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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2 - 0 멕시코

득점: (BRA) 네이마르, 피르미누/(MEX) -


양 팀 라인업



브라질의 전형적 빌드업을 방해한 멕시코 수비 형태


브라질은 평소에 기초 빌드업 상황에서 중앙 수비로 부터 출발하고 풀백들이 높이 올라가지 않고 중앙 수비로부터의 전진을 돕습니다. 또한 중앙 미드필더 1~2명이 역시 중앙 수비 근처에서 상대 압박의 탈출구 역할을 합니다. 비교적 최근의 예선이나 평가전을 보면 상대가 대인 위주의 전방 압박을 시행할 경우 때때로 불안함을 노출하기도 했지만 카세미루를 통해 탈출하며 안정감을 되찾는 경우가 많았죠. 


따라서 브라질은 기초 빌드업 상황에서 이러한 각자의 역할로 인해, 또한 역-역습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5-6명이 자기 진영에서 위치를 잡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코스타리카 전은 상대가 백5로 수비라인을 구성하여 조금 더 전진을 추구하긴 했지만 다른 경기에선 웬만하면 이러한 형태로 빌드업을 시작하곤 했습니다. 


멕시코는 이러한 브라질의 빌드업 형태의 약점을 노렸습니다. 압박의 탈출구를 모조리 막아버렸습니다. 벨라와 로사노가 각각 상대의 풀백을 대인마크했고, 무엇보다도 치차리토가 카세미루를 자기 시야에 항상 두면서 카세미루를 향한 패스가 가기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멕시코의 수비형태. 양 윙이 상대 풀백을 마크, 치차리토는 카세미루를 자기 시야에 항상 두면서 패스가 가기 어렵게 견제)


이에 더해서 멕시코는 최종 수비라인을 30m정도에 두면서 대인마크를 통해 상대를 압박하던 최전방 선수들과의 거리를 적절히 좁힐 수 있었죠. 브라질은 네이마르가 내려오고 그 내려간 공간을 쿠티뉴가 활용하려했지만 네이마르는 상대가 상하좌우로 적절히 위치해 있었기에 금방 묶였습니다. 반대편 사이드는 윌리안이 좁은 공간에서 활약도가 좋지 못한 편이기에 더욱 좋지 못했습니다. 덕분에 멕시코는 상당히 자주 하프라인 즈음에서 볼 탈취에 성공했습니다. 


알바레스를 오른쪽 풀백에 둔 것도 주효했습니다. 상당히 수비적인 풀백 역할을 맡으면서 오버래핑을 자제하면서 네이마르를 집중 마크했고 적어도 전반전엔 상당히 패기있는 경기를 보여주었죠. 


(전반전에 네이마르를 집중 수비했던 알바레스)


경기의 전환점: 442로 포진을 바꾼 브라질


대략 전반 25분동안 고전하던 브라질은 25분을 기점으로 수비 대형을 4141에서 442로 바꿉니다. 


왜 442인가? 


1. 상대윙과의 1v1 부담


전반 25분동안 멕시코의 양 윙 벨라와 로사노는 계속해서 브라질의 풀백들을 괴롭혔습니다. 특이하게도 왼발이 주발인 벨라가 왼쪽에, 오른발이 주발인 로사노가 오른쪽에 배치되었죠. 이는 측면 넓은 지역에서 너비를 확보하면서 1v1싸움을 유리하게 가져가려는 의도로 보였습니다. 중앙에서 빠르게 횡적 전환을 시켜주면 넓은 지역에서 브라질 윙들이 수비 가담을 하기 전에 빠르게 풀백과 1v1싸움을 할 수 있었고 벨라와 로사노는 이 싸움에 자신이 있었죠. 이에 따라 브라질은 전환 상황(역습, 횡적 전환 모두)에서 풀백들이 상당히 고생했습니다. 


그런데 442로 바꾸면서 브라질 풀백들은 수비시에 윙들의 도움을 빠르게 받을 수 있었습니다. 기존 대형보다 양 윙(이때 윙은 윌리안, 쿠티뉴)들이 낮은 위치에서 상대의 전환에 더 빠르게 대응할 수 있게 되었고 멕시코는 측면에서 전진할 공간이 줄어들었습니다. 오히려 윙들이 측면에서 고립되곤 했죠. 이 때문에 멕시코는 로사노와 벨라의 위치를 바꿔보기도 했지만 중앙 지역 역시 브라질이 단단하게 막아놓고 있었기에 쉽진 않았습니다. 


(측면 넓은 지역에서 너비를 확보했던 벨라. 4141(내지는 433) 수비 대형에서 횡적 전환에 쉽게 1v1 장면을 내주며 고전했던 브라질)


(비록 볼을 끊지는 못했지만 442 대형 하에서 훨씬 횡적 전환에 빠르게 협력수비가 이루어졌던 모습)




2. 네이마르의 높은 지역 영향력 증가


전반 25분간 네이마르는 내려와서 압박 탈출에 도움을 주려했으나 알바레스의 철저하고 거친 마킹과 협력수비에 고전했습니다. 그러나 442로의 변화 이후 네이마르가 수비 부담이 줄면서 대신 위로 올라갔고 쿠티뉴가 반대로 보다 낮은 지역에서 팀의 전진을 도왔습니다. 433하에서는 중앙 공간이 상대의 3미들의 대인마크에 묶였지만 442로의 변화 후에는 수비형 미드필더 주위로 수적 우위가 발생하면서 중앙 지역을 통한 페네트레이션이 수월해졌습니다. 네이마르와 파울리뉴가 상대 수비형 미드필더 주위에서 수적 우위를 갖고 가면 쿠티뉴가 아래에서 볼의 전진을 도와 전방으로 연결시키거나 아예 다이렉트로 후방에서 전진시키기도 했죠. 전반 25분 이후 브라질의 전진패스는 매우 높은 성공률을 보였습니다. 


(동그라미로 표시된 선수가 쿠티뉴. 측면에서 네이마르가 많이 내려와서 빌드업을 도와주고 쿠티뉴가 그 빈자리를 채우는 형태를 시도하려 했던 전반 25분 이전의 브라질. 그러나 쉽지 않았습니다.)


(중원에서 볼을 잡은 쿠티뉴와 더 높은 지역에서 공격에 영향을 미치는 네이마르)


(브라질이 442하에서 성공적인 페네트레이션을 가져간 방법. 수비형 미드필더 주변으로 수적 우위를 만드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공간 창출)


 

또한 중앙 지역에 공간이 발생하면서 윌리안의 경기 참여도가 매우 급격히 늘었습니다. 전반 초반에는 측면 넓은 지역으로만 공간이 제한되면서 매우 실망스러운 경기력을 보였지만 전반 25분 이후로 중원을 장악하면서 윌리안이 중앙에서 활약할 공간이 열리게 된 것이죠. 윌리안은 공간이 없을땐 답답해도 중앙지역에 공간이 발생한다면 무시무시한 선수가 됩니다. 특히 후반전에는 중앙에서 더욱 시간을 보내면서 빌드업 가담 및 전환시 드리블로 볼을 전진시키는 능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선제골 장면. 쿠티뉴의 낮은 위치에서의 공격 가담, 네이마르에게 쏠린 마크, 윌리안의 중앙 이동. 모든 것이 완벽하게 작동한 선제골 장면)


(전환 상황에서 윌리안의 드리블 전진 능력)



(전반전 23분을 경계로 브라질과 멕시코의 전반전 슛 개수 차이: 0-23분 브라질 1개, 멕시코 4개; 23-45분 브라질 9개, 멕시코 1개

https://twitter.com/FutbolAvanzado/status/1013796127353856001



밸런스 갖춘 '팀 브라질' 


선제골 이후 브라질은 무리하게 공격하기보단 밸런스를 유지하며 상대의 강점인 역습 위협을 줄였습니다. 442블록을 잘 유지하면서 최종 수비라인과 미드필더라인 사이를 좁게 가져가면서 상대가 중앙에서 뭔가 만들어내기 어렵게했죠. 에레라가 볼 끌고 과르다도가 볼을 뿌려주면서 측면에서 1v1을 만들어내기가 어려워졌습니다. 


(멕시코의 불안한 횡적 전환)


상대에게 중원싸움에서 밀리게 된 멕시코는 후반 중반에 조나단 도스 산토스를 투입하며 마르케스보다 위에서 볼을 잡고 패스로 기회를 만들 선수를 더 투입합니다. 그러나 조도산의 경기 참여도는 미미한 수준이었죠. 게다가 멕시코의 공격이 점점 측면 윙 자원들에 의존도가 높아진 것도 문제였습니다. 라울 히메네스를 향한 크로스도 무의미했습니다. 


(교체로 들어간 조도산의 상태)


갈수록 멕시코는 전방 3명의 수비 가담을 줄이며 한 방을 노리지만 오히려 브라질에게 측면을 내주면서 풀백들이 부담없이 전진하기 시작했죠. 


반면 브라질은 442대형을 계속 경기 끝까지 유지하면서 카세미루, 실바, 미란다의 활약을 토대로 중앙 지역을 완전히 방어하고 윌리안의 드리블 능력을 통해 빠른 전환을 해내며 굉장히 안정적인, '팀으로서의 브라질'을 보여주었습니다. 72분부터는 쿠티뉴와 제주스가 자리를 바꾸며 체력적으로 더 좋은 제주스가 더욱 수비가담을 하도록 했고 페르난지뉴와 피르미누를 투입하며 후반 끝까지 체력면에서 안정적으로 경기를 끝낼 수 있도록 했습니다. 


(90+6분까지도 완벽하게 중앙을 방어하는 브라질)


(16강까지 브라질의 상대팀들 유효슈팅 개수: 스위스 2개, 코스타리카 0개, 세르비아 2개, 멕시코 1개. 90분당 1.15개의 유효슈팅을 받아낸 브라질

https://twitter.com/FutbolAvanzado/status/1013812634561507331)


(가로축은 상대팀의 슛 중에서 얼마나 많은 슛이 유효슈팅이 되었는가를 나타내는 퍼센트, 세로축은 상대의 슛 중에서 얼마나 많은 슛이 수비에 의해 블록되었는가를 나타내는 퍼센트/가로축 기준으로 브라질이 단연 꼴등: 즉 상대팀으로 하여금 유효슛 자체를 거의 못 쏘게 만들었다는 뜻, 세로축 관점에서는 33% 정도의 슛을 수비진이 블로킹해냄

https://twitter.com/FutbolAvanzado/status/1014140427149172737)



개인능력에 의해서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팀으로 하나되어 움직이는 티테 감독의 브라질이 다음 경기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해 봅니다.

and

[Axel Torres] 아시아 축구의 두 강호인 한국과 일본은 조별 단계 마지막 경기에서 서로 반대되는 역사의 주인공이었습니다. 일본은 유럽 국가도 아메리카 대륙 국가도 아닌 16강 진출국이 되었고 반면 한국은 대회에서 가장 달콤한 탈락 이후 집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실용적인 관점에서 볼때 둘 중 한 국가의 사람이 되기를 택해야 한다면 우리는 누가 되고 싶은지 명백해 보입니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들어가보면 현재에는 소득이 없지만 축구 역사에는 훨씬 더 기억에 남을지 모르는 한국의 성취를 버리기에는 아쉽습니다.



한국의 과거 성취들


한국 축구는 항상 유럽의 큰 나라들의 축구 이야기를 구성하는 데 있어서 이상한 능력을 갖고 있었습니다. 남한, 북한 모두 그랬습니다. 1966년에는 아무도 알지 못하는 팀을 맞아 트라우마적인 탈락을 겪었습니다: 북한은 호기심과 무지에 둘러싸인 채 잉글랜드 월드컵에 도달했고 모든 예측을 뒤엎고 이탈리아를 이기며 8강에 갔습니다. 그 전에는 그 어떤 아시아 팀도 월드컵 조별 단계를 통과한 적이 없습니다. 그 예상치 못한 재앙은 이탈리아 사회에 큰 영향을 주어서 수년 뒤 Marco Tulio Giordana의 엄청난 TV시리즈 'La meglio gioventu'에도 포함되었습니다.


그 다음은 명백히 2002년 대한민국입니다. 논란이 있는 판정과 함께 거스 히딩크에 의해 이끌어진 좋았던 그 팀은 연속으로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을 무너뜨렸고 멜렌디는 기억하기 쉬운 여름철 히트곡에서 "한국이 우리를 월드컵에서 파괴시킨 후에..."라며 노래를 부르기도 했습니다.


미래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는 것은 금방이지만 1938년 이래로 지난 수요일 카잔에서 처음으로 조별 단계에서 독일이 떨어진 바로 그 패배에 관한 문화적 산물이 나타날 것임은 쉽게 보입니다. 이는 특히 예상치 못했던 결과인데 왜냐하면 독일을 무너뜨린 한국이 조별 단계를 통과하기에는 너무나도 적은 경우의 수를 갖고 그 경기를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을 때 2골을 넣었죠. 거기에 이 성취의 아름다움이 있었습니다: 한국은 명예를 위해 싸웠고 마치 월드컵을 우승한 것처럼 축하했습니다. 비록 돌아갈 비행기가 기다리고 있었지만. 그들은 독일을 이기는 것이 역사를 만드는 것임을 알고 있었고 경쟁적인 것과 수학적인 것 그 이상임을 알고 있었습니다. 서울의 바에서는 10년간 조현우의 선방과 승리를 향한 손흥민의 달리기에 대해 회자될 것입니다.



패배를 축하하다


다음날 일본은 반대의 이야기를 쓰며 16강에 진출했습니다. 

대회에 살아 남았다는 것을 축하했지만 이상한 방식에 대해서 부끄러워 했죠.: 이미 탈락한 폴란드를 상대로 최소한의 격차로의 패배를 유지하고 다른 경기에서 세네갈이 동점을 만들지 않기를 바란 것 말입니다.


저라면 한국을 택할 것입니다.



https://www.elperiodico.com/es/opinion/20180629/articulo-axel-torres-ser-japon-ser-corea-6916846

and

아르헨티나 1 - 1 아이슬란드

득점: (ARG) 아구에로/(ISL) 핀보가손


양 팀 라인업



유로 2016의 동화를 이젠 월드컵에서-


(2년전 직관 사진... 아이슬란드의 첫 메이저 대회, 첫 경기, 그리고 메이저 대회 첫 승점을 따낸 그 장면을 직접 눈으로 봤다는 것이 감동이었습니다.)


유로 2016 대회 기간동안 가장 충격을 주었던 팀 중 하나인 아이슬란드가 월드컵 예선을 성공적으로, 조 1위로 통과하며 다시금 충격을 주었습니다. 유로 2016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라거벡 감독이 공동 감독 체제에서 물러나고 할그림손 단독 감독 체제로도 과연 잘해낼 수 있을 것인가 궁금했는데, 할그림손 감독은 공동 감독 체제보다 더욱 유연한 전술을 보여주며 유럽 내 우수한 팀들을 제치고 당당하게 조 1위로 팀을 월드컵에 올려놓았습니다.


뚜껑을 열어보니 아이슬란드의 팀 철학은 여전히 강력했고, 특히 그들의 수비는 세계 최고 몸값을 자랑하는 아르헨티나의 공격진을 잘 견제해내면서 월드컵 첫 승점까지 따내게 해주었습니다.



기본 컨셉: 수비 시스템, 수비로의 전환 시스템



유로 2016 당시에도 그랬지만, 여전히 아이슬란드의 수비 컨셉은 442 대형을 기반으로 한 지역 위주의 압박을 시행하는 것입니다. 10명의 필드플레이어들은 수비시 전부 팀 수비에 참여하고 4+4+2의 기본적인 대형을 최대한 유지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선수들끼리의 좌우, 상하 간격을 최대한 좁혀서 부족한 개인 능력을 커버 형태로 채워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본격적으로 팀 단위 압박이 시작되는 지점은 대개 하프라인부터지만, 상황에 맞게 때로는 공격수들이 상대 골키퍼부터 가까이 다가가는 것을 시도하기도 합니다. 



한편, 공격에서 수비로의 전환 시스템을 살펴보면 선수 하나하나에 대인마크를 붙여 최종 수비까지 전환 과정에서 하프라인을 넘기보다는(ex. 하인케스 바이에른 뮌헨) 지역 중심의 볼 탈취를 선호하며, 이 과정에서 공격수와 미드진은 본인이 위치하고 있는 지역에 볼을 가진 상대 선수가 역습을 시도할 경우 빠르게, 볼을 빼앗기자마자 압박하여 적어도 역습의 '지연'을 시도합니다. 이때 최종 수비진은 미드진과 적절한 거리를 두면서도 빠르게 아래로 내려가 대형을 갖춥니다. 



상대의 기초 빌드업에 대한 수비: 마스체라노 견제하기


아르헨티나는 중앙 수비로부터 기초 빌드업이 시작되었습니다. 중앙 수비와 2명의 미드필더들이 공을 오랜 시간 가지면서 후방 점유율을 높이면서 기회를 모색했죠. 아이슬란드는 이에 대해 전반 초반에 어떤식으로 수비할지를 잘 보여주었습니다.



일차적인 목표는 중앙 수비가 마스체라노가 아닌 측면으로 볼을 이동시키도록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중앙 수비를 막는 공격수의 몸의 자세가 45도 정도로 측면을 바라보고 상대를 견제하죠. 이후 풀백에게 공이 전달되고 마스체라노에게 공이 이어지면 아이슬란드 선수들은 순간적으로 삼각 대형을 구성하며 마스체라노의 패스 선택지를 후방으로 좁힙니다. 이를 완수한 아이슬란드 투톱은 그제서야 442 블록을 구성하며 후퇴하게 되죠. 그러나 여전히 마스체라노를 위주로 견제하고 빌리아는 많은 공간을 갖습니다. 


비록 후반으로 흐르면서 압박 시작 위치가 점차 낮아지고 마스체라노의 패스가 점차 전진패스가 늘어나게 됩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2미들 중 아이슬란드의 주요 목표는 마스체라노였습니다.  



측면 수비 비대칭 전략


아르헨티나가 아이슬란드 진영으로 전진하면 기본적으로 442 대형을 유지하며 지역 위주로 수비를 했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측면 수비 전략이 조금은 달랐습니다. 먼저 아르헨티나 기준 오른쪽, 아이슬란드 기준 왼쪽을 보면 아르헨티나의 오른쪽 윙으로 나섰던 메사는 아르헨티나 선수들이 후방에서 볼을 갖고 있으면 넓고 깊이 위치하면서 자신을 담당하는 아이슬란드 수비를 아래로 누르고 이때 위에서 생긴 공간을 풀백으로 나섰던 살비오가 활용하는 식이었죠. 이에 대응하는 아이슬란드 수비 형태는 철저한 지역방어와 커버였습니다. 중앙 미드필더들과 거리를 좁혀 위치했던 왼쪽 윙 비아르나손이 빠르게 살비오를 견제해야 했죠. 때때로 아이슬란드의 왼쪽 풀백이 높은 지역으로 올라올 경우 아이슬란드의 왼쪽 윙 비아르나손은 제때에 왼쪽 풀백자리를 커버하기도 했습니다. 덕분에 이쪽 측면은 항상 2v2 상황이 유지되었죠. 메사와 살비오는 효과적으로 이러한 2v2 상황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지 못했습니다. 


(동그라미친 선수가 비아르나손. 비록 살비오가 아닌 메시가 오른 측면에 위치했습니다만 중앙에 좁게 섰던 비아르나손이 어떻게 측면을 커버했는지 보여주는 장면)


(아이슬란드 왼쪽 측면 수비 대형)


반면 아르헨티나의 왼쪽은 디마리아가 완전히 터치라인을 밟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완전히 중앙도 아닌 애매한 위치에 있었고, 왼쪽 풀백인 탈리아피코가 계속해서 높이 전진했습니다. 특이하게도 아이슬란드는 이쪽 측면만큼은 대인마크가 우선이 되는 수비방식을 택했죠. 탈리아피코가 높이 전진하면 전진하는대로 아이슬란드의 오른윙 그뷔드뮌손이 그대로 따라붙었습니다. 


문제는 이 수비방식에서 나왔습니다. 오른쪽 측면만 대인마크가 우선시되는 바람에 때때로 4+4+2 블록 형태가 깨지고 5+3+2 형태에 가까운 수비 모습이 나오게 됩니다. 이로인해 5와 3 사이, 특히 3에 위치한 중앙 미드필더들의 오른쪽 뒤 지역에 공간이 꽤 발생하게 됩니다. 


(탈리아피코에 대한 대인 마크로 인해 발생한 공간)


실점 장면도 보면, 그뷔드뮌손과 중앙 미드진 사이 거리가 너무 멀어지게 되면서 후방에서 다이렉트로 볼을 편하게 줄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었죠. 


(아이슬란드 선제골 실점 장면)


이러한 문제로 인해 아이슬란드는 간간히 투톱 중 한 명이 오른쪽 공간을 커버하러 내려오면서 5-4-1 형태로 수비를 하기도 했습니다. 



메시를 견제하라


결국 이래저래 아르헨티나에서 가장 신경쓰이는 선수는 메시가 될 수밖에 없는데 아이슬란드는 메시를 견제하기 위해 상당히 고심을 많이하고 나온 것으로 보였습니다. 일차적으로는 상하 간격을 좁히면서 라인 사이 공간에서 메시가 활약하기 힘들게 만들었고, 메시가 수비 블록 바깥으로 나오면 무조건 2명이 메시 앞에 붙으면서 협력 대인 방어를 실시했죠. 


여기에 더해서 아이슬란드가 정말 잘한 것은 위에서 내려와서 뒤에서 수비하기였습니다. 박경훈 감독님 기사에서도 언급된 부분이지만, 이것이 잘 이루어지면서 메시가 팀의 플레이를 조립하기가 상당히 힘겨워졌죠. 두 명이 협력수비를 시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메시는 빠르게 볼을 처리하기가 어려웠는데 예상치 못한 '뒤에서 수비하기'로 인해 메시는 판단 속도를 더 빠르게 가져가야 했죠. 


(메시의 앞에서는 2인 협력 수비, 뒤에서는 공격수들의 볼 탈취)


위는 메시가 볼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의 수비 방식이라면 이번에는 공이 없는 상황에서 메시가 잘하는 것을 못하게끔 막는 것을 보죠. 바르셀로나에서도 그랬듯 메시는 측면에서 낮은 크로스 컷백을 좋은 위치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받아서 넣기도 합니다. 이를 인지한 아이슬란드 수비진은 공이 측면 깊숙한 지역에서 돌면 무조건 컷백을 우선적으로 막는 그런 수비 자세를 취했죠. 일차적으로는 아예 하프라인 부근부터 지역방어를 통해 올라올 공간을 없애버리는 것이 좋겠지만(물론 라인이 어느 정도 중간 지점 즈음에 설정된 전반에는 굉장히 잘 이루어짐) 그렇지 못하고 상대가 올라올 경우 아이슬란드의 왼쪽 측면은 컷백을 우선적으로 방어했습니다. 이때 무조건 최종 수비 라인 주변에는 반드시 공간을 커버하는 선수가 위치했습니다.


(아이슬란드의 컷백 수비 방식)



후반전: 라인 사이가 공략 당해도 끝까지 집중한 아이슬란드 수비진


비록 4+4+2 대형으로 수비를 하면서 상하 간격을 좁혔던 아이슬란드 수비진이지만, 후반 들어서 유독 라인 사이 공간으로 아르헨티나 선수들이 좋은 전진패스를 넣어주는 빈도가 늘었습니다. 라인이 내려가며 아르헨티나 선수들이 생각할 시간이 늘은 것도 있겠지만 이 지역 수비에 대한 앞선에서 위치 선정이 그렇게 좋지는 않았다고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슬란드 수비진은 전진패스를 내주더라도 집중력을 잃지 않고 상하, 좌우 간격이 좁은 것을 잘 활용하여 빠른 커버에 성공했습니다. 


(라인 사이 공간에 위치한 선수에게 패스가 전달되었으나 빠르게 대처한 아이슬란드 수비진)


(최전방에 다이렉트한 패스가 전달되었으나 노련하게 대처한 사이바르손; 사이바르손은 소금공장 휴가내고 온 선수로 유명하죠.)


후반 들어서 이런 식으로 라인 사이 공간이 꽤 공략 당했는데 개인 단위에서 대처도 훌륭했고, 페널티 선방도 훌륭했는데 여기에 더해 팀적으로는 후반 중반 정도에 451로의 포메이션 변환 역시 라인 사이 공간에 대한 대처로 크게 나쁘지는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더군다나 문제시되던 오른쪽 라인 대인마크로 인한 간격 벌어짐도 4+5+1 대형과 5+4+1 대형을 번갈아가며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선택이었죠. 



여튼 지금까지 아이슬란드가 어떻게 아르헨티나 공격을 막아냈는가에 집중해서 경기를 바라보았습니다. 아이슬란드의 다음 상대가 또 크로아티아, 나이지리아라는 만만치 않은 상대들인데 어떻게 대응할지,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해집니다.


and

포르투갈 3 - 3 스페인

득점: (POR) 호날두(X3)/ 코스타(X2), 나초 페르난데스


양 팀 라인업


2018 월드컵 조별 단계에서 가장 기대되었던 경기


이번 러시아 월드컵을 기다렸던 모든 사람들이 바로 이번 '이베리코 더비', 즉 포르투갈 대 스페인 경기를 가장 손꼽아 기대했을 것입니다. 포르투갈과 스페인 사이에는 그들 사이의 역사, 그리고 이를 넘어 2010년대로 넘어오는 시기 무리뉴로 대표되는 포르투갈의 전술 주기화와 과르디올라로 대표되는 스페인 중심 Juego de posición 의 발전, 그리고 호날두와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이 모든 것이 엮여있습니다. 비록 포르투갈의 스쿼드는 2002년, 2006년을 넘어오며 점차적으로 퀄리티가 좋지 않아진 느낌이 들지만 여전히 호날두라는 대스타가 활약하고 있다는 점에서 절대 무시할 수 없는 팀이고, 그렇기에 B조 포르투갈 대 스페인 경기는 이번 대회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경기였습니다.



적극적인 라인 사이 공략으로 전반 초반부터 페널티킥을 얻어낸 포르투갈


포르투갈은 전반 시작부터 최종 수비진을 기점으로 해서 적극적으로 경기에 제대로 들어오지 못한 스페인의 수비 라인 사이를 노렸습니다. 두어차례는 최후방에서부터 전방의 브루노 페르난데스를 향한 롱볼로 스페인 최종 수비라인을 노출시키는가 하면 또 다른 장면에서는 역시나 포르투갈의 왼쪽 측면을 위주로 빠르게 패스플레이를 가져가면서 채 정돈되지 못한 스페인의 최종 수비라인과 미드필더 라인 사이 공간을 이용했죠. 


결국 전반 2분만에 최후방에서의 롱볼을 이용한 직접적인 스페인 최종수비라인 노출이 통했고, 세컨볼을 위주로 움직였던 호날두가 빠르게 볼을 전진시키면서 페널티킥을 만들어냅니다.




스페인의 오버로드 vs 포르투갈의 442 지역방어


이른 시간 실점한 스페인은 실점 이후에야 제대로 자신들이 하려던 축구를 보여주기 시작합니다. 중앙 수비로부터 시작되는 빌드업을 통해 상대 진영에서는 이스코가 자신의 포지션에 구애받지 않고 상대 수비 라인 사이 안팎을 오가면서 스페인의 공격 전개를 이끌었습니다. 


한편 포르투갈은 스페인의 공격에 대해 442 포메이션 형태를 유지하며 지역 방어 형태의 수비를 택했습니다. 압박 시작 위치는 대개 자기 진영부터 시작되었으며 지역 방어와 커버 위주의 수비를 택했죠. 


스페인의 전반전 공격 전개 특징은 상당히 왼쪽 측면에 치우쳐 진행되었다는 점입니다. 이스코가 왼쪽에서 공격 전개를 시작했고 이니에스타, 알바와의 조합을 통해 공격을 진행하면서 더욱 그런 경향이 두드러졌죠. 뿐만 아니라 왼쪽에서 공격이 전개되면 스페인 공격에 가담하는 선수가 한 두명 더 왼쪽에 가세했습니다. 때로는 코스타가, 때로는 오른 윙으로서 선발에 나섰던 다비드 실바까지도 왼쪽에 가세하며 일명 '오버로드'를 통한 수적 우위를 가져가고자 했죠. 이는 로페테기 감독때부터 이어져온 스페인 공격의 특징 중 하나입니다. 다수의 선수가 한 쪽 측면에 모여서 자기 포지션에 구애받지 않고 끊임없이 움직이며 사각형을 만들면서 페네트레이션이 진행되곤 했습니다. 


(스페인의 오버로드를 통한 공격 전개 과정)


다만 생각보다 포르투갈이 지역방어 대형을 잘 유지하면서 상대의 오버로드 전술에 속아 넘어가지 않고 자신의 지역을 최대한 지켜내면서 전반전 내내 스페인은 점유를 했지만 한 골 밖에 만들어내지 못했죠. 이렇게 포르투갈이 오버로드 전술에 속아넘어가지 않은 이유로는 후방에서 상대의 압박을 역이용하지 못한점, 그리고 횡적 전환의 부재로 생각됩니다. 


일차적으로 기초 빌드업 과정에서 부스케츠의 활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상대가 투톱을 통해 스페인의 중앙 수비진과 미드필더 사이 공간을 압박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부스케츠를 최종 수비라인과 동일 선상에 놓으며 플레이에 자유도를 주어 경기를 조율할 수 있었음에도 아주 가끔씩 그렇게 활용될 뿐이었습니다. 비록 라모스가 높은 패스 성공률을 통해 팀의 전진이 가능해지기는 했지만 보다 주도적으로 후방에서 공격 방향이 정해지지 못했죠. 거의 대부분의 공격 장면이 라모스-이스코로부터 무조건 왼쪽 측면에서만 전개되었습니다. 


다만 코스타의 첫 동점골 당시에는 부스케츠가 넓은 공간을 갖고 주도적으로 공격을 진행하면 어떤 위력이 있는지 보여주었죠. 역습 상황에서 부스케츠에게 많은 공간이 주어졌고 코스타에게 다이렉트로 볼을 보내주며 동점골이 기점이 되었습니다. 


어쨌든 이런식으로 후방에서 올라오면 포르투갈은 포르투갈 기준 오른쪽에만 압박을 집중하면 되는 상황이 조성되었습니다. 스페인의 오른쪽 라인이 전혀 위협을 주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카르바할이라는 전문 풀백의 부재도 아쉬웠지만 왼쪽에서 오버로드를 통해 공격이 전개되는 상황에서 횡적 전환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코케가 밸런스를 잡아주면서 압박이 몰린 왼쪽 측면에서 빠르게 빠져 나올 수 있음에도 이스코는 자기 주변의 선수만 활용할 뿐이었죠. 빠른 횡적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포르투갈의 지역 방어 대형이 좌우로 흔들릴 일이 별로 없었습니다. 


(낮은 지역에서 볼을 배급할 때도, 박스 앞 하프스페이스에서도 오른쪽을 바라보지 않는 이스코)


이러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그리고 한 골 밖에 넣지 못했음에도) 스페인이 슛까지 가져갔던 것은 포르투갈의 중앙 미드진의 기동력이 너무 좋지 못했기 때문으로 생각됩니다. 무티뉴는 그렇게 수비 위치 선정이 좋은 편이 아닌데다가 민첩하지 못하고, 윌리엄 카르발류는 나름 위치 선정도 괜찮고 일대일 상황에서 커팅 능력도 좋지만 역시나 기동력이 좋지 못하죠. 상대가 끊임없는 오프더볼 움직임을 가져가는 상황에서 자신들의 뒤로 들어오는 선수들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한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포르투갈 중앙 미드진의 좋지 못한 기동력이 상대 슛팅 공간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한 원인이 되었습니다.)


(이스코 주변에서 헤매는 주앙 무티뉴)


(슛팅 존을 너무 자유롭게 두는 무티뉴-카르발류)



포르투갈의 공격: 상대보다 발은 빠르지만...


포르투갈의 공격진을 구성했던 게드스나 호날두, 베르나르두 실바 같은 선수들은 역습 상황에서 정말 빠르게 상대 진영까지 올라가게끔 만드는 그런 선수들입니다. 베르나르두 실바는 역습 상황에서 오른쪽 하프스페이스에 위치하며 좋은 패스 선택지를 갖고 있고, 호날두나 게드스는 빠른 발로 상대 진영까지 상대보다 먼저 도달할 수 있는 선수들이죠. 더군다나 이니에스나, 부스케츠 같은 이미 바르셀로나에서도 기동력으로 문제를 드러낸 바 있는 선수들을 상대로 충분히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공격진입니다. 


실제로도 포르투갈의 수비에서 공격으로의 전환은 정말 빠르게 이루어졌습니다. 원볼란치를 구성하던 부스케츠는 전환 상황에서 본인도 느리지만 동료들의 지원도 어려운 때가 꽤 있었죠. 


(포르투갈의 전환 상황: 피케, 부스케츠는 제대로 상대를 견제하지 못했습니다.)


(포르투갈의 또 다른 전환 상황: 게드스가...)


(스페인의 볼 탈취 문제: 포르투갈의 파이널 서드에서 73퍼센트나 정확한 패스를 허용했고, 겨우 23회의 볼 탈취를 이끌어낸 스페인; 확실히 전환 상황의 문제가 있는 듯한 스페인입니다.

https://twitter.com/FutbolAvanzado/status/1007714226893475840)

그러나 스페인에서는 라모스가 훌륭하게 최후방에서 버텨주었으며, 반면에 포르투갈에서는 게드스의 마무리가 좋지 못했습니다. 첫 월드컵이라 매우 긴장한 듯한 모습이었죠. 역습 상황에서는 빠른 판단이 중요한데, 상대 골문 근처에서 너무 많은 생각을 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본인이 볼을 잡다가 라모스같은 선수들에게 빼앗기거나 슛 각을 제대로 잡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죠.  


이에 더해 포르투갈의 지공은 굉장히 심각했는데, 중앙 미드진은 창의성이 없고 윙들은 제대로 된 페네트레이션을 진행하지 못하고 빼앗기거나 다시 뒤로 백패스는 기본이고, 역동성도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풀백들도 공격 상황에서 크게 역동성이 느껴지지 못했는데, 이에 더해 크로스는 상당히 심각해서 단계 단계 거쳐가는 공격 작업으로는 투톱 활용을 제대로 할 수 없었죠.(이에 대비되는 롱볼 전개로는 호날두의 존재로 인해 득점까지 만들어졌습니다.)


(느려터진 포르투갈의 지공 전개)



후반전 공격 축을 오른쪽으로 옮긴 스페인


후반 들어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역시 이스코가 오른쪽으로 옮겨갔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스페인의 공격 진행 축 역시 오른쪽으로 바뀌었죠. 전반전에 너무 과도하게 왼쪽에 집중되었던 공격 전개를 해결하고 상대의 수비 대형을 흔들어보려는 의도로 볼 수 있습니다. 역시나 이스코 위주로 움직였지만, 때때로 이니에스타 쪽도 활용되면서 전반보다는 아주 조금이나마 좌우 활용 비율에 균형이 보이기 시작했죠. 


2번째 동점골의 기점이 된 프리킥 역시 이니에스타가 만들어냈습니다. 무티뉴는 전반전보다 상대가 중앙의 활용 빈도가 높아지면서 더욱 수비 위치선정에서 헤맸고 자신의 주변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는데, 결국 이니에스타를 상대로 프리킥을 내주었습니다. 


(2번째 동점골의 기점이 된 프리킥이 나온 장면)


동점골 이후 이스코는 다시 왼쪽으로 활동 영역을 옮겨갔지만 한 번 흔들리기 시작한 포르투갈 수비 대형은 결국 스페인에게 중앙 지역까지 내주면서 빠르게 역전골을 허용합니다. 공간에 대한 압박이 흔들리며 쉽게 최종 수비 라인을 노출했죠.



(스페인의 3번째 골 직전 장면. 중앙을 내준 포르투갈)



압박 시작점을 올린 포르투갈, 티아고를 투입하며 점유를 통한 수비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스페인


3번째 골을 먹힌 포르투갈은 그 전과 달리 압박 시작점을 상대 최종 수비까지 올리면서 동점골을 노리기 시작합니다. 나초의 골이 이 경기에서 처음으로 스페인이 앞서가게 된 골이었고, 그렇기에 처음으로 포르투갈은 골이 급해진 상황이 된 것이죠. 이렇게 되면서 윌리엄 카르발류가 커버해야할 공간이 상당히 늘었고 이전보다 쉽게 최종 수비라인이 노출되었습니다. 다만 최종 수비라인이 꽤 높은 집중력으로 버텼고 이에 반해 스페인은 점유 위주의 경기를 하면서 갑자기 마무리가 뭉툭해졌죠. 이니에스타 대신 티아고를 투입하면서 더더욱 '점유를 통한 수비'에 집중하고, 심지어 코스타 대신 아스파스를 투입하면서 이것이 심화되죠. 마무리 짓는 성격이 강한 코스타 대신 팀에 역동성을 주는 성격이 강한 아스파스가 투입되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호날두로 시작해서 호날두로 끝난 이베리코 더비


결국 이 경기는 호날두라는 선수가 얼마나 팀을 끌어올릴 수 있는가,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를 보여준 경기였습니다. 아무리 단조로운 공격 패턴을 갖고 있더라도 확실한 스타가 있다면 경기를 바꿀 수 있음을 보여주었죠. 위에서도 이야기했듯이 포르투갈은 페네트레이션이 힘든 공격 패턴을 갖고 있었고, 전환 과정 역시 동료들이 확실히 마무리 지어주지 못했음에도 호날두는 골을 만들어냈죠. 


호날두가 골을 만들어낸 기점은 모두 최종 수비로부터의 롱볼이었습니다. 그만큼 단계 단계 거치는 패턴으로는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어내기 힘든 포르투갈이었고, 후반 막판 들어서는 호날두가 아래로 내려와서 페네트레이션에 가담해야 할 정도로 힘겨움이 있었죠. 그러나 호날두의 존재로 인해 롱볼이라는 어떻게 보면 가장 단순한 형태의 플레이 형태가 스페인에게는 가장 문제를 일으킨 플레이가 되었습니다. 롱볼이 무조건 호날두를 향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대개는 브루노 페르난데스나 게드스를 향했고, 아니면 호날두가 아예 측면으로 나오는 경우 호날두를 노리기도 했죠. 그렇게 주변 선수들이 롱볼을 받으면 세컨볼을 노리는 호날두의 움직임은 골과 가장 가까운 움직임이 되었죠. 


(포르투갈의 2번째 골 장면. 최종 수비로부터의 롱볼이 게드스를 향했고 호날두가 골을 완성)


페널티킥, 필드골, 프리킥으로 전부 다른 형태의 골을 만든 호날두는 포르투갈에게 월드컵의 희망을 안겨줄 수 있는 그런 모습을 무려 자신들의 동료가 많은 스페인을 상대로 보여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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