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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3 - 3 스페인

득점: (POR) 호날두(X3)/ 코스타(X2), 나초 페르난데스


양 팀 라인업


2018 월드컵 조별 단계에서 가장 기대되었던 경기


이번 러시아 월드컵을 기다렸던 모든 사람들이 바로 이번 '이베리코 더비', 즉 포르투갈 대 스페인 경기를 가장 손꼽아 기대했을 것입니다. 포르투갈과 스페인 사이에는 그들 사이의 역사, 그리고 이를 넘어 2010년대로 넘어오는 시기 무리뉴로 대표되는 포르투갈의 전술 주기화와 과르디올라로 대표되는 스페인 중심 Juego de posición 의 발전, 그리고 호날두와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이 모든 것이 엮여있습니다. 비록 포르투갈의 스쿼드는 2002년, 2006년을 넘어오며 점차적으로 퀄리티가 좋지 않아진 느낌이 들지만 여전히 호날두라는 대스타가 활약하고 있다는 점에서 절대 무시할 수 없는 팀이고, 그렇기에 B조 포르투갈 대 스페인 경기는 이번 대회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경기였습니다.



적극적인 라인 사이 공략으로 전반 초반부터 페널티킥을 얻어낸 포르투갈


포르투갈은 전반 시작부터 최종 수비진을 기점으로 해서 적극적으로 경기에 제대로 들어오지 못한 스페인의 수비 라인 사이를 노렸습니다. 두어차례는 최후방에서부터 전방의 브루노 페르난데스를 향한 롱볼로 스페인 최종 수비라인을 노출시키는가 하면 또 다른 장면에서는 역시나 포르투갈의 왼쪽 측면을 위주로 빠르게 패스플레이를 가져가면서 채 정돈되지 못한 스페인의 최종 수비라인과 미드필더 라인 사이 공간을 이용했죠. 


결국 전반 2분만에 최후방에서의 롱볼을 이용한 직접적인 스페인 최종수비라인 노출이 통했고, 세컨볼을 위주로 움직였던 호날두가 빠르게 볼을 전진시키면서 페널티킥을 만들어냅니다.




스페인의 오버로드 vs 포르투갈의 442 지역방어


이른 시간 실점한 스페인은 실점 이후에야 제대로 자신들이 하려던 축구를 보여주기 시작합니다. 중앙 수비로부터 시작되는 빌드업을 통해 상대 진영에서는 이스코가 자신의 포지션에 구애받지 않고 상대 수비 라인 사이 안팎을 오가면서 스페인의 공격 전개를 이끌었습니다. 


한편 포르투갈은 스페인의 공격에 대해 442 포메이션 형태를 유지하며 지역 방어 형태의 수비를 택했습니다. 압박 시작 위치는 대개 자기 진영부터 시작되었으며 지역 방어와 커버 위주의 수비를 택했죠. 


스페인의 전반전 공격 전개 특징은 상당히 왼쪽 측면에 치우쳐 진행되었다는 점입니다. 이스코가 왼쪽에서 공격 전개를 시작했고 이니에스타, 알바와의 조합을 통해 공격을 진행하면서 더욱 그런 경향이 두드러졌죠. 뿐만 아니라 왼쪽에서 공격이 전개되면 스페인 공격에 가담하는 선수가 한 두명 더 왼쪽에 가세했습니다. 때로는 코스타가, 때로는 오른 윙으로서 선발에 나섰던 다비드 실바까지도 왼쪽에 가세하며 일명 '오버로드'를 통한 수적 우위를 가져가고자 했죠. 이는 로페테기 감독때부터 이어져온 스페인 공격의 특징 중 하나입니다. 다수의 선수가 한 쪽 측면에 모여서 자기 포지션에 구애받지 않고 끊임없이 움직이며 사각형을 만들면서 페네트레이션이 진행되곤 했습니다. 


(스페인의 오버로드를 통한 공격 전개 과정)


다만 생각보다 포르투갈이 지역방어 대형을 잘 유지하면서 상대의 오버로드 전술에 속아 넘어가지 않고 자신의 지역을 최대한 지켜내면서 전반전 내내 스페인은 점유를 했지만 한 골 밖에 만들어내지 못했죠. 이렇게 포르투갈이 오버로드 전술에 속아넘어가지 않은 이유로는 후방에서 상대의 압박을 역이용하지 못한점, 그리고 횡적 전환의 부재로 생각됩니다. 


일차적으로 기초 빌드업 과정에서 부스케츠의 활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상대가 투톱을 통해 스페인의 중앙 수비진과 미드필더 사이 공간을 압박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부스케츠를 최종 수비라인과 동일 선상에 놓으며 플레이에 자유도를 주어 경기를 조율할 수 있었음에도 아주 가끔씩 그렇게 활용될 뿐이었습니다. 비록 라모스가 높은 패스 성공률을 통해 팀의 전진이 가능해지기는 했지만 보다 주도적으로 후방에서 공격 방향이 정해지지 못했죠. 거의 대부분의 공격 장면이 라모스-이스코로부터 무조건 왼쪽 측면에서만 전개되었습니다. 


다만 코스타의 첫 동점골 당시에는 부스케츠가 넓은 공간을 갖고 주도적으로 공격을 진행하면 어떤 위력이 있는지 보여주었죠. 역습 상황에서 부스케츠에게 많은 공간이 주어졌고 코스타에게 다이렉트로 볼을 보내주며 동점골이 기점이 되었습니다. 


어쨌든 이런식으로 후방에서 올라오면 포르투갈은 포르투갈 기준 오른쪽에만 압박을 집중하면 되는 상황이 조성되었습니다. 스페인의 오른쪽 라인이 전혀 위협을 주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카르바할이라는 전문 풀백의 부재도 아쉬웠지만 왼쪽에서 오버로드를 통해 공격이 전개되는 상황에서 횡적 전환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코케가 밸런스를 잡아주면서 압박이 몰린 왼쪽 측면에서 빠르게 빠져 나올 수 있음에도 이스코는 자기 주변의 선수만 활용할 뿐이었죠. 빠른 횡적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포르투갈의 지역 방어 대형이 좌우로 흔들릴 일이 별로 없었습니다. 


(낮은 지역에서 볼을 배급할 때도, 박스 앞 하프스페이스에서도 오른쪽을 바라보지 않는 이스코)


이러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그리고 한 골 밖에 넣지 못했음에도) 스페인이 슛까지 가져갔던 것은 포르투갈의 중앙 미드진의 기동력이 너무 좋지 못했기 때문으로 생각됩니다. 무티뉴는 그렇게 수비 위치 선정이 좋은 편이 아닌데다가 민첩하지 못하고, 윌리엄 카르발류는 나름 위치 선정도 괜찮고 일대일 상황에서 커팅 능력도 좋지만 역시나 기동력이 좋지 못하죠. 상대가 끊임없는 오프더볼 움직임을 가져가는 상황에서 자신들의 뒤로 들어오는 선수들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한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포르투갈 중앙 미드진의 좋지 못한 기동력이 상대 슛팅 공간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한 원인이 되었습니다.)


(이스코 주변에서 헤매는 주앙 무티뉴)


(슛팅 존을 너무 자유롭게 두는 무티뉴-카르발류)



포르투갈의 공격: 상대보다 발은 빠르지만...


포르투갈의 공격진을 구성했던 게드스나 호날두, 베르나르두 실바 같은 선수들은 역습 상황에서 정말 빠르게 상대 진영까지 올라가게끔 만드는 그런 선수들입니다. 베르나르두 실바는 역습 상황에서 오른쪽 하프스페이스에 위치하며 좋은 패스 선택지를 갖고 있고, 호날두나 게드스는 빠른 발로 상대 진영까지 상대보다 먼저 도달할 수 있는 선수들이죠. 더군다나 이니에스나, 부스케츠 같은 이미 바르셀로나에서도 기동력으로 문제를 드러낸 바 있는 선수들을 상대로 충분히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공격진입니다. 


실제로도 포르투갈의 수비에서 공격으로의 전환은 정말 빠르게 이루어졌습니다. 원볼란치를 구성하던 부스케츠는 전환 상황에서 본인도 느리지만 동료들의 지원도 어려운 때가 꽤 있었죠. 


(포르투갈의 전환 상황: 피케, 부스케츠는 제대로 상대를 견제하지 못했습니다.)


(포르투갈의 또 다른 전환 상황: 게드스가...)


(스페인의 볼 탈취 문제: 포르투갈의 파이널 서드에서 73퍼센트나 정확한 패스를 허용했고, 겨우 23회의 볼 탈취를 이끌어낸 스페인; 확실히 전환 상황의 문제가 있는 듯한 스페인입니다.

https://twitter.com/FutbolAvanzado/status/1007714226893475840)

그러나 스페인에서는 라모스가 훌륭하게 최후방에서 버텨주었으며, 반면에 포르투갈에서는 게드스의 마무리가 좋지 못했습니다. 첫 월드컵이라 매우 긴장한 듯한 모습이었죠. 역습 상황에서는 빠른 판단이 중요한데, 상대 골문 근처에서 너무 많은 생각을 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본인이 볼을 잡다가 라모스같은 선수들에게 빼앗기거나 슛 각을 제대로 잡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죠.  


이에 더해 포르투갈의 지공은 굉장히 심각했는데, 중앙 미드진은 창의성이 없고 윙들은 제대로 된 페네트레이션을 진행하지 못하고 빼앗기거나 다시 뒤로 백패스는 기본이고, 역동성도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풀백들도 공격 상황에서 크게 역동성이 느껴지지 못했는데, 이에 더해 크로스는 상당히 심각해서 단계 단계 거쳐가는 공격 작업으로는 투톱 활용을 제대로 할 수 없었죠.(이에 대비되는 롱볼 전개로는 호날두의 존재로 인해 득점까지 만들어졌습니다.)


(느려터진 포르투갈의 지공 전개)



후반전 공격 축을 오른쪽으로 옮긴 스페인


후반 들어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역시 이스코가 오른쪽으로 옮겨갔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스페인의 공격 진행 축 역시 오른쪽으로 바뀌었죠. 전반전에 너무 과도하게 왼쪽에 집중되었던 공격 전개를 해결하고 상대의 수비 대형을 흔들어보려는 의도로 볼 수 있습니다. 역시나 이스코 위주로 움직였지만, 때때로 이니에스타 쪽도 활용되면서 전반보다는 아주 조금이나마 좌우 활용 비율에 균형이 보이기 시작했죠. 


2번째 동점골의 기점이 된 프리킥 역시 이니에스타가 만들어냈습니다. 무티뉴는 전반전보다 상대가 중앙의 활용 빈도가 높아지면서 더욱 수비 위치선정에서 헤맸고 자신의 주변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는데, 결국 이니에스타를 상대로 프리킥을 내주었습니다. 


(2번째 동점골의 기점이 된 프리킥이 나온 장면)


동점골 이후 이스코는 다시 왼쪽으로 활동 영역을 옮겨갔지만 한 번 흔들리기 시작한 포르투갈 수비 대형은 결국 스페인에게 중앙 지역까지 내주면서 빠르게 역전골을 허용합니다. 공간에 대한 압박이 흔들리며 쉽게 최종 수비 라인을 노출했죠.



(스페인의 3번째 골 직전 장면. 중앙을 내준 포르투갈)



압박 시작점을 올린 포르투갈, 티아고를 투입하며 점유를 통한 수비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스페인


3번째 골을 먹힌 포르투갈은 그 전과 달리 압박 시작점을 상대 최종 수비까지 올리면서 동점골을 노리기 시작합니다. 나초의 골이 이 경기에서 처음으로 스페인이 앞서가게 된 골이었고, 그렇기에 처음으로 포르투갈은 골이 급해진 상황이 된 것이죠. 이렇게 되면서 윌리엄 카르발류가 커버해야할 공간이 상당히 늘었고 이전보다 쉽게 최종 수비라인이 노출되었습니다. 다만 최종 수비라인이 꽤 높은 집중력으로 버텼고 이에 반해 스페인은 점유 위주의 경기를 하면서 갑자기 마무리가 뭉툭해졌죠. 이니에스타 대신 티아고를 투입하면서 더더욱 '점유를 통한 수비'에 집중하고, 심지어 코스타 대신 아스파스를 투입하면서 이것이 심화되죠. 마무리 짓는 성격이 강한 코스타 대신 팀에 역동성을 주는 성격이 강한 아스파스가 투입되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호날두로 시작해서 호날두로 끝난 이베리코 더비


결국 이 경기는 호날두라는 선수가 얼마나 팀을 끌어올릴 수 있는가,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를 보여준 경기였습니다. 아무리 단조로운 공격 패턴을 갖고 있더라도 확실한 스타가 있다면 경기를 바꿀 수 있음을 보여주었죠. 위에서도 이야기했듯이 포르투갈은 페네트레이션이 힘든 공격 패턴을 갖고 있었고, 전환 과정 역시 동료들이 확실히 마무리 지어주지 못했음에도 호날두는 골을 만들어냈죠. 


호날두가 골을 만들어낸 기점은 모두 최종 수비로부터의 롱볼이었습니다. 그만큼 단계 단계 거치는 패턴으로는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어내기 힘든 포르투갈이었고, 후반 막판 들어서는 호날두가 아래로 내려와서 페네트레이션에 가담해야 할 정도로 힘겨움이 있었죠. 그러나 호날두의 존재로 인해 롱볼이라는 어떻게 보면 가장 단순한 형태의 플레이 형태가 스페인에게는 가장 문제를 일으킨 플레이가 되었습니다. 롱볼이 무조건 호날두를 향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대개는 브루노 페르난데스나 게드스를 향했고, 아니면 호날두가 아예 측면으로 나오는 경우 호날두를 노리기도 했죠. 그렇게 주변 선수들이 롱볼을 받으면 세컨볼을 노리는 호날두의 움직임은 골과 가장 가까운 움직임이 되었죠. 


(포르투갈의 2번째 골 장면. 최종 수비로부터의 롱볼이 게드스를 향했고 호날두가 골을 완성)


페널티킥, 필드골, 프리킥으로 전부 다른 형태의 골을 만든 호날두는 포르투갈에게 월드컵의 희망을 안겨줄 수 있는 그런 모습을 무려 자신들의 동료가 많은 스페인을 상대로 보여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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