알구아실 감독은 예전부터 레알 소시에다드 B팀 감독을 이끌어오고 있었고 아슬레틱의 가리타노 감독은 에이바르나 데포르티보 등 1부 감독을 맡다가 아슬레틱 B팀 감독을 맡게된 특이한 경우였습니다. 두 팀이 B팀 감독을 승격시킨 후 모두 괜찮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레알 소시에다드는 수비에 지나치게 치우치지 않는 밸런스 있는 모습이 잡히면서 무패를 달리고 있었고, 아슬레틱도 무승부가 좀 많긴 해도 과거 압박 축구의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었습니다. 


양 팀 선발에서 특이한 점을 보면, 레알 소시에다드는 평소의 베스트 11에 가까웠지만 수비진에 라울 나바스가 들어왔다는 점이 있었고, 아슬레틱은 베냣 대신에 미켈 산 호세를 넣으면서 피지컬적인 면을 강화시켰다는 점이 있었죠. 또한 데 마르코스가 어떤 이유에서인지 명단에서 아예 제외되고 대신 이바이 고메스가 오른쪽 윙 자리에 들어갔습니다.



양 팀의 수비 플랜 비교


먼저 아슬레틱 클럽의 수비 전술을 보면, 하프라인 좀 더 위 지역부터 상대를 본격적으로 압박을 시작했고 비교적 높은 수비라인을 갖췄다는 점에서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은 전략을 들고 나온 것으로 보였습니다. 상대의 기초 빌드업 상황에서 무니아인과 산 호세, 다니 가르시아가 상대의 3미들을 하나하나 대인 위주의 압박을 시행했고, 양쪽 윙인 코르도바와 이바이가 각각 자신이 위치한 측면에 공이 올 경우 풀백을 대인 방어하고, 공이 없을 경우 풀백과 미드진 사이에 애매한 위치에서 공간 중심의 압박을 가져갔죠. 이로 인해 하프라인 주위에서 팀 압박 강도가 가장 셌던 아슬레틱이었습니다. 그러나 상대가 기초 빌드업 과정을 넘어서 하프라인을 넘어오면 다니 가르시아와 산 호세는 대인 방어가 아닌 지역 방어 형태로 수비 자세를 잡으면서 최종 수비와 간격을 유지하고 측면 커버에 자주 나섰습니다.


한편 레알 소시에다드의 경우 아슬레틱과 달리, 하프라인 부근에서 부터 혹은 자기 진영에서부터 본격적인 압박을 시행했고 중간 정도에 수비 라인을 형성(bloque medio)하면서 4-1-4-1형태로 지역 방어를 시행했습니다. 백포라인 간격이 페널티 박스 좌우 간격에 다 들어올 정도로 상당히 촘촘했죠. 양 윙들도 미드진과 같은 선에 서서 수비에 적극적으로 가담했습니다. 전반적으로 상대가 일단 자기 진영에 들어오는 것을 기다리고 높게 올라오는 아슬레틱의 뒷공간을 노리겠다는 의도가 보였죠. 


(4-1-4-1 대형으로 지역방어가 이루어진 레알 소시에다드 수비진의 모습. 상하, 좌우 간격이 매우 촘촘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중원 싸움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한 레알 소시에다드


가리타노 감독이 온 이후로 아슬레틱의 공격 패턴을 보면 후방에서 다이렉트로 스피드가 빠른 이냐키 윌리엄스를 노린 공간 패스로 득점을 만들거나 아니면 후방에서 점유하다가 측면으로 볼을 주고 측면에서 풀백들과 윙들이 볼 주고받고 하면서 기회를 만드는 모습이 자주 보였습니다. 


일단 레알 소시에다드는 수비 라인을 높지도 낮지도 않게 잘 설정하면서 이냐키 윌리엄스가 침투할 뒷공간을 거의 만들지 않았죠. 그 뿐만 아니라 좌우간격도 상당히 촘촘해서, 또한 디에고 요렌테가 이냐키의 동선을 매우 잘 잡고 있어서 마크를 벗어내는 사선 움직임을 가져가도 별로 쓸모가 없었습니다. 


그러면 아슬레틱은 측면으로의 빠른 전환을 노릴 수 밖에 없었는데 이 역시 중원 싸움에서 지는 덕분에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레알 소시에다드의 3미들인 수루투사, 이야라멘디, 미켈 메리노 사이의 간격이 아주 적절하게 촘촘하고 공격 상황에서도 밸런스를 계속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또한 bloque medio를 형성하며 상하 간격이 벌어지지 않은 덕에 측면으로 볼 배급을 해줘야할 다니 가르시아와 미켈 산 호세가 그냥 막혀버렸습니다. 그 덕분에 아슬레틱의 횡적 전환 속도는 매우 느려졌죠. 측면에서 뭔가 전개하기에는 이미 수비가 자리를 잡았고 중앙에서 무니아인을 필두로 창의적인 플레이를 하기에는 너무 많은 횟수로 공을 잃었습니다. 게다가 레알 소시에다드의 공격 상황에서 수루투사는 측면에서 테오가 높이 올라간 경우를 대비해 항상 뒷쪽에서 커버를 해주었고, 메리노는 '박스투박스' 미드필더 역할로 수비 상황에서의 공헌은 물론 공격 상황에서 상대 수비에게 혼란을 주는 침투를 자주 시행하면서 상대 수비 간격을 벌려놓았죠.


(수루투사와 미켈 메리노의 히트맵. 위쪽의 히트맵이 수루투사, 아래가 메리노. 전반적으로 밸런스 위주의 위치 선정을 가진 두 선수. 메리노는 상대 진영까지 자주 올라가는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이런 덕분에 경기는 완전히 레알 소시에다드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나게 되었습니다. 평소 전략대로 나온 아슬레틱은 볼을 자주 빼앗기면서 기존에 형성된 높은 라인 뒷공간이 자주 공략 당했고, 상대에게 자주 속공 장면을 허용했죠. 야누자이는 드리블을 통해 상대 측면을 부쉈고, 오야르사발은 빠른 발로 상대의 높은 라인을 강제로 물러서게 만들었습니다.


더군다나 아슬레틱의 수비 전략에도 문제가 있었는데, 애매하게 높은 라인을 설정하다보니 미드진이 레알 소시에다드의 후방에서 나오는 롱패스도 제대로 커트하지 못하고, 그렇다고 뒷공간이 보호되지도 못했습니다. 하프라인 주변에서 팀 압박 강도가 셌지만 그보다 위 지역에서는 대인 위주 압박을 시행했어도 어느 정도의 간격이 있었기 때문에 후방 롱패스를 제대로 견제하지 못했고 대책없이 속공을 내주었죠. 게다가 상대가 하프라인을 넘어오면 2미들인 다니 가르시아와 미켈 산 호세가 지역 방어 형태를 취했는데 그들이 가진 스피드에 비해 커버해야할 공간이 너무 넓었고 그에 따라 서로 간의 간격이 벌어지면서 라인 넘어서 들어가는 패스를 제대로 막지 못했죠. 2미들이 바로 백포라인 위에 위치했음에도 백포라인은 바로 위험에 노출된 것입니다. 


또한 아슬레틱의 측면 커버에도 문제가 많았습니다. 산 호세와 다니 가르시아가 측면에서 수세시 도움을 주는 역할을 맡았는데, 거의 허수아비나 다름 없었죠. 오야르사발과 야누자이는 1 v 2 상황에서도 쉽게 볼을 잃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다니 가르시아는 경기 내내 실수를 연발했죠. 선제골 상황에서 헤더 경합을 제대로 뜨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계속해서 측면 커버시 불안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래서 전반적으로 보면 아슬레틱의 2미들은 공격과 수비적인 측면에서 모두 마이너스였습니다. 공격시 빌드업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면서 2선과의 간격이 벌어졌고 수비시에도 큰 도움이 되지 못했죠. 



후반전 양상


후반전에 와서 아슬레틱은 산 호세를 빼고 베냣을 넣으면서 수비는 몰라도 빌드업이라도 개선시키려 했고 2선에는 코르도바가 빠지고 라울 가르시아가 들어가면서 보다 직선적인 축구를 시도하려는 움직임이 보였습니다. 또한 전반보다 더욱 전방압박을 강화했는데 전방 4명이 전부 대인마크 위주로 강하게 압박하면서 수비적으로 조금 안정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레알 소시에다드의 수비진이 전부 집중력을 잃지 않았는데, 중앙 수비진은 여전히 이냐키 윌리엄스가 제대로 공도 못잡게 만들 정도로 대응이 좋았고 반대로 아슬레틱은 이냐키 주변에 도와줄 선수가 없었죠. 또한 측면에서도 오른쪽 풀백인 살두아의 수비 집중력은 대단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아슬레틱이 좀 더 점유하고 반대로 레알 소시에다드는 대놓고 라인을 내리고 철저히 중앙 위주로 방어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여전히 백포라인 보호는 훌륭했고 상대는 패스 횟수는 늘었지만 박스 접근은 그대로 좋지 못했습니다. 


비록 후반 막판에 라울 가르시아가 만회골을 넣긴 했지만 레알 소시에다드는 끝까지 수비 집중력을 유지하면서 아슬레틱이 박스 안에 들어가기조차 어려운 상태로 경기를 끝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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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3 - 1 전남

득점: (인천) 남준재, 무고사, 문선민/(전남) 허용준


양 팀 선발 라인업

인천(4-3-3): 정산; 김동민, 김정호, 김대중, 정동윤; 아길라르, 한석종, 고슬기; 문선민, 무고사, 남준재

전남(4-2-3-1): 박대한; 최효진, 이지남, 도나치, 이유현; 유고비치, 한찬희; 허용준, 이상헌, 김영욱; 양준아


결국 서울 대 인천 직관의 여운이 남아 리그 마지막 라운드를 인천 숭의아레나에서 보냈습니다. 축구팀을 태어나서 처음으로 열렬히 응원했던 팀이 인천이었습니다. 2005년 장외룡 감독님께서 이끌던 인천은 초등학생이던 저에게 축구의 감동을 알려주었죠. 비록 인천에 살지 않아(지금도 다른 지역에 살지만) 문학경기장에 가서 응원하진 못했어도 TV중계로, 또 중계가 되지 않으면 문자중계라도 챙겨봤던 기억이 납니다. 


기어이 13년만에 당시 샀던 유니폼을 꺼내 입고 처음으로 숭의아레나에 갔습니다.(당시 큰 사이즈로 사서 지금은 딱 맞네요!ㅋㅋ) 참 부끄럽기도 합니다. 물론 중간에 긴 기간동안 축구에 대한 관심을 접기도 했었고 해외축구 위주로만 챙겨봐왔지만 좋아한지 13년만에 홈구장을 처음 갔으니 말이죠. 버스를 타면서 긴장되었고 경기장의 외관을 보고 참 설렜습니다. 이런 아름다우면서도 적절한 크기의 경기장이 있다니..그리고 이것이 13년 전 내가 그렇게 응원했던 팀의 홈구장이라니...



경기 초반 전남의 볼 점유


전남이 이미 강등되었기에 내심 힘이 빠져있을까 기대를 했었는데 오히려 초반 경기 주도권은 전남에게 있었습니다. 


전남은 중앙수비수 이지남, 도나치, 미드필더 유고비치, 한찬희 이 4명이 사각형 형태로 배치되어 기초 빌드업을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사각형 형태를 바탕으로 4141형태의 수비를 보여준 인천을 상대로 계속 측면을 공략했습니다. 중앙 수비 둘이서 간단한 패스를 통해 바로 위 2명의 미드필더에게 볼이 전달이 되곤 했습니다. 그러면 측면 자원들이 측면 터치라인 근처에서 상대 윙과 풀백 사이에 자리를 잡았죠. 그리고 2명의 미드필더가 빌드업을 분담하면서 상대 원톱의 압박을 무력화하고 빠르게 측면에 사선으로 볼을 전달하며 전진시킬 수 있었습니다. 또한 상대에게 압박을 받더라도 다시 뒤로 돌리면서 처음부터 만들어나갔죠. 


이에 더해서 전남은 초반에 인천 측면 공격을 2명이 협력 수비로 막아내면서 좋은 대처를 했습니다. 인천은 점유율을 내준 상황에서 적은 수의 속공 위주 공격을 펼쳤는데 풀백들이 효율적인 전진시점을 쉽게 잡지 못하면서 측면 자원들, 특히 문선민이 볼을 금방 잃었죠. 문선민을 상대한 이유현의 일대일마크도 훌륭했습니다. 게다가 전환 과정에서 유고비치의 위치 선정은 볼 탈취로 이어졌죠. 


하지만 주도권을 잡아놓고도 전남은 박스 안으로 그다지 많은 횟수로 볼을 투입하지 못했습니다. 


측면으로 빠르게 볼이 전달되고 오른쪽 라인의 경우 전환 과정에서 문선민이 빠르게 수비 가담이 되지 못했기에 패턴 플레이를 할 수 있을 정도였죠. 하지만 실질적으로 박스에 볼을 투입한 것은 양준아가 완전히 박스 밖으로 나오고 허용준이 침투했던 장면 외에는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마무리 패스가 나오지 못했습니다. 김영욱이 고군분투했지만 김동민은 흔들리는듯 하면서도 끝까지 막아냈고 문선민의 수비 문제는 아길라르의 헌신적인 플레이로 대처가 되었죠. 박스 안 하프스페이스에서 연계가 좋은 전문 공격수만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전반 초반 전남의 공격 작업. 김영욱의 고군분투, 인천의 방어, 유고비치의 볼 탈취까지 이 영상에서 볼 수 있습니다.)


왼쪽 라인의 경우 측면 넓은 지역에 최효진이 주로 위치해 있었습니다. 1차적으로는 남준재가 계속 최효진을 괴롭혔죠. 하지만 때때로 뚫렸는데 전반전 최효진의 크로스 정확도가 매우 떨어졌습니다. 이에 더해 반대편 포스트에서 김동민이 잘 대비가 되어 있었죠. 



인천 잔류의 영웅, 남준재


이번 경기뿐만 아니라 후반기 안데르손 감독이 많은 승점을 거둔 데에는 남준재의 통계만으로는 보이지 않는 기여가 컸습니다. 


이번 경기에서는 통계로도 알 수 있었는데 선제골을 기록하면서 조금은 고전했던 흐름을 돌려놓았고 페널티킥도 만들어냈죠. 공격 상황에서 상당히 낮은 위치에서 출발하지만 결국 박스 근처에서 상대 수비진에게 큰 위협이 됩니다. 때로는 1 v 1 장면에서 최효진을 괴롭히고 때로는 그를 끌고 가면서 정동윤을 위한 공간도 만들어주곤 했죠. 


수비 상황에서의 기여도 역시 컸습니다. 계속 최효진이 전진했지만 끝까지 따라 붙었고 그 덕에 고슬기가 중앙에서 자기 자리만 잘 지킬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나 기사를 보면 멘탈리티 부분에서도 팀에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여름 이적 이후 팀의 정신력을 지적하기도 했고 팀에 대한 엄청난 충성심을 보여주면서 팀 동료들과 서포터들에게 큰 힘이 되었죠.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응원가입니다. 이 노래만 들으면 괜히 코끝이 찡해져요)



두 팀의 기회 창출 방식, 그리고 결정력의 차이


먼저 인천은 경기 초반 전남의 압박 수비에 조금은 당황한듯 보였으나 점차 공간을 만들어 가면서 전남 박스로 전진해 나갔죠. 인천은 선수비 후 상대 수비 블록의 바깥과 안을 계속 오가면서 상대 수비 라인을 흔들고자 했습니다. 


특히 한석종이 상대 수비 블록 밖에서 기초 빌드업하기에 좋은 위치를 선점했을 때 인천에게 좋은 장면이 나왔습니다. 한석종이 블록 밖에서 좋은 위치를 잡게 되면 우측면으로의 중장거리 패스를 통해 남준재가 블록 바깥에서 위치를 잡으면서 1 v 1 상황을 맞이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아길라르가 상대 수비 블록 안팎을 오가면서 다양한 위치에서 팀이 볼을 전진시키는 데에 좋은 역할을 했고, 고슬기가 꾸준히 전진하면서 수비 블록 간격을 벌리려 했습니다. 무고사도 자주 아래로 내려오면서 수비 라인 사이에서 페네트레이션 작업을 많이 했죠. 특히 문선민의 골 당시 아주 좋은 패스가 있었습니다. 


한편 전남은 골을 먹힌 후 측면 전개만큼이나 중앙 지역을 통한 공격 방식을 늘렸습니다. 특히 허용준, 양준아 등이 상대의 원 볼란테 양쪽으로 위치하면서 자리잡기 어렵게 만들었고 계속 라인 사이로 패스가 들어갈 수 있었죠. 양준아는 미끼였고 최종 스코어러는 허용준이었습니다. 결국 미끼에 낚인 인천은 전반 막판 만회골을 허용했죠. 


후반 초반 전남이 두 차례 정도 기회를 잡은 것도 인천의 최종 수비라인 앞 공간이 문제를 일으키면서 발생했던 것이었습니다. 후반 시작과 함께 측면수비와 미드진이 경기에 집중하지 못하면서 최효진이 계속 측면 뒷공간으로 침투했고 최종 수비라인 앞 공간도 비어있는 것과 다름 없었습니다. 


그러나 결정력의 차이는 결국 인천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인천이 기회가 어렵게 오더라도 골을 완성해내었기 때문에 전남은 슛을 더 기록하고도 문선민 골 이후에는 무리한 전진패스로 전반전 나름 괜찮았던 경기 운영을 헛수고로 돌리게 됩니다. 게다가 라인을 계속 올리면서 인천이 꾸준히 뒷공간을 노릴 여지를 주게 되죠. 



결국 인천의 힘은 끈끈함이다


제가 2005년에 인천에게 빠졌을 때도, 그리고 올해 잔류를 확정해낸 이 마지막 4경기에도 인천의 힘은 특유의 끈끈함에서 나왔습니다. 남준재로 대표되는 베테랑의 투지와 이정빈으로 대표되는 유망주의 간절함이 기적적인 4연승을 만들어냈죠. 그리고 한석종의 폼이 돌아옴과 동시에 임은수가 1인분 이상을 해내고 고슬기가 자신의 장점을 드러냈습니다. 그러면서 인천의 수비 조직력이 많이 올라왔습니다. 


문선민이 쐐기골을 넣었을 때는 마치 인천 전체가 노를 저어 희망의 바다로 가는 듯했습니다. K리그 최고의 팬들의 응원은 경기장을 쩌렁쩌렁 울렸고 선수들은 그런 응원을 더욱 북돋아주었죠. 이제는 상위 스플릿에서도 이런 환희를 맞이할 수 있으면 더욱 좋겠습니다.


(경기 종료 직전 9천명 이상의 관중들이 외치는 이겼다! 이겼다! 이겼다!)


(노를 저어 바다로 가자 핏빛 바다 속을 헤쳐나가자 꿈을 꾸나 깨어있으나 닻을 내릴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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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s del balon이라는 스페인 축구 칼럼 사이트에 올라온 이번 아틀레티코 v 바르사 분석 글을 번역해 올립니다. 글 수준이 높아서 번역이 매끄럽지 못합니다 ㅠ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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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는 결과 그 이상의 힘에서 대등했습니다. 완다 메트로폴리타노는 충분히 낮은 플레이리듬을 가지고 그다지 많지 않은 위험한 찬스를 가진채 서로가 서로에게 던진 도전을 넘을 수 없던 두 팀의 목격자였습니다. 코케와 르마를 측면에 놓은 442의 아틀레티코와 항상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비달을 마름모의 꼭짓점으로 놓으며 가장 특이한 시스템 중 하나를 들고 나온 바르사는 실질적으로 경기 내내 골을 넣기에 불충분한 플레이를 보여주었습니다.


442의 측면 미드필더로서 왼쪽에 르마를 넣은 시메오네 감독은 더블 피보테로서 사울과 로드리, 반대편 측면에 코케가 매 순간 공간에 대한 지역 방어를 선호하는 중간~낮은 위치의 수비블록으로부터 경기를 만들어나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주도권을 가진 발베르데 감독은 발전되지 않은 시나리오와 확실히 상응하는 시스템으로 응답했습니다. 라키티치와 쿠티뉴 없이 바르사는 일종의 다이아몬드 442로 완다 메트로폴리타노에 나섰는데, 여기서 비달은 아르투르, 부스케츠, 세르지 로베르토보다 앞선 위치에서 미드필더와 최전방 사이의 이론적인 연결고리 역할을 했습니다. 앞서 말한 그 형태(4312)로부터 비달은 라인 사이에서 그의 역할을 그렇게 유지할 수 있었고 팀의 기초 빌드업을 맡은 선수들에게 종적으로 지원을 고정시킬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또한 그는 두 팀 모두에게 있어 핵심적인 지역에서 로드리의 집중을 혼자서 차지하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바르사의 이러한 플랜에 상대를 무너뜨리기 위한 기초적인 두 가지 요소가 없었습니다. 첫번째는 드리블이었고 두번째는 깊이였죠. 이는 비달이 3/4지역에 들어가고 나가면서 또 공에 가까워지고 멀어지는 상황에서 왼쪽 중미 아르투르 뿐만 아니라 오른쪽에 세르지, 빈번한 회수로 같은 높이에 위치했던 부스케츠까지 바르사는 아틀레티코에게 문제를 일으키기에 충분히 간격이 있는 포메이션을 갖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아틀레티코는 바르사가 전개할때 수비가 편안함을 느꼈지만 빠르게 전환을 가져갈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르마와 코케가 서로 위치를 바꿔보기도 하고 나중엔 사울이 측면에 가기도 했는데 아틀레티코는 안쪽에서 거의 항상 볼을 빼앗으면서 제대로된 이점을 갖고 상대쪽으로 볼을 탈출시키는 것이 한 번도 가능하지 못했습니다. 상하 뿐만 아니라 좌우로 컴팩트한 블록은 측면보다는 중앙을 우선 보호했고 이러한 상황은 테어 슈테겐의 영역에서 매우 먼 지역에서부터 위협을 가하기 시작하려할 때 문제가 되었습니다. 생각만큼 바르사의 압박이 효과적이진 않았기 때문에 상황은 아틀레티코에게 달려있었습니다. 하지만 선수들 자체의 특성은(역자: 아마도 선수들만의 능력으로 해결하기는?) 유일한 공격적 해답이 되기에는 적절하지 못해보였습니다. 전방에 최고의 디에고 코스타로부터 그의 자세는 서로 이해할 법 했지만 항상 로드리고나 그리즈만의 다리가 이해되진 못했습니다.(역자: 코스타의 침투는 서로 보였지만 서로간의 패스가 맞지 않았다는 의미인듯) 로드리와 그리즈만은 볼을 받은 후에 수차례 몸을 돌렸고 바르사의 첫 번째 압박을 벗어난뒤 머리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바로 어제는 잘 맞아떨어졌지만 때때로 오늘날 시메오네가 생각하는 전개와 역습과는 결국 맞지 않는 그런 운반이 되는 것이죠. 


요약해보면, 해결책이 부족했던 것이 매우 티가 났던 대결이었습니다. 결과를 내기 위해 감독들이 무언가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였습니다. 어떤 팀의 모든 움직임은 비록 높이를 잃거나 압박이 달라지는 등 특정한 효과를 수반할지라도 서로에 의해 자동으로 수정되었습니다. 조르디 알바를 신경쓰기 위해 사울이 측면으로 간 것처럼 말이죠. 또는 뎀벨레와 말콤이 마지막에 들어가기도 했죠. 바로 두 마무리가 그 모든 이전의 행동들의 최고의 증거였습니다: 한 팀에겐 파포스트로의 세트피스, 다른 팀은 이런 상황에서 자주 발생했듯이 위협이 없는 상황에서 그것을 창조해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유일한 선수의 재능이 만들어낸 결실이 있었죠. 레오 메시는 항상 좋은 아이디어입니다. 


http://www.ecosdelbalon.com/2018/11/analisis-tactico-atletico-de-madrid-1-fc-barcelona-1-liga-santan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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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0 - 1 인천

득점: (서울) - /(인천) 한석종


양 팀 선발 라인업

서울(3-5-2): 양한빈; 김원균, 김남춘, 김동우; 윤석영, 신진호, 황기욱, 고요한, 윤종규; 윤주태, 박주영

인천(4-3-3): 정산; 김진야, 김정호, 김대중, 정동윤; 고슬기, 임은수, 한석종; 김보섭, 문선민, 남준재



강등권 싸움에 있어 가장 중요했던 경기를 직관하고 왔습니다. 서울은 1점만 추가하면 더 이상 강등권에 포함되지 않는 상황이었고 인천은 플레이오프가 아닌 잔류 확정을 위해선 1점도 위험했던 경기였습니다. 


라인업에서 눈에 띄었던 점은 서울 입장에선 그간 교체로 들어오던 박주영이 이 중요한 경기에서 선발로 시작했다는 점이 있었고 인천 입장에선 핵심적인 역할을 맡아오던 아길라르와 무고사가 A매치로 인해, 부노자가 부상으로 인해 선발로 나서지 못하면서 선발이 국내 선수들로만 채워졌다는 점이 있었습니다.



경기 초반 중원 싸움 양상


경기 시작과 함께 두 팀은 중원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싸웠습니다. 두 팀 모두 수비 방식은 달라도 미드진이 쉽게 후방을 내주지 않기 위해 싸웠죠. 


서울은 기본적으로 일대일마크 형태의 수비를 통해 인천의 전진을 막고자 노력했습니다. 측면에서 인천이 볼을 잡으면 신진호나 고요한이 빠르게 일대일로 붙어주면서 인천의 빠른 공격자원들이 볼을 잡기 어렵게 만들었고 인천은 볼을 다시 후방으로 돌리게 되었죠. 또한 일대일마크를 통한 볼 회복이 성공하면 전방에서는 윤주태-박주영-고요한 이 세 명의 움직임을 통해 기회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실제로 인천의 선제골 이전에 이 세 명의 움직임을 바탕으로 두차례 좋은 슛이 먼저 나왔었습니다. 


인천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인천은 일대일마크를 기반으로 중원싸움을 걸었던 서울과 달리 미드진의 간격을 좁히고 애매하게 압박하는 지역방어 형태로 중앙을 노리는 서울의 공격을 차단하려 했습니다. 비록 경기 초반 어수선한 상황에서 두차례 기회를 허용했지만 계속 이런 중원의 애매한 위치에서의 공간 압박이 서울 패스를 차단했죠. 결국 서울도 일대일마크를 완벽하게 해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중원에서 끊은 볼은 측면으로 빠르게 이어졌고 이것이 선제골이 나온 코너킥의 시초가 되었습니다. 



서울의 기초 빌드업과 측면 공격 문제


선제골과 함께 경기가 서서히 정리되면서 두 팀 모두 공격을 어떤식으로 만들어가는지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일단 서울이 빌드업을 시작할 때 모습을 보면 대개의 백스리 시스템이 그렇듯 가운데 위치한 선수가 공격의 방향을 잡아주며 양 스토퍼에게 공을 전달해주죠. 인천의 수비시 대형은 433보다는 4141에 가까웠고 시간별로 압박 시작 위치가 조금씩 다르긴 했어도 지역방어 형태로 서울의 백스리보단 자기 진영의 중앙 지역 공간을 더 압박했습니다. 백스리를 문선민 한 명이 주로 맡고 양 윙은 필요시에 올라왔기 때문에 양 스토퍼들은 많은 시간과 공간을 가지고 점유를 할 수 있었습니다. 


최근 현대축구에서 백스리 시스템이 빌드업하는 과정을 보면 양 스토퍼가 자신들에게 주어진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해졌죠. 주로 하프스페이스에 위치하니까 측면으로도, 중앙으로도 볼을 전개시킬 수 있기에 상대는 수비 자세를 잡기가 까다롭습니다. 


그런데 서울의 양 스토퍼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시간과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했습니다. 김남춘보다 아주 약간 위에 위치하면서 공간을 향해 올라가서 패스 루트를 만들어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상대 수비라인을 흔들기에 좋은 패스가 나온 것도 아니고 단순히 주변 선수에게 패스하는 수준에 그쳤죠. 후반 21분이 되어서야 김동우가 롱패스로 라인 사이를 공략하는 유의미한 활동이 나왔습니다. 


스토퍼가 올라가질 않으니 한참 올라가있는 윙백들은 다시 내려와서 볼을 받아주곤 했죠. 그렇다고 해서 측면 공격이 또 잘된 것은 아닙니다. 계속 고립되었죠. 상대와의 2대 1 상황에서 벗어나오질 못했고 이런 경향이 지속되자 후반으로 갈수록 점차 비효율적으로 측면 자원이 아닌 선수들이 측면으로 이동하면서 오히려 중원이 빌 정도였습니다. 그나마 윤석영은 박스 안에 어떻게든 집어 넣기라도 했지 윤종규는 제대로된 크로스도 올리지 못했습니다. 측면으로 빠진 신진호는 계속 인천 수비진의 머리에 크로스를 보냈죠. 



인천의 선택과 집중, 그리고 한석종의 폼 회복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인천은 자기진영의 중앙 지역을 방어하는 것을 선택했고 집중했습니다. 안데르센 감독이 인터뷰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서울은 중앙에 많은 선수를 두기에 좋은 전략이었죠. 윤석영의 좋은 크로스가 위협요소가 될 수 있었지만 크로스에 대한 대처도 잘 연습이 된 듯 보였습니다. 


전반전이 중반으로 가면서 인천이 기초 빌드업 상황에서 왼쪽라인 김진야, 김보섭이 상대 일대일마크에 의해 높이 올라가질 못하면서 팀 전체가 불안정한 볼 소유를 보여주었죠. 이에 따라서 점점 수비라인도 내려갔던 것으로 보입니다. 전반 초반에 비해 더욱 자기 진영 방어에 집중을 하게 된 것이죠. 


하지만 상대가 볼 소유 시간이 늘었을 뿐 결정적인 기회를 잡지 못하게 여전히 인천 수비진은 잘 해냈습니다. 최종수비 라인에선 부노자 대신 출전한 김정호가 하프스페이스를 통해 침투하는 고요한을 놓치지 않고 잘 막아내는가 하면 헤더싸움도 곧잘 이겨내면서 큰 도움이 되었죠. 


또한 인천의 3미들은 근래 경기중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경기가 가면 갈수록 중원 지역에선 이들이 돋보였죠. 임은수는 상대의 기초 빌드업 상황에서 수비와 미들라인 사이에 위치해 조금은 기동력이 아쉬운 두 선수를 잘 뒷받침 해주었고 빈번히 윤주태의 움직임을 간파하곤 했습니다. 공격 상황에서도 안정적으로 볼 배급을 해주었습니다. 또한 서로간의 간격이 좁았기 때문에 그간 지적되던 고슬기의 기동력이 잘 커버되었고 상대 중원은 점점 측면으로 나가야만 했기에 영향력을 잃어갔습니다. 박스 안에서도 임은수가 최종라인으로 들어간 경우 한석종이나 고슬기가 라인 사이를 잘 커버해주었죠. 


가장 중요한 점은 최근 인천의 연승에 한석종이 큰 기여를 하고 있단 것입니다. 한석종은 부상과 이후 떨어진 신체 능력과 폼으로 인해 한동안 고생했는데 이와 함께 인천의 중원 역시 아길라르 외에는 수준 이하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많은 실점을 했었죠. 하지만 하위스플릿 시작과 함께 폼이 올라오더니 고슬기의 기동력도 커버해주면서 중원 영향력이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대략 5년만에 상암에서 서울을 잡은 가장 큰 요인은 한석종의 공수에 걸친 훌륭한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 서포터들의 깃발에 가려서 잘 안보이긴 하지만 인천의 수비 상황을 찍어보았습니다. 측면을 계속 잘 고립시켰고, 측면으로 나간 풀백으로 인해 생긴 하프스페이스 공간을 임은수가 잘 커버해주는 장면)



후반전 양상


인천은 후반 5분 이후로 라인을 아예 내렸고 남준재와 김보섭의 수비 시선은 이제 백스리는 거의 보지 않고 윙백을 바라봅니다. 이와 함께 백포라인 간격이 더욱 좁아지면서 크로스에 대비합니다. 서울은 계속 크로스를 시도하고 세컨볼에 주목하면서 몇차례 기회를 만들어내죠. 


후반 22분 서울은 김남춘을 빼고 에반드로를 투입하면서 433으로 전환합니다. 에반드로가 왼쪽 윙포워드가 되었는데 꾸준히 측면으로 나오면서 정동윤을 끌어내었습니다. 하지만 공을 잡으면 전방을 향해 돌지도 못하면서 계속 정동윤이 수비를 성공합니다. 


인천은 후반 23분 쿠비를 넣었는데 이는 높이 올라오는 서울의 뒷공간을 노리는 데에 최적화된 교체였습니다. 이와 함께 백포로 전환된 서울 수비는 김보섭이 커트인할 공간을 내주면서 김보섭에게 슛 두 개 허용. 


후반 33분 서울은 황기욱을 빼고 조영욱을 왼쪽 윙으로 넣으며 424로 전환했습니다. 에반드로에 의해 막힌 측면이 조영욱과 함께 나아지긴 했죠. 하지만 끝까지 중앙에서 집중력이 더 높은 팀은 인천이었고 정말 간만에 무실점으로 중요한 경기를 어려운 경기장에서 승리로 끝냈습니다.


(경기 종료 휘슬과 함께 뛰어나오는 인천 코칭스태프들과 선수들, 엄청난 함성의 인천팬들. 비록 친구와 같이 보느라 반대편에 앉아서 보긴 했지만 인천의 경기는 감동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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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레티코 마드리드 3 - 2 아슬레틱 클럽

득점: (ATM) 토마스 파티, 로드리고, 고딘/(ATH) 이냐키 윌리엄스(X2)


양 팀 선발 라인업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히메네스, 사비치, 루카스의 부상으로 인해 유스 선수인 몬테로를 선발로 내세우고 간신히 때맞춰 부상에서 복귀한 고딘을 그의 짝으로 내보냈습니다. 주중 챔피언스리그 도르트문트전에 나왔던 미들라인은 그대로 나왔는데, 미들라인도 코케가 부상으로 인해 나올 수 없었기에 로테를 돌려주지 못했습니다. 


한편, 아슬레틱 클럽은 왼쪽 측면에 유리 베르치체와 발렌시아가를 동시에 출격시키면서 확실히 원정에서 수비적으로 단단하게 가져가려는 의도를 보여주었고 다니 가르시아가 결장한 상황에서 2미들인 베냣-산 호세가 뒤를 보호해주고 전방에는 수사에타, 이케르 무니아인, 이냐키 세 명이 공격 작업을 만들어나갔습니다.



아틀레티코의 주 무기를 하나 없앤 베리조 감독의 수비 전략


베리조 감독은 가장 좋은 모습을 보였던 셀타 비고 시절을 포함해서 자신의 팀이 볼을 점유하며 플레이하는 것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그러나 이번 경기에서는 자신의 스타일을 과감히 내려놓고 상대의 장점을 차단하는 데에 주목했습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공격 주 무기 중 하나는 바로 앙헬 코레아의 하프스페이스 활용 능력입니다. 포메이션상으로는 윙 또는 세컨톱으로서 출전을 해왔지만 실질적으로 윙으로 나오든 세컨톱으로 나오든 그의 주된 활동 무대는 박스 안 하프스페이스입니다. 팀 동료들이 하프스페이스를 열어준다면, 앙헬 코레아는 박스 안 하프스페이스에서 드리블로 버티면서 결정적인 기회를 만들거나 골을 넣기도 하죠. 가장 대표적인 장면이 지난 8월 UEFA 슈퍼컵 2번째 골 장면입니다. 


베리조 감독은 앙헬 코레아가 자기 팀 박스의 하프스페이스에서 앙헬 코레아가 놀지 못하게끔 최종 수비라인 좌우간격을 매우 좁히고 왼쪽 풀백인 발렌시아가가 앙헬 코레아를 단단히 말 그대로 밀착하도록 지시했으며, 왼쪽 측면 지역은 유리 베르치체가 담당하게끔 했습니다. 아슬레틱 클럽이 수비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때로는 5백 또는 6백에 가까운 수준으로도 보였죠. 


이러한 수비 전술 때문에 앙헬 코레아는 박스 안 하프스페이스로의 침투는 커녕 박스 밖에서 박스 안으로 거의 들어가지도 못하고, 발렌시아가의 밀착 수비에 막혀서 몸을 공격 방향으로 제대로 돌리지도 못했습니다.


(앙헬 코레아를 전담마크하는 미켈 발렌시아가)


이렇게 앙헬 코레아를 통한 공격루트가 막혀버리면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주 무기를 하나 잃었고, 때때로 오른쪽 측면에서 반대쪽 파포스트를 향한 크로스로 두어차례 기회를 노렸지만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습니다.


더군다나 이렇게 상대가 수비적으로 준비를 잘한 상황에서 아틀레티코의 전반전 공격, 정확히는 상대의 마크를 떼어내는 팀적인 움직임(desmarque)도 효율적이지 못했습니다. 상대의 최종 수비라인에게 부담을 줄 수 있는 전방의 3명 공격진(코스타, 그리즈만, 코레아)이 너무 중앙 지향적이었죠. 비록 측면에서 풀백들이 너비를 더해주긴 했지만 1대 1 혹은 1대 2 상황에서 전진하면서 볼을 간수할 수 있는 능력까지는 갖추지는 못했기에(필리페 루이스가 더 젊었다면 다르겠지만...) 상대의 측면 수비는 큰 부담을 갖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잠시후에도 이야기하겠지만 수사에타 역시 전환 상황에서 전진에 부담이 없었죠. 물론 사울이 데 마르코스를 향해 높이 올라갔다가 빠르게 내려오면서 마크를 끌고 오거나, 아니면 또 다른 선수가 내려와서 볼을 받아주는 것 같은 움직임은 있었지만 상대가 계속 달라붙으면서 공격 방향으로 몸을 틀지를 못하고 후속 장면이 만들어지지 않으면서 그다지 효과가 없었습니다. 


그런 상황이었기 때문에 앙헬 코레아는 경기에 영향을 거의 끼칠 수 없었고, 그나마 그리즈만이 메디아푼타로서 키패스도 넣어주긴 했지만 역시나 가면 갈수록 경기에서 사라졌고, 코스타도 이미 내려선 상대의 라인에 위협도 주지 못했죠. 


(전반전 중앙 지향적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공격은 상대의 마킹을 벗겨내는 데에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나름 잘 방어했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하지만 몇 차례의 기회가 바로 실점으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공격은 잘 안 되었지만 그래도 수비는 전체적으로 괜찮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다지 라인을 내려서지 않으면서도 토마스와 로드리가 높은 위치에서 빈번히 상대의 전환을 막아냈고 다시 아틀레티코의 공격으로 만들어주었죠. 이러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적어도 아슬레틱 클럽이 중앙을 통해 전환시킬 경우 큰 효과를 보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아슬레틱 클럽이 되든 안되는 꾸준히 밀고 나가던 공격루트가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오른쪽 하프스페이스였습니다. 왼쪽은 이미 발렌시아가-유리 베르치체 두 명의 풀백을 넣은 것부터 죽어있었고, 중앙은 로드리-파티가 너무 잘 대처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말 꾸준히 오른쪽 라인, 오른쪽 하프스페이스를 통한 공격을 시도했죠. 


특히 수사에타가 꾸준히 공간을 향해 움직였습니다. 가장 많이 관찰되었던 모습이 몬테로와 필리페 루이스 사이 뒷공간을 향한 움직임이었죠. 때때로 윌리엄스도 그 공간을 향했습니다. 수사에타와 윌리엄스가 가까이 위치하면서 리그 첫 선발인 몬테로를 꾸준히 괴롭혔습니다. 실질적으로 통했던 공격루트는 이거 하나였습니다.


아, 산 호세의 선발도 나름 도움이 되었습니다. 라인을 올리는 축구를 하면 느린 스피드 탓에 수비시 중원에서 마치 짐짝과 같아진 느낌이 되었지만... 이 날만큼은 평소 스타일 버리고 라인을 내리고 플레이를 했기 때문에 산 호세의 엄청난 피지컬이 큰 도움이 되었죠. 전반전 수비 상황에서 최종 수비 보호는 물론, 전환 과정에서 전진해서 로드리와 헤더 경합을 하면서 롱볼을 따내는 데에도 도움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발베르데 감독 시절부터 전진 능력과 중거리슛은 나름 괜찮았기에 3선으로부터의 전진으로 상대 수비에게 혼란을 줄 수 있었죠. 


여튼 사실 골 장면을 제외하면 몬테로도 나름 잘버텼고 필리페 루이스도 꾸준히 수사에타를 향한 공간 패스를 잘라냈습니다. 하지만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고 결국 전반 35분 이 루트를 통해 아슬레틱이 기어이 선제골을 만들어냈죠.


(아슬레틱의 선제골 장면. 수사에타를 향한 공간 패스, 그리고 산 호세의 전진과 슛이 윌리엄스의 선제골을 만들어냅니다.)


이렇게 아슬레틱이 꾸준히 중앙수비와 풀백 사이 뒷공간을 향한 패스가 계속 가능했던 이유는 일차적으로 아슬레틱이 해당 지역에 볼을 줄 수 있는 선수가 베냣이나 데 마르코스였는데, 이런 선수들에 대해 제대로 수비를 잡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도르트문트전 때는 하키미 같은 선수들을 거칠게 잘 다뤘는데, 역시 미드진이 그대로 나와서 그런지 측면 넓은 지역으로의 수비 전환 속도가 느려보였고 그 덕에 베냣과 데 마르코스는 상당히 여유를 가지고 공간 패스를 할 수 있었습니다. 후방에서 몬테로와 필리페 루이스가 고생하며 34분까지는 기회를 내주지 않았지만 결국 선제골을 아슬레틱이 노리고 노리고 똑같이 또 노리던 그 루트로 내주었다는 점이 안타까웠죠. 



후반전 교체 싸움의 승자는 시메오네


결국 1-0으로 전반을 마무리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후반 시작과 함께 바로 경기에서 완전히 보이지도 않았던 코스타를 빼고 비톨로를 투입합니다. 일단 젤송 마르틴스가 투입된 55분 전까지 10분 정도는 공격시 비톨로 왼쪽 윙에 코레아 오른 윙, 그리고 그리즈만 원톱 형태로, 수비시에는 4미들이 비톨로-사울-로드리-토마스 이런식으로 구성이 되었습니다. 


그간 부상으로 고생했던 비톨로는 교체 투입과 동시에 바로 경기에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습니다. 전반전 너무 중앙 지향적이었던 3명의 공격수 모습과 비교했을 때, 비톨로는 왼쪽 측면 터치라인 부근에서 너비를 확보해주었고, 무엇보다도 세비야 시절부터 보여준 돌격대장으로서의 모습이 드러나면서 상대 측면 수비로 하여금 큰 부담을 주었습니다. 전반전 부담없이 전환 상황을 즐겼던 수사에타는 이제 데 마르코스와 함께 비톨로를 막는데에 바빠졌고 전진에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죠. 


(교체 투입과 함께 상대 측면에 부담을 주기 시작한 비톨로)


(조금씩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아슬레틱의 수비진)


55분에는 몬테로가 빠지고 젤송 마르틴스가 투입되었는데, 이 상황에서 사울이 중앙수비로 내려가고 젤송 마르틴스가 오른쪽 윙으로 가게 됩니다. 상당히 공격적인 교체였고, 이 교체 덕분에 상대의 백포라인은 4명의 공격진을 한 명씩 도맡는 조금 부담스러운 상황이 되었습니다. 데 마르코스가 비톨로를 맡고, 누녜스와 이니고가 그리즈만과 코레아를, 발렌시아가가 젤송 마르틴스를 전부 1대 1로 도맡게 된거죠. 이렇게 되면서 아슬레틱의 나머지 선수들이 최종 수비라인을 보호하는데에 더 집중하게 되면서 라인이 완전히 더 뒤로 밀립니다. 그러나 전반과는 달리 아틀레티코는 측면에서의 너비를 확보하게 되었기 때문에, 또 측면에서 일대일 돌파가 어느정도 가능한 선수들이 배치되었기 때문에 측면과 중앙 사이 계속해서 전환이 이루어지고, 쉽게 상대가 전진하지 못하고 페널티 박스 바로 앞 중앙 공간을 조금씩 내주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서 토마스 파티가 중거리슛으로 동점골을 만들게 되죠.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명백히 파울로 보이는) 칼리니치의 턴오버와 함께 뜬금없이 또 윌리엄스에게 한 골을 내주며 1-2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끌려가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고딘이 근육에 부상을 입었고, 이래저래 급했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고딘을 최전방으로 올려 칼리니치와 트윈 타워를 세우면서 희대의 포메이션을 완성합니다. 최종 수비에 루이스-사울-토마스 파티-아리아스, 미드진에 그리즈만-비톨로-로드리-젤송, 공격에 칼리니치-고딘이 서게 된 것이죠. 특히 주목할 점은 측면에서 돌격대장 역할을 맡던 비톨로가 이 시점부터 중원에서 볼을 주도적으로 잡고 플레이메이킹을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또 그의 볼 간수 능력도 턴오버를 만들지 않는 데에 큰 도움이 되기도 했죠. 비톨로의 이러한 플레이와 함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계속해서 측면 뒷공간을 활용하기도 하고, 또 중거리도 수차례 활용하면서 꾸준히 코너킥과 프리킥을 만들어냅니다.


비톨로가 이렇게 중원에서 볼을 잃지 않고 플레이메이킹을 해주었고, 또 측면에서는 젤송과 아리아스가 꾸준히 패스를 주고받으면서, 그리고 젤송이 때때로 수비수를 달고 왼쪽으로 이동하면서 어떻게든 공을 소유하고 파울을 만들어내고 코너킥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비톨로가 중미가 된 희대의 명장면...)


꾸준히 아틀레티코는 세트피스 장면을 만들면서 기어이 79분에 동점골을 만들어냈고, 이런 상황에 더해 후방으로 이동했던 사울과 토마스는 두 세 차례의 중요한 커팅은 물론 공격시 롱패스로 상대의 수비를 흔들어놓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롱패스는 역전골 프리킥의 발판이 되었죠. 


또 마지막으로 역시 토마스 파티를 빼놓고 지나갈 수가 없습니다. 수치상으로 봐도 1골 1어시, 그리고 마지막 역전골도 그의 프리킥에서 출발했죠. 전반적으로 볼 점유를 잘 해주었으며 패스도 중요 패스 두 차례 정도 기록하면서 좋은 모습을 보였는데 역시 킥 능력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도르트문트전 때도 전환 상황에서 중요한 시작점이 되었는데 이번 경기에서는 높은 위치에서의 수비와 볼 점유 그리고 위기 상황에서의 킥 능력까지 보여주면서 이번 경기의 mvp가 되었네요. 



한편, 베리조 감독은 이번 경기도 여지없이 교체를 통해 승점을 잃었습니다. 베냣이 경고를 받아서 놀라스코아인으로 바꾼 것까지는 그렇다치겠지만 굳이 두 골 넣은 윌리엄스를 빼고 라울 가르시아라니... 그나마 잘 되던 전환을 놓아버리는 교체였습니다. 세트피스를 위해 넣었다고 쳐도 결과적으로 봤을 때 고딘 역전 결승골 당시 사울을 막지 못했죠. 이번 시즌 교체 이후 승점을 8점을 잃었다고 하던데 굉장히 심각한 수치입니다. 


여튼 플랜 A는 베리조 감독이 더 좋았던 것 같지만 결국 교체 싸움에서 승자는 시메오네 감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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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오랜만에 글을 씁니다. 월드컵 이후 갑자기 아무것도 쓰기 싫어졌고 경기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었습니다. 이제는 좀 다시 글을 쓰지 않을까 싶네요. 여전히 부족하지만 간간히 또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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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2 - 0 멕시코

득점: (BRA) 네이마르, 피르미누/(MEX) -


양 팀 라인업



브라질의 전형적 빌드업을 방해한 멕시코 수비 형태


브라질은 평소에 기초 빌드업 상황에서 중앙 수비로 부터 출발하고 풀백들이 높이 올라가지 않고 중앙 수비로부터의 전진을 돕습니다. 또한 중앙 미드필더 1~2명이 역시 중앙 수비 근처에서 상대 압박의 탈출구 역할을 합니다. 비교적 최근의 예선이나 평가전을 보면 상대가 대인 위주의 전방 압박을 시행할 경우 때때로 불안함을 노출하기도 했지만 카세미루를 통해 탈출하며 안정감을 되찾는 경우가 많았죠. 


따라서 브라질은 기초 빌드업 상황에서 이러한 각자의 역할로 인해, 또한 역-역습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5-6명이 자기 진영에서 위치를 잡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코스타리카 전은 상대가 백5로 수비라인을 구성하여 조금 더 전진을 추구하긴 했지만 다른 경기에선 웬만하면 이러한 형태로 빌드업을 시작하곤 했습니다. 


멕시코는 이러한 브라질의 빌드업 형태의 약점을 노렸습니다. 압박의 탈출구를 모조리 막아버렸습니다. 벨라와 로사노가 각각 상대의 풀백을 대인마크했고, 무엇보다도 치차리토가 카세미루를 자기 시야에 항상 두면서 카세미루를 향한 패스가 가기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멕시코의 수비형태. 양 윙이 상대 풀백을 마크, 치차리토는 카세미루를 자기 시야에 항상 두면서 패스가 가기 어렵게 견제)


이에 더해서 멕시코는 최종 수비라인을 30m정도에 두면서 대인마크를 통해 상대를 압박하던 최전방 선수들과의 거리를 적절히 좁힐 수 있었죠. 브라질은 네이마르가 내려오고 그 내려간 공간을 쿠티뉴가 활용하려했지만 네이마르는 상대가 상하좌우로 적절히 위치해 있었기에 금방 묶였습니다. 반대편 사이드는 윌리안이 좁은 공간에서 활약도가 좋지 못한 편이기에 더욱 좋지 못했습니다. 덕분에 멕시코는 상당히 자주 하프라인 즈음에서 볼 탈취에 성공했습니다. 


알바레스를 오른쪽 풀백에 둔 것도 주효했습니다. 상당히 수비적인 풀백 역할을 맡으면서 오버래핑을 자제하면서 네이마르를 집중 마크했고 적어도 전반전엔 상당히 패기있는 경기를 보여주었죠. 


(전반전에 네이마르를 집중 수비했던 알바레스)


경기의 전환점: 442로 포진을 바꾼 브라질


대략 전반 25분동안 고전하던 브라질은 25분을 기점으로 수비 대형을 4141에서 442로 바꿉니다. 


왜 442인가? 


1. 상대윙과의 1v1 부담


전반 25분동안 멕시코의 양 윙 벨라와 로사노는 계속해서 브라질의 풀백들을 괴롭혔습니다. 특이하게도 왼발이 주발인 벨라가 왼쪽에, 오른발이 주발인 로사노가 오른쪽에 배치되었죠. 이는 측면 넓은 지역에서 너비를 확보하면서 1v1싸움을 유리하게 가져가려는 의도로 보였습니다. 중앙에서 빠르게 횡적 전환을 시켜주면 넓은 지역에서 브라질 윙들이 수비 가담을 하기 전에 빠르게 풀백과 1v1싸움을 할 수 있었고 벨라와 로사노는 이 싸움에 자신이 있었죠. 이에 따라 브라질은 전환 상황(역습, 횡적 전환 모두)에서 풀백들이 상당히 고생했습니다. 


그런데 442로 바꾸면서 브라질 풀백들은 수비시에 윙들의 도움을 빠르게 받을 수 있었습니다. 기존 대형보다 양 윙(이때 윙은 윌리안, 쿠티뉴)들이 낮은 위치에서 상대의 전환에 더 빠르게 대응할 수 있게 되었고 멕시코는 측면에서 전진할 공간이 줄어들었습니다. 오히려 윙들이 측면에서 고립되곤 했죠. 이 때문에 멕시코는 로사노와 벨라의 위치를 바꿔보기도 했지만 중앙 지역 역시 브라질이 단단하게 막아놓고 있었기에 쉽진 않았습니다. 


(측면 넓은 지역에서 너비를 확보했던 벨라. 4141(내지는 433) 수비 대형에서 횡적 전환에 쉽게 1v1 장면을 내주며 고전했던 브라질)


(비록 볼을 끊지는 못했지만 442 대형 하에서 훨씬 횡적 전환에 빠르게 협력수비가 이루어졌던 모습)




2. 네이마르의 높은 지역 영향력 증가


전반 25분간 네이마르는 내려와서 압박 탈출에 도움을 주려했으나 알바레스의 철저하고 거친 마킹과 협력수비에 고전했습니다. 그러나 442로의 변화 이후 네이마르가 수비 부담이 줄면서 대신 위로 올라갔고 쿠티뉴가 반대로 보다 낮은 지역에서 팀의 전진을 도왔습니다. 433하에서는 중앙 공간이 상대의 3미들의 대인마크에 묶였지만 442로의 변화 후에는 수비형 미드필더 주위로 수적 우위가 발생하면서 중앙 지역을 통한 페네트레이션이 수월해졌습니다. 네이마르와 파울리뉴가 상대 수비형 미드필더 주위에서 수적 우위를 갖고 가면 쿠티뉴가 아래에서 볼의 전진을 도와 전방으로 연결시키거나 아예 다이렉트로 후방에서 전진시키기도 했죠. 전반 25분 이후 브라질의 전진패스는 매우 높은 성공률을 보였습니다. 


(동그라미로 표시된 선수가 쿠티뉴. 측면에서 네이마르가 많이 내려와서 빌드업을 도와주고 쿠티뉴가 그 빈자리를 채우는 형태를 시도하려 했던 전반 25분 이전의 브라질. 그러나 쉽지 않았습니다.)


(중원에서 볼을 잡은 쿠티뉴와 더 높은 지역에서 공격에 영향을 미치는 네이마르)


(브라질이 442하에서 성공적인 페네트레이션을 가져간 방법. 수비형 미드필더 주변으로 수적 우위를 만드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공간 창출)


 

또한 중앙 지역에 공간이 발생하면서 윌리안의 경기 참여도가 매우 급격히 늘었습니다. 전반 초반에는 측면 넓은 지역으로만 공간이 제한되면서 매우 실망스러운 경기력을 보였지만 전반 25분 이후로 중원을 장악하면서 윌리안이 중앙에서 활약할 공간이 열리게 된 것이죠. 윌리안은 공간이 없을땐 답답해도 중앙지역에 공간이 발생한다면 무시무시한 선수가 됩니다. 특히 후반전에는 중앙에서 더욱 시간을 보내면서 빌드업 가담 및 전환시 드리블로 볼을 전진시키는 능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선제골 장면. 쿠티뉴의 낮은 위치에서의 공격 가담, 네이마르에게 쏠린 마크, 윌리안의 중앙 이동. 모든 것이 완벽하게 작동한 선제골 장면)


(전환 상황에서 윌리안의 드리블 전진 능력)



(전반전 23분을 경계로 브라질과 멕시코의 전반전 슛 개수 차이: 0-23분 브라질 1개, 멕시코 4개; 23-45분 브라질 9개, 멕시코 1개

https://twitter.com/FutbolAvanzado/status/1013796127353856001



밸런스 갖춘 '팀 브라질' 


선제골 이후 브라질은 무리하게 공격하기보단 밸런스를 유지하며 상대의 강점인 역습 위협을 줄였습니다. 442블록을 잘 유지하면서 최종 수비라인과 미드필더라인 사이를 좁게 가져가면서 상대가 중앙에서 뭔가 만들어내기 어렵게했죠. 에레라가 볼 끌고 과르다도가 볼을 뿌려주면서 측면에서 1v1을 만들어내기가 어려워졌습니다. 


(멕시코의 불안한 횡적 전환)


상대에게 중원싸움에서 밀리게 된 멕시코는 후반 중반에 조나단 도스 산토스를 투입하며 마르케스보다 위에서 볼을 잡고 패스로 기회를 만들 선수를 더 투입합니다. 그러나 조도산의 경기 참여도는 미미한 수준이었죠. 게다가 멕시코의 공격이 점점 측면 윙 자원들에 의존도가 높아진 것도 문제였습니다. 라울 히메네스를 향한 크로스도 무의미했습니다. 


(교체로 들어간 조도산의 상태)


갈수록 멕시코는 전방 3명의 수비 가담을 줄이며 한 방을 노리지만 오히려 브라질에게 측면을 내주면서 풀백들이 부담없이 전진하기 시작했죠. 


반면 브라질은 442대형을 계속 경기 끝까지 유지하면서 카세미루, 실바, 미란다의 활약을 토대로 중앙 지역을 완전히 방어하고 윌리안의 드리블 능력을 통해 빠른 전환을 해내며 굉장히 안정적인, '팀으로서의 브라질'을 보여주었습니다. 72분부터는 쿠티뉴와 제주스가 자리를 바꾸며 체력적으로 더 좋은 제주스가 더욱 수비가담을 하도록 했고 페르난지뉴와 피르미누를 투입하며 후반 끝까지 체력면에서 안정적으로 경기를 끝낼 수 있도록 했습니다. 


(90+6분까지도 완벽하게 중앙을 방어하는 브라질)


(16강까지 브라질의 상대팀들 유효슈팅 개수: 스위스 2개, 코스타리카 0개, 세르비아 2개, 멕시코 1개. 90분당 1.15개의 유효슈팅을 받아낸 브라질

https://twitter.com/FutbolAvanzado/status/1013812634561507331)


(가로축은 상대팀의 슛 중에서 얼마나 많은 슛이 유효슈팅이 되었는가를 나타내는 퍼센트, 세로축은 상대의 슛 중에서 얼마나 많은 슛이 수비에 의해 블록되었는가를 나타내는 퍼센트/가로축 기준으로 브라질이 단연 꼴등: 즉 상대팀으로 하여금 유효슛 자체를 거의 못 쏘게 만들었다는 뜻, 세로축 관점에서는 33% 정도의 슛을 수비진이 블로킹해냄

https://twitter.com/FutbolAvanzado/status/1014140427149172737)



개인능력에 의해서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팀으로 하나되어 움직이는 티테 감독의 브라질이 다음 경기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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