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Category

분류 전체보기 (1153)
잡다한 이야기 (5)
출사 (21)
fm2014 (213)
- (489)
축구 관련 이야기 (420)
bve관련된 것들 (4)

Recent Post

Recent Comment

Recent Trackback

Calendar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Archive

My Link

  • Total
  • Today
  • Yesterday
  1. 2018.03.24
    A매치 독일 v 스페인 - 로드리고, '라 로하'의 마지막 열쇠?
  2. 2017.06.16
    2017.06.13 A매치 친선경기 호주 v 브라질 - 실험적인 라인업, 팀 시스템에서 빛나다
  3. 2016.06.04
    친선경기 잉글랜드 v 포르투갈 현장 리뷰
  4. 2016.03.26
    친선경기 웨일즈 vs 북아일랜드 현장 리뷰
  5. 2015.03.28
    A매치 프랑스 v 브라질 분석

독일 1 - 1 스페인

득점: (GER) 뮐러/(ESP) 로드리고




마르셀리노 감독 지도 하에 리가 수준급 세컨톱이 된 로드리고


이번 시즌 마르셀리노 감독이 발렌시아를 지휘하게 되면서 팀 순위, 승점 모든 것이 급격히 향상되었지만 특히 로드리고의 재능을 마음껏 발휘하는 모습이 눈에 띕니다. 발렌시아 팬들이 한때 조롱조로 언급했던 '클럽 레코드'는 이번 시즌 팀의 공격을 성공적으로 이끌며 라리가 팬들이 그를 재조명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가장 경기 내용적인 측면과 기록적인 측면 모두 통틀어서 가장 향상된 부분은 역시나 득점력입니다. 벤피카에서 발렌시아로 넘어온 이후 리그 기록만 봐도 얼마나 처참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14/15 3골(비록 이적이 아닌 임대시즌이지만), 15/16 2골, 16/17 5골 기록은 이것이 클럽 레코드 공격수인지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의 수치였죠. 그러나 이번 시즌 이미 두자리수 득점을 기록하며 마르셀리노 감독이 그를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바꾸어 놓았을 정도로 보입니다. 이번 시즌 직전 마르셀리노 감독이 그를 베스트일레븐의 세컨톱으로 기용하겠다는 기사가 나왔을 때에는 제발 방출하라는 반응이 많았는데, 명장은 역시 보는 눈이 다르다는 것을 느낍니다. 


이번 시즌 발렌시아는 모든 경기에서 투톱을 활용했습니다.(코파 바르사 2차전은 형태상은 스리톱이지만 실질적으로는 4-3-1-2 느낌이 강했습니다. 다만 이 경기에선 로드리고는 '1'의 자리를 맡아 공격 전개를 평소보다 더 아래에서 이끌었습니다.) 투톱의 형태를 보면 자자나 산티 미나가 가장 높은 위치에서 상대 중앙 수비들과 맞붙으면서 깊이를 확보하고, 그렇게 확보된 공간을 로드리고가 활용하는 식이죠. 뿐만 아니라 로드리고는 굉장히 상대 진영을 넓은 범위로 움직이면서 다양한 공격 장면을 창출해냅니다. 때로는 상대 풀백에 붙어있다가 측면 공격의 기점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중앙 수비수 뒤에 숨어있다가 라인브레이킹을 노리기도 합니다. 특히나 그의 이러한 넓은 활동 범위는 연계 면에서도 큰 도움이 되면서도 게드스가 드리블 돌파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이러한 활동 범위, 연계에 더해 이번 시즌 놀랍게도 향상된 득점력 덕분에 결국 작년 처음으로 스페인 국가대표에 승선하게 되었습니다.



독일 전 스페인 공격 시스템 하에서의 로드리고


스페인은 이번 독일과의 경기에서 공격시 상대의 전방 압박을 어떻게 풀어내는가, 그리고 어떤 식으로 상대 최종수비라인과 바로 맞닥뜨리도록 패스를 줄 것인가에 대한 좋은 훈련을 거쳤습니다. 포지션에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선수 간의 거리를 좁히면서 삼각형을 만드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포인트였죠. 미드필더들은 지속적으로 움직이면서, 그러나 서로 간의 거리에 신경을 쓰면서 상대의 강력한 수비 대형을 뚫고 전진하고자 노력했습니다. 때로는 한 곳에 몰린 압박을 이용해 반대편 사이드로 길게 전환시키기도 했죠. 


그리고 로드리고는 이러한 공격 기본 포인트에 자신의 기존 플레이 스타일을 매우 잘 녹여냈습니다. 비록 원톱의 역할을 맡았지만 발렌시아에서 자신이 보여주던 세컨톱으로서의 특징을 활용했습니다. 특히 공격이 시작되는 상황에서 오른쪽 측면에서 출발하는 것이 좋은 예시로 보입니다. 


(화면 초반 그림상 맨 아래에 위치한 선수가 로드리고. 측면에서 출발하면서 상대의 강한 대인 위주 전방 압박을 벗어나도록 도움을 주었습니다.)


이러한 측면 지향적인 플레이는 공격이 시작되는 상황에서 주로 이루어지면서 팀적인 탈압박에 도움을 주고, 또한 중앙 지향적인 윙들(이스코, 실바)이 상대의 최종 수비라인과 미드필더 사이 공간을 활용하도록 도움을 주었습니다. 비록 이번 경기에서 나오지는 않았지만 로드리고의 주발은 왼발이기 때문에 후방에서 길게 넓은 지역으로 전환시켜준다면 언제든지 볼을 잡고 사선으로 들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한편 측면 풀백으로 나섰던 카르바할이 올라올 경우 측면에 머무르는 것을 멈추고 상대 중앙 수비 근처로 자리를 옮기는 모습이 자주 보였습니다.


박스 주변에서는 두 가지 형태로 팀 공격에 기여하고자 했는데, 하나는 중앙 수비 뒤에 숨어있다가 라인브레이킹, 또 하나는 최종 수비라인 바로 앞 공간에 위치하는 것입니다. 


특히 첫 번째 골이 라인브레이킹을 통해 나오게 되었죠. 이러한 라인브레이킹을 통해 최근 발렌시아에서도 골을 만들어낸 바가 있습니다. 수비수와 몸으로 부딪혀가며 싸우는 것보다도 오히려 중앙 수비 뒤에 숨어서 갑자기 등장하는 스텔스 능력이 자주 발휘되곤 합니다.


(스페인의 선제골 장면. 독일 풀백 헥토어가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훔멜스와 벌어져 있었고, 훔멜스는 뒤에서 침투하는 로드리고를 완전히 놓쳤습니다.)


또한 세컨톱 본연의 능력으로써 수비라인 주변의 공간으로 이동해 박스로 침투하는 다른 선수에게 볼을 건네주거나 바로 슛을 가져가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이번 경기에서 보여준 그의 모습을 보면, 로페테기 감독의 시스템에서 공격에 가담하는 선수들이 가져야할 공간에 대한 이해도, 연계 면에서 크게 부족한 것은 없어보입니다. 또한 넓은 활동 반경 덕분에 중앙 지향적인 윙들이 측면을 넓혀야한다는 부담없이 인더홀 지역을 공략할 수도 있게 되었죠. 이러한 면에서 비록 그가 리가에서 뛰고 있는 포지션이 세컨톱임에도 불구하고 로페테기 시스템의 원톱으로서 적합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정말 로드리고가 마지막 열쇠인가?


사실 로드리고만 있으면 '적어도 4강은 노려볼 수 있다!'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비록 최근 기용되었던 공격수 중에서 리가 내에서 폼도 괜찮고 또 로페테기의 시스템에도 적합한 선수임은 분명해보이지만, 공격수로서 갖추어야할 또 하나의 자질인 상대 중앙 수비수와 맞붙어 싸우는 능력은 로드리고가 선호하지 않는 형태의 플레이입니다. 월드컵에는 독일과 같이 강하게 전방압박을 하는 팀도 있고 그렇기에 원톱 자체가 페네트레이션에 관여하는 유형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예 내려선 팀을 상대로는 자칫 잘못하면 볼만 돌리다가 끝을 보는 일이 발생할지도 모릅니다. 이러한 팀을 상대로는 수비수와 강하게 싸워주며 플레이에 관여하지 않더라도 골을 만드는 선수가 필요하죠. 발렌시아로 치면 자자같은 선수가 그럴 것입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번 3월 A매치에 코스타가 정말 오랜만에 소집된 것은 참 반가운 일입니다. epl을 거치며 몸을 쓰는 법도 알게 되었으니까요. 그러나 정작 이번 경기 후반전에서 코스타의 투입과 함께 공격이 다이나믹 해지지 못하는 그런 장면이 나왔습니다. 적어도 로드리고가 있을 땐 아직 호흡은 완전치 못해도 다이나믹함은 있었거든요. 코스타 같은 선수는 반드시 공격의 다양성을 위해서 필요하긴 하지만 글쎄요... 코스타 투입과 함께 전술적으로도 다른 무언가가 나오지 않으면 과거 A매치와 마찬가지로 코스타와 팀 전술 사이에 불편한 공존이 되는 것은 아닐지 약간의 우려는 듭니다. 

and

호주 0 - 4 브라질

득점: (AU) - /(BRA) 지에구 소자(X2), 티아구 실바, 타이송


(호주전 브라질 선발 라인업)



티테 감독의 실험적인 라인업, 그러나 선수들이 '팀 시스템' 속에서 자신의 능력을 효과적으로 발휘한 경기


지난 9일 호주에서 열렸던 친선경기 아르헨티나전에서 비록 브라질은 1-0으로 패배하기는 했으나 네이마르나 마르셀루 같은 핵심적인 선수 없이도 결정적인 찬스까지 만들어내는 등 예측 불가능한 삼파올리 감독을 상대로 나름 괜찮은 경기 내용을 보였었습니다. 


13일 다시 호주에서 열린 친선경기 호주전에서는 그간 비주전 멤버에 가까웠던 선수들을 여럿 선발로 내보내며 라인업 측면에서는 상당히 실험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티아구 실바나 쿠티뉴, 파울리뉴를 제외하면 거의 주전으로 나오지 못했던 선수들이었습니다. 또한 최근 소속팀인 첼시, 그리고 브라질 대표팀에서 꾸준히 중앙 수비수로 출전했던 다비드 루이스가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전했습니다. 그간 주전 수비형 미드필더였던 카세미루가 챔피언스리그 일정으로 인해 나오지 못한 상황에서 아르헨티나와의 경기에서는 페르난지뉴가 선발로 나왔습니다. 이번 경기에서는 다비드 루이스의 수비형 미드필더 능력이 팀 시스템에 얼마나 녹아들 수 있는가가 테스트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실험적인 선수 기용에도 불구하고 브라질 선수들은 공격과 수비 모두에서 티테가 설정한 시스템을 잘 인지하고 팀 플레이 안에서 자신의 개인 능력을 발휘해냈습니다. 



호주의 플랜: 대인 위주의 전방압박, 그리고 공격 상황에서 최소 4명 정도의 수비 대기


경기가 시작된지 10초만에 호주의 기초 빌드업 실수를 이용해서 지에구 소자가 선제골을 터뜨리기는 했지만, 이후 30분 정도는 브라질이 상대 박스 근처에서 찬스를 만들어내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브라질이 이 시간동안 가장 고전했던 이유는 호주의 강력한 대인 위주의 전방압박 때문이었습니다. 브라질은 기초 빌드업을 골키퍼와 수비수로부터 시작하는 것을 선호했는데, 이러한 이유로 상대의 조직적인 전방압박에 볼을 전진시키는 것이 크게 방해를 받았습니다. 공격수 팀 케이힐과 크루제가 브라질의 두 명의 중앙 수비수를 집중 견제하고, 공격형 미드필더 트루이시가 브라질의 다비드 루이스를 밀착 마크하면서 아예 경기 초반에는 루이스가 경기에 들어오지를 못했습니다. 또한 중앙 수비수 혹은 골키퍼가 볼을 오래 잡고 있으면 측면 자원까지도 풀백을 향해 강하게 달라 붙습니다. 어쩔 수 없이 롱패스가 나가지만 초반 30분은 꽤 부정확했습니다. 


(경기 초반 브라질은 기초 빌드업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어떻게 해서 볼 전진에 성공하더라도 호주는 상당히 빠르게 수비가 정돈되었습니다. 호주의 수비진이 공격 상황에서 오버래핑을 자제하면서 수비로의 전환 상황에 굉장히 신경을 썼습니다. 또한 팀적으로도 1차적인 전방 압박이 실패할 경우, 빠르게 대부분의 선수들이 자기 진영으로 내려가 중앙에 블록을 만들었습니다. 


이런 호주의 플랜이 나름 통하면서 전반 30분 동안은 브라질이 선제골을 넣고도 경기에 들어오지 못하는 난해한 상황이 전개되었습니다.



기초 빌드업의 축을 풀백으로 설정하여 전방압박을 팀적으로 극복해내기 시작한 브라질


전반 초반에 어려움을 겪은 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중앙 수비수가 볼을 갖고 있는 시간을 조금 줄이면서, 중앙 수비 2명과 풀백(주로 오른쪽의 하피냐)이 한 줄로 서면서 압박이 덜 들어오는 풀백에게 빠르게 공을 주면서 기초 빌드업이 시작되었습니다. 중앙 수비 2명보다 훨씬 공을 가질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진 풀백은 자기에게 압박이 들어오기 전에 반대쪽 중앙 수비에게 넘겨주거나 아예 전방으로 길게 공을 보내면서 다음 플레이 방향을 정했습니다.


(중앙 수비 2명과 하피냐가 한 줄로 서고, 중앙 수비가 볼을 가진 시간을 줄이면서 하피냐에게 주어지는 압박이 조금 더 느슨해졌고, 이를 이용해서 길게 앞으로 볼을 전달하는 장면)


(하피냐와 반대쪽 중앙 수비 사이에서 볼을 빠르게 전환 시키면서 공간 활용하는 브라질)


이러한 형태로 팀단위에서 전방압박을 극복해내면서 보다 더 공을 점유하는 시간을 늘렸던 브라질이었습니다.



상대를 밀어내기 시작한 브라질 - 다비드 루이스의 포지션 적응 + 살아난 브라질의 전방 압박


경기 초반 다비드 루이스는 오랜만에 나선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가 약간은 어색해 보였습니다. 공격 상황에서 일단 상대가 너무 강하게 밀착 마크를 하고 있기도 했지만, 수비 상황에서 기본적으로 상대에게 달려들어야 하는 타이밍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백포 라인 앞에 공간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상대에게 뒤늦게 달려들면서 오히려 상대가 박스 근처로 공을 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루이스)


경기 초반에는 그래서 수비형 미드필더 본연의 임무인 백포 라인 보호를 제대로 해주지 못하고 공격적으로도 전혀 볼을 잡고 개입을 할 수 없는 그런 상황에서 꽤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서서히 포지션에 적응을 하고 상대의 전방 압박의 빈도도 어느 정도 조절이 되면서 팀 플레이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상대가 자기 진영이나 중원에서 볼을 갖고 공격을 시작하려 할때 일차적으로 강하게 몰아붙이며 볼을 쓸어내는 역할을 제대로 해주기 시작하면서 팀이 더 높은 위치에서 공격을 다시 시작하도록 도움을 주었습니다. 공격 상황에서도 후방 볼 순환에 기여를 하면서 측면 전환에 힘을 쓰기 시작했죠.


(전반전보다 상대가 볼을 받는 타이밍을 잘 캐치하면서 똑같이 상대에게 달려들더라도 전반전과 달리 볼을 제대로 뺏어온 다비드 루이스)


이와 함께 팀 자체적인 빠른 공격에서 수비 전환 시스템이 경기가 진행되면서 서서히 잘 작동되기 시작했습니다. 팀 자체적으로 펩이 선호한다는 6초룰, 즉 볼을 빼앗긴 이후 6초 내로 볼을 다시 되찾아 와야한다는 법칙을 브라질 선수들이 실행하는 느낌이었는데, 경기 초반에는 팀이 빌드업의 어려움으로 인해 보다 자기 진영에 무게 중심이 쏠리면서 전방에서의 압박이 실행되더라도 팀 전체적인 상하 간격이 조금 넓은 편이어서 압박이 약하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빌드업의 어려움을 조금씩 극복하고 전진하면서 자연스럽게 호주를 아래로 밀어내기 시작했고 이와 함께 볼을 뺏긴 이후 더 빠르게, 그리고 더 컴팩트하게 수비로의 전환이 이루어지면서 어지간해서는 호주가 브라질의 공격을 저지하더라도 쉽게 브라질 진영으로 올라가기가 힘들었습니다. 


(비록 볼을 바로 빼앗아 오지는 못했지만 공을 가지려던 선수가 공을 탈취당하자 바로 수비로 전환해서 상대에게 압박하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경기 중 다양한 공격 루트를 발전 시킨 브라질


그림상으로는 4141의 포메이션을 가진 브라질이었지만, 실제로 전반전 초반 공격 형태는 오히려 투톱에 바로 아래 한 명의 플레이메이커를 둔 듯한 형태를 보여주었습니다. 더글라스 코스타와 지에구 소자가 투톱 자리에 위치해 있었고 쿠티뉴가 윙이 아닌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맡아서 중앙에 위치한 경우가 더 많았죠. 그런 대형과 함께 경기 초반에는 쿠티뉴 중심으로 거의 중앙 지향적인 듯한 공격 루트를 가져갔습니다. 측면은 대체적으로 풀백들이 차지하고 선수들은 거의 가운데에 모여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쿠티뉴는 넓은 활동량을 보여주면서 여기 저기 공을 뿌렸으나 상대는 이미 상당히 촘촘한 수비 형태를 구성하면서 박스 근처로 더 이상 전개하기가 어렵게 되었었죠. 게다가 왼쪽 측면과 전방을 오가며 뛰던 더글라스 코스타는 일대일 돌파를 쉽게 해내지 못했고 이로 인해 왼쪽 측면을 노리는 공격 루트가 위력이 많이 떨어지면서 중앙 위주로 브라질이 공격한다는 느낌이 더욱 들게 되었죠. 


(더글라스 코스타는 볼을 상대 박스로 전진시키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이 상황에서 그나마 통했던 것이 최전방에 있는 지에구 소자를 향한 롱패스 혹은 수비 뒷공간을 향한 롱패스였죠. 브라질 진영에서 공이 돌면 높은 라인을 형성하고 있던 호주였기 때문에 뒷공간에 대한 리스크가 있었습니다. 이 상황에서 티아구 실바나 하피냐가 다이렉트로 전진시켜주면 호주에게 조금은 위험한 장면이 연출되곤 했습니다. 


(지에구 소자를 향한 롱패스 이후 나온 브라질의 찬스. 롱패스로 인해 호주 수비가 쉽게 대형을 갖추지 못하고 2대1 패스에 혼란)


결국 다이렉트로 전개되는 패스 외에는 호주의 수비를 뚫기 쉽지 않게되면서, 브라질은 지공 상황에서의 공격 방식을 측면으로 넓게 가져가는 방식의 빈도를 늘려가는 느낌이었습니다. 거의 풀백만 차지하던 측면 터치라인에 한 명 정도의 선수가 더 위치하였고, 한 쪽 측면에서 패스 플레이를 통해 상대의 압박을 몰면, 반대쪽 측면 터치라인에 위치한 선수를 이용해 빠르게 전환시켜서 호주의 박스 근처로 더 다가갔습니다. 전반전에는 왼쪽 측면은 거의 풀백 알렉스 산드루가 차지하고 부분적으로 더글라스 코스타가 위치해 있었고, 오른쪽 측면은 하피냐 말고도 미드필더였던 지울리아누 혹은 파울리뉴가 넓게 서면서 넓은 형태의 공격을 지원해주었죠. 전반 막판에는 최전방에서 더글라스 코스타가 어려움을 겪자 코스타가 오른쪽 측면 터치라인 부근에 위치하고 오히려 전방에 지울리아누나 파울리뉴가 전진하는 형태도 보여주었습니다. 


(한쪽 측면에 상대를 몰아 넣은 뒤 반대쪽 측면으로 빠른 횡적 전환. 이러한 공격 루트를 통해 전반 초반보다 박스 근처로 접근할 수 있었던 브라질)


후반전 시작 이후에는 포지션 자체는 경기 초반으로 돌아온 상태였지만, 아예 후방에서 만들어 가는 과정을 줄이면서 템포를 빠르게 가져갔습니다. 쿠티뉴나 파울리뉴 등 미드필더들이 볼을 잡으면서 볼을 전진시키는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전방압박까지도 잘 되면서 후방에서 만드는 시간을 줄이고 상대 진영에서 머무는 시간을 늘렸죠. 그러면서 왼쪽 측면에서 알렉스 산드루가 더 높게 전진해서 공격에 더 적극적으로 기여했습니다. 전반전보다 훨씬 더 높은 위치에서 공을 잡을 수 있었다고 봅니다. 이와 함께 왼쪽 측면에 발생한 공간으로 인해 더글라스 코스타까지도 완벽한 모습은 아니었지만 조금 더 긍정적인 기여를 할 수 있었습니다.


더글라스 코스타가 교체 아웃되고 타이송이 교체로 들어온 이후에는 타이송이 왼쪽 넓은 지역과 최전방을 오가면서 움직였고 이와 함께 중앙에서 주로 움직이던 쿠티뉴가 오른쪽 측면 하프 스페이스로 이동했습니다. 그렇게 되면서 측면에서 중앙 다시 반대쪽 측면으로의 볼 순환이 활발해졌고, 또한 호주의 백스리 양 스토퍼들을 흔들어놓는 움직임들이 활발해졌습니다. 결국 브라질의 2번째 골이 나온 코너킥이 이러한 맥락에서 나왔죠.


(브라질 2번째 골이 나온 코너킥이 만들어졌던 상황)


2번째 골 이후에는 조금 더 여유롭게 후방에서 볼을 갖는 시간을 다시 늘렸습니다. 빌드업도 빌드업이지만 조금 체력적인 여유를 갖는듯한 모습이었죠. 이때 모습은 전반전 풀백과 중앙 수비 2명, 즉 3명이 나란히 서는 형태보다도 중앙 수비 2명과 다비드 루이스, 지울리아누, 즉 4명이 사각형으로 서는 형태가 되었습니다. 보다 측면으로의 볼 순환에 유리한 전형이 되었죠. 한편, 윌리안의 교체 투입 후에는 윌리안이 역습시 가장 먼저 전방으로 뛰어나가는 선수가 되면서 호주 수비에 부담을 주기도 했습니다.



브라질의 공격 상황에서 가장 큰 장점: 선수들 간의 지속적인 스위칭 플레이, 그러나 선수가 맡는 역할은 간결하게


이번 경기를 통해서 브라질이 공격 상황에서 어떤 장점을 갖고 있는가를 생각해 보았을때 가장 큰 것은 선수들 간의 계속적인 스위칭 플레이를 통한 삼각형 대형 형성이었습니다. 그림 상의 포메이션에서 벗어나서 계속해서 움직이면서 패스 플레이를 위한 삼각형 대형을 만들어냅니다. 이를 통해서 브라질 특유의 빠른 템포 축구가 살아났죠. 본래 어느 포지션을 맡고 있는 선수인지는 문제가 되지 않는 것 같아 보였습니다. 사실 몇 주전에 브라질 축구 협회에서 있었던 강연에서 비엘사 감독은 선수 하나가 1개의 주 포지션과 3개 정도의 대안적인 포지션을 맡을 수 있도록 훈련해야 한다고 했었죠. 예를 들어 풀백이 주 포지션이라면 중앙 수비수, 수비형 미드필더, 윙 3개의 포지션에서 뛸 수 있도록 준비되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당장 이번 경기만 해도, 공격 상황을 지켜보면 지울리아누는 본래 중앙 미드필더로 나섰지만 오른쪽 윙과 쉐도우 스트라이커 지역 모두를 커버했고, 풀백 알렉스 산드루도 왼쪽 풀백, 윙 자리 모두 뛰고 심지어 필요시에는 중앙 미드필더 자리에서 볼을 전개시키기도 했습니다. 


특히 티테 감독이 대단하다고 느꼈던 점은 공격 전개시에 선수들이 옳은 타이밍에 맞춰서 오프 더 볼 움직임을 가져간다는 것이었습니다. 정말 꾸준히 선수들이 움직여주면서 삼각형을 어떻게든 만들어냈죠. 둥가 감독 시절에는 소수의 선수들만 움직인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티테 감독 하에서는 정말 모든 선수들이 공이 없을 때 꾸준히 움직여줍니다. 


(계속해서 왼쪽 측면에서 삼각형을 만들며 올라가는 브라질 선수들)


그런데 이렇게 계속해서 위치를 바꿔가면서 움직여도 선수 하나하나에게 맡겨진 역할은 상당히 간단해 보였습니다. 한 선수가 많은 부담을 진다는 느낌이 없었죠. 쿠티뉴는 경기를 조립하는 역할, 지울리아누는 공간을 찾아다니며 패스 길을 만들어내는 역할, 파울리뉴는 공을 지켜내고 필요시 박스로 전진하는 역할 등 선수의 장점을 살리는 수준에서 역할이 정해진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팀적으로 잘 조립된 상황에서 선수 개개인의 역할이 발휘되도록 돕는 것이 좋은 감독의 덕목이라 볼 수 있는데, 티테 감독이 잘 해내고 있는 것이죠. 또한 수비 상황에서는 상당히 팀적인 부분을 강조합니다. 11명 모든 선수가 팀 단위 수비를 최대한 해내려고 하는 모습이 보이죠. 네이마르, 제수스가 있을 때도 그런 모습이었습니다. 높은 수비라인을 바탕으로 최전방에서 계속 상대를 에워싸면서 볼을 탈취하는 수비를 적극적으로 해냈죠.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현재 티테 감독의 브라질은 개인 능력을 위주로 돌아가던 과거의 브라질 축구보다 팀을 우선시하면서도 그 팀 체제 속에서 자신의 장점이 발휘될 수 있는 팀이라고 느껴집니다. 이미 월드컵 예선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면서 전 세계에서 첫 번째로 월드컵에 진출했고, 이제 월드컵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지도 기대가 됩니다.

and

잉글랜드 1 - 0 포르투갈

득점: ()스몰링/()-

 

<경기 전>

경기를 보기 위해 경기 두 시간 전부터 모여들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정말 웸블리는 예쁘면서도 웅장함을 동시에 갖춘 구장입니다.

맨 아래 사진은 바비 무어 동상입니다.

 

구장 내부.

 

먼저 나와서 훈련 중인 3키퍼 조 하트, 프레이저 포스터, 톰 히튼

 

잉글랜드 선발 필드플레이어 10명이 따로 훈련을 진행합니다.

 

지난 3월달에 갔었던 웨일즈 대 북아일랜드 경기 앞두고 봤던 워밍업에선 웨일즈의 백포라인 4명이 함께 훈련했었는데, 잉글은 스몰링과 케이힐만 따로 훈련하더라고요. 그리고 서로간의 패스 플레이도 상당히 신경쓰는 모습.

 

제가 있는 쪽에 와서 달리기 워밍업 중인 잉글 선수들.

 

경기 전 인트로. 장엄합니다 껄껄

 

골문 쪽 관중들에게는 티셔츠를 모두 줘서 잉글랜드 국기 모양이 나오도록 미리 설정(?)해 놓았습니다.

 


국가 연주 장면.

 

<전반전>


양 팀 선발 라인업

잉글랜드(433): 조 하트; 로즈, 스몰링, 케이힐, 워커; 델레 알리, 다이어, 제임스 밀너; 바디, 루니, 케인

포르투갈(4231): 후이 파트리시우; 엘리제우, 브루노, R. 카르발류, 비에이리냐; J. 무티뉴, 다닐루; 아드리앙 실바, 하파 실바, 주앙 마리우; 나니

 

매치 포인트

#잉글랜드: 미드필더 선발 라인업에 단 한 명도 빌드업을 도맡을 선수를 넣지 않은 잉글랜드, 과연 2, 3선 사이의 연결은 어떻게?

#포르투갈: 득점을 책임질 호날두는 휴식, 지난 노르웨이전 실질적으로 공격을 이끌었던 콰레즈마는 벤치로 간 포르투갈, 과연 팀으로써 공격과 수비를 모두 잘 해낼 수 있을 것인가?

 

상당히 측면을 다이나믹하게 활용했던 잉글랜드

경기 전 라인업을 보고 들었던 우려와 달리(그 우려는 어찌보면 터키전처럼 쓸데없이 다이어를 빌드업의 핵심으로 써버리는 그런 황당한 것과도 비슷합니다) 잉글랜드는 상대를 경기 처음부터 잘 제압하면서 앞선으로 빠르게 잘 움직였습니다.

터키와의 경기 당시에는 전반전에 볼을 점유한다는 아이디어는 괜찮았으나 그 볼 점유의 중심이 다이어가 되면서 빌드업이 매우 매우 답답했고(짝이었던 윌셔도 딱히 제 구실을 못 했기에...) 결국 후반전엔 역습 위주로 가면서, 또 미드진의 선수 교체도 나름 괜찮게 이루어지면서 좀 더 활발해졌었습니다.

이번 경기에서는 볼 점유를 우선시하기 보다는, 수비진이 기본적으로 공을 잡으면 일단은 측면으로 빠르게 전진패스를 해주었고, 측면에서는 왼쪽에는 알리, 오른쪽에는 밀너가 버텨주면서 나름 수월하게 상대 진영으로 올라갈 수 있었습니다.

특히, 개인적으로는 어제 전반전에서 알리의 오프더볼 움직임을 상당히 높이 평가했었습니다. 전반전 중후반으로 갈수록 조금씩 중앙으로 갔으나, 초반에는 아예 왼쪽 측면에 넓게 위치하면서, 공이 없는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상대 수비진을 측면으로 끌어내거나 전진시킨 상황에서 볼이 오면 재빨리 뒤로 이동하면서 수비진에게 혼란을 주는 장면이 몇 차례 나왔습니다. 포르투갈 오른쪽 풀백 비에이리냐가 그의 움직임을 자주 놓치기도 했는데, 빠르게 또 따라 잡아서 원하는 플레이를 못하게 하기도 했었죠.

 

이렇게 측면을 활용하는 것은 아주 훌륭했으나, 문제는 역시나 박스 안 영향력이었습니다. 때때로 바디, 케인 역시 측면에 지원을 하면서 정작 그들이 필요한 골 장면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나왔고 루니, 바디, 케인 3명이 박스 안에 있는 장면은 거의 다 풀백의 크로스...;;

 

전반전 동안 사실상 사라져버린 포르투갈의 팀 단위 공격 작업

사실 잉글랜드가 전반전에 수비 자세도 아주 훌륭했습니다.

잉글랜드 대 독일 경기 당시처럼 아주 높은 위치에서부터 압박을 가져간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아예 내려서서 수비한 것도 아니고 그야말로 상대의 패스 줄기를 정확히 막는 적절한 위치의 압박을 보였습니다.

그러다보니 포르투갈은 2선에게 공을 전달하는 것이 쉽지 않았고, 측면에서 자주 볼을 잃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중앙이 막혀버렸기 때문에 전반 30분 정도 전까지 무티뉴의 영향력도 적었던 상황에서, 측면에서 무언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측면에서 풀백이 넓게 서서 볼을 잡으면 2선의 지원이 제때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사실상 풀백이 그냥 혼자 전진하는 상태...

아무래도 2선 선수들이 아드리앙 실바, 하파 실바 같은 비교적 어린 선수들, 그간 대표팀에 많이 나오지 않았던 선수들이다 보니 이런 모습을 보였던 듯 싶습니다.

1~2 차례 정도 왼 풀백 엘리제우가 정확한 크로스나 돌파 등의 개인 능력을 통해 박스에 근접한 위치에 공을 보내기도 했었던 것 외엔 딱히 기억이 없습니다.

포르투갈은 수비 시에 팀 전체가 수비에 가담하는 훌륭한 모습을 지난 평가전에서 보여 왔고 이번 경기도 팀 전체가 442에 가까운 포진으로 전체가 수비 가담을 하는 모습을 어느 정도 괜찮게 보여주었으나 공격 시에는 2선이 제 구실을 하지 못하고 오로지 풀백들이 힘겹게 전진하는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다만, 풀백임에도 크랙같은 모습을 보이는 엘리제우와 그나마 볼 간수 능력이 좋은 주앙 마리우가 같은 왼쪽 측면에 나섰던 30분 이후로는 상대 진영에서 아주 미미하게나마 볼 점유 시간이 좀 늘었습니다. 물론 그 괴상한 쿵푸킥 전까지...

 


브루노 퇴장.

덕분에 하파 실바가 전반전을 다 뛰지 못하고 주제 폰테와 교체.

그나마 가장 안정적인 수비진으로 돌아왔습니다.

 

후반 초반: 잉글랜드의 역동성 감소, 활동량이 넘쳐흐르는 안드레 고메스와 헤나투의 투입으로 10명 같지 않았던 포르투갈.

포르투갈은 후반 시작과 함께 아드리앙 실바를 빼고 안드레 고메스를 투입합니다.

 

그런데 후반 시작 이후 모습은 오히려 포르투갈이 더 위협적이었습니다.

안드레 고메스가 갑자기 측면을 부술 듯이 전진하는가 하면,

전반전 끝나고 한 소리 들었는지 팀 전체적으로 측면 지원이 상당히 활발해졌습니다.

상대 진영으로 전진해서 풀백--중앙 미들 사이의 연계가 꽤 활발해지기도 했습니다.(특히 엘리제우-안드레고메스-무티뉴 or 나니(원톱이지만 자주 측면으로 지원))

반대로 잉글랜드는 전반 중후반부터 알리를 중앙으로 보내고, 루니를 좀 더 내려서 공격형 미드필더처럼 뛰게 하면서부터 공격이 이상하게 역동성이 떨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더니 아예 후반전에는 전체적으로 오프더볼 움직임이 줄어든 느낌도 들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볼 소유권을 쉽게 잃고 포르투갈에게 지배권을 내주게 된 것이지요.

 

여기에 추후(71분) 오른쪽 윙에 헤나투 산체스가 들어갔는데, 헤나투 산체스는 2차례 정도 상당히 위협적인 돌파로 자신의 모습을 잉글랜드 팬들에게 각인시켰습니다.

전반전에 보기 힘들었던 윙의 크랙적인 모습이 후반전에 드러나면서 개인능력을 활용한 공격도 위협적이다라는 걸 보여준 포르투갈의 후반전 초반 모습이었습니다.

 

전반 초반보다 훨씬 더 중앙 지향적이 된 잉글랜드

초반 모습은 정말 측면, 측면, 측면이었는데, 알리를 중앙으로 두면서부터는 약간 측면의 다이나믹함이 떨어진 대신 중앙을 좀 더 활용하려는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그러면서 70분 이전에 3차례 정도 알리의 창의적인 패스가 또 박스 안으로 투입되기도 했지만 잉글랜드로서는 아쉽게 공격수의 발에 닿지 못했고...

후반전 교체들: 윌셔/랄라나/스털링은 전부 중앙에서 볼을 점유하는 시간을 늘려주는 형태가 되었고, 이들이 볼을 점유한 뒤, 포르투갈의 블록을 해체하기 위해 측면으로 전환시켰습니다.

물론 아이디어는 훌륭했고, 실제로 박스 안으로 보다 자주 공이 투입된 것은 좋았는데

너무 풀백의 크로스에 의존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아쉬웠습니다.

결과론적으로는 그런 상황이 집중력이 막판에 떨어지신 히카르두 카르발류의 마킹 미스로 스몰링의 골로 이어지긴 했지만 상당히 그 전까지 답답했습니다.

 

드링크워터의 탈락은 그래서 더욱 아쉽습니다.

미드진에서 빌드업을 담당하고, 창의적인 패스를 통해 보다 스피디한 전개를 해줄 선수로 드링크워터를 생각했었는데

난데없이 래쉬포드를 넣고 드링크워터를 탈락시켰습니다;;;;

물론 호주전에서 약간 무색무취적인 느낌도 들긴했는데 윌셔가 경기를 오래 뛰지 못한 상황에서 그의 역할을 드링크워터에게 맡기는 게 맞지 않았나 싶은데 뭐 이미 라인업이 발표되었으니 더 이상 할 말이 없습니다.

그나마 호주전에서 역습 출발점이 헨더슨이었다는 점은 또 나름 고무적이긴 하지만...

 

<경기 중 이모저모, 경기 후>

1. 웸블리 전광판에 무감독님께서 잡혔습니다.

관중들의 반응은 '와!'도 아니고 '우~'도 아닌 짧은 탄식에 가까운 '오-'

살다살다 무리뉴 감독님과 같은 공간 안에 있어보고 신기하군요 껄껄


2. 정말 예~전에 한국에 있을때 파도타기를 경기장에서 해보고 그동안 못 했었는데 오랜만에 그것도 웸블리에서 파도타기를 해봤습니다 ㅋㅋㅋㅋ

처음에는 파도가 골문 뒷쪽 서포터에서 끊겨서 관중들이 야유도 보냈는데

이후에 다시 시도했을때 점점 커지니까 박수도 나오고 그랬습니다 ㅋㅋ


3.  

저녁의 웸블리는 참 예쁩니다.

and


스페인 학교가 부활절 휴가 기간이라 영국에 와 있습니다.

때마침 이 기간에 카디프에서 A매치가 있어서 한달전에 표를 예매했는데 드디어 보러 왔습니다.

김보경 선수의 전 홈 구장인 카디프 시티 스타디움입니다.

하필이면 경기날 비가...-_-;;


경기장에 들어가서 자리를 보니 자리마다 이런게 묶여져 있었습니다.

접어서 마치 우리가 부채 가느다란 부분으로 손바닥에 치면 소리가 나듯이 똑같이 가느다란 부분을 손바닥에 쳐서 응원하는 도구입니다.

경기 1시간 반 전 경기장 모습.

사진에는 잘 안 보이지만 지붕이 하필이면 제가 앉은 곳까지 커버해주질 않아서 경기 내내 비를 맞았습니다 --;



워밍업 시작-



지켜보고 있는데 갑자기 선발 수비수 4명만 따로 부릅니다.

위 사진처럼 짧은 패스에 대한 대응도 해보고


이렇게 상대 공격수에게 롱볼이 들어갔을때를 가정한 훈련도 합니다.

수비수만 이렇게 따로 불러서 훈련하는게 신기하더군요


<전반전>

웨일즈는 처음에 442 형태로 시작했습니다.

중앙 미드진에는 조 레들리-데이비드 본 2명을 배치하면서, 데이비드 본이 볼 순환을 맡고 레들리는 볼을 잡기보다는 박투박처럼 움직이면서 공격시 전방 가담, 침투의 역할을 맡았습니다. 

공격진의 경우 베일, 램지, 롭슨-카누 모두 부상으로 빠진 상태에서 양 윙은 실험을 했는데, 왼쪽윙에는 코터릴, 오른윙에는 조지 윌리엄스를 선발로 세우면서 잘 나오지 않던 선수들에 대한 테스트가 있었고, 투톱에는 샘 보크스-톰 로렌스가 가동되었는데, 주로 샘 보크스는 전방에서 골게터의 역할을, 톰 로렌스는 자주 아래로 내려오며 세컨톱의 역할을 맡았습니다.


북아일랜드 역시 442로 보였습니다. 

미드진은 약간 다이아몬드 형태가 아닌가도 싶었습니다.

맥네어와 캐스카트가 번갈아가며 백포라인 보호를 하고 스티븐 데이비스는 중앙에서 플레이메이킹을 하면서 중심을 잡아주는 그런형태였습니다.


웨일즈의 주 빌드업 루트는 주로 오른쪽 측면이었습니다.

오른윙 G. 윌리엄스가 넓은 위치에 서면서 데이비드 본이나 수비진, 키퍼로부터 오는 볼을 받아서 전진하는 그런 형태의 공격 작업이 상당히 많이 보였습니다.

점유는 웨일즈가 훨씬 더 많은 시간을 해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오른윙을 활용한 루트가 너무 자주 활용되면서 좀 빌드업이 단순하게 갔다는 것이라고 보였고, 거기에 북아일랜드의 미드진이 레들리-본의 2미들에 대해 수적 우위를 가져가면서 전방에 닿기가 상당히 어려웠습니다. 

북아일랜드의 경우는 키 큰 두명의 투톱을 향한 다이렉트 패스가 주를 이루었고, 전반전에는 점유를 조금 힘들어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후반전>

웨일즈가 점유를 많이 하고 있었지만, 후반전 들어 2미들의 백포라인 보호가 조금씩 헐거워지는 느낌이었고, 또 북아일랜드도 스티븐 데이비스 등의 중원을 활용해가면서 결국 후반전에 북아일랜드가 세트피스에서 선제골을 넣었습니다.

그리고 62분경에 공격수 톰 로렌스를 빼고 2선 전부 소화 가능한 조나단 윌리엄스가 들어갑니다.

그 이후 후반 시작과 함께 레들리 대신 교체로 투입되었던 크로프츠가 중원에서 볼을 간수하는 시간을 늘려주고, 바로 2미들 위에서 조나단 윌리엄스가 드리블과 스루패스를 통해 꾸준히 북아일랜드 수비진에게 위협을 가했습니다. 

이 시점부터 측면도 측면이지만 중앙을 활용한 빌드업도 상당히 늘어납니다.

그렇게 꾸준히 밀어붙이던 웨일즈는 결국 89분에 크로프츠의 스루패스를 받은 공격수 쳐치가 북아일랜드 수비진으로부터 pk를 얻어냅니다.


이렇게 페널티로 동점골을 넣고 경기 종료-




and


사진 출처: 브라질 축구 협회/Rafael Ribeiro

왼쪽부터 지단, 앙리, 드사이, 비에이라


프랑스는 이 날 경기에 레전드 4인을 초대하면서 승리의 의지를 다졌습니다.

하지만 그들을 초대한 만큼의 경기력과 결과는 좋지 못하였고 결국 브라질에게 설욕을 하도록 했습니다. 


1)전반 초반 프랑스 코너킥 공격/브라질 수비

전반 초반의 프랑스의 두 세번의 코너킥 공격은 브라질에게 상당히 위협적이었습니다. 프랑스가 주도권을 내주고 있던 상황에서도 경기를 이길 것 같았던 느낌이 들었던 것은 바로 전략적인 코너킥 공격때문이었습니다.


1. 프랑스의 코너킥 공격 상황. 잘 보시면 프랑스 선수 5명(동그라미를 하나 빼먹었습니다)이 박스 내에서 양쪽으로 나누어 서 있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박스 밖 선수는 튀어나온 볼을 노리는 선수이므로 제외) 이 때 우리는 저 하얀색 동그라미로 표시된 공간을 볼 필요가 있습니다. 브라질 선수들이 놓친 공간입니다.(지역 방어를 하면서도...;;)


킥이 시작되자 골문에서 가까운 선수들은 바깥쪽으로 빠지고 먼 선수들은 안쪽으로 들어옵니다. 사실상 먼 쪽의 선수들이 골을 노리는 형태입니다. 여전히 하얀 공간이 비어있습니다.


그리고 그 하얀 빈 공간에 바란이 들어옵니다. 골문에서 가까이 있던 선수들이 바깥으로 조금 나온 것은 브라질 수비들이 골문에서 벗어나게 만들었고, 반대로 멀리 있던 선수들은 빈 공간을 노려 슛을 할 태세를 갖춥니다.


미란다가 바란한테 밀렸고, 필리피(노란 동그라미)는 벤제마를 놓치고 공만 봅니다. 이때 바란을 맞고 노마크 상태의 벤제마에게 연결.


필리피: 어?

벤제마 슛! 그러나 브라질 키퍼 제페르송의 놀라운 선방으로 실점을 면하는 브라질.

위험했던 장면이었습니다.


2. 이번엔 선제골 장면입니다. 마찬가지로 거의 5명의 선수가 양쪽으로 갈라선 형태인데, 브라질이 이번엔 사이에 빈 공간을 막아둡니다.


골문에서 먼쪽 선수들의 움직임은 똑같이 안쪽으로 들어가는 속도를 통해 슛을 노리는 형태입니다만, 골문에 가까이 있던 한 선수의 움직임이 달라집니다. 이번엔 바깥쪽이 아닌 코너킥을 하는 선수쪽으로 다가가면서 브라질 수비 3명을 골문 앞에서 끌어냅니다.


바란 v 미란다. 미란다가 또 밀리며 바란에게 헤더 허용했고 이미 브라질 골문은 위 움직임으로 인해 비어버렸습니다.


선제골을 넣는 바란.


미란다가 계속 바란에게 밀린 것도 한 몫했습니다.


2)브라질의 높은 볼 집중도와 빠른, 그리고 팀이 같은 생각을 가지고 하는 공격

브라질은 그 탄탄하다는 프랑스 중원을 이기고 효율적인 공격을 해냈습니다. 브라질 선수들은 볼에 대한 집중도가 더 뛰어났으며 이를 통해 중원에서 공을 탈취했고 이후엔 원터치로 빠르게 빠르게, 그러면서도 팀이 같은 생각을 가지고 공격을 하면서 훨씬 위협적인 장면을 많이 만들어냈습니다.

1. 브라질의 미드필더 엘리아스가 높이 솟은 볼을 가져옵니다.

엘리아스가 볼을 흘렸지만 슈네데들랭의 터치 실수로 인해 흘러나온 공을 오스카가 높은 집중도를 통해 가져옵니다.

사냐-바란의 틈이 벌어졌고 이 틈에 네이마르가 뛰어가고 오스카가 상대가 달려들기전에 재빨리 네이마르에게 공을 줍니다.

네이마르의 슛은 만단다 키퍼가 선방합니다.


2. 이번에는 브라질의 프리킥 이후 빠르게 달려오는 프랑스 선수를 오스카가 막아냅니다.

윌리안과 네이마르 사이에 빠른 패스.

네이마르의 휘젓기 드리블.

피르미누에게 빠르게 연결해주었고

피르미누의 슛까지 연결되었습니다.


3. 이번엔 브라질의 2번째 골 장면입니다. 다시 높이 솟은 볼을 엘리아스가 좋은 위치에 서서 가져옵니다.

이 공을 오스카가 받아서

받자마자 엘리아스에게 빠르게 전달하고

다시 빠르게 윌리안에게 전달합니다.

윌리안이 상대 수비라인 사이를 달리는 동안 네이마르는 사냐가 비워둔 빈 공간에 위치했고 윌리안이 이를 보고 패스합니다.

네이마르 슛!

골!


브라질이 전체적으로 왼쪽을 통한 공격이 많았고 이 공격은 기본적으로 빠른 패스, 그리고 네이마르는 상대 수비를 휘젓는 드리블을 통해 이 공을 왼쪽에서 중앙으로 가져오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오스카는 필리피 혹은 엘리아스와 네이마르 사이의 연결고리 역할을 왼쪽 측면에서 수행했습니다.


3)프랑스의 공격 집중도 부재

브라질이 볼을 공유하면서 공격을 잘 해냈다면 프랑스는 평소보다 팀적인 공격이 아쉬워 보였습니다. 중원이 장악당하면서 중원에서의 드리블을 통한 빌드업이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양 풀백의 상태도 그리 좋지 못했습니다.

또한 자기 진영에서 공을 탈취한 후 역습을 전개하는 속도가 빠르지 못했습니다.


1. 자기 진영에서 볼을 탈취하고 역습을 전개합니다. 평소같으면 미드필더에 저 두 선수가 파란색 선처럼 달려나갔을텐데

달려나오지 않고 공격수 3명이 그대로 고립되었습니다.

결국은 그리즈만은 백패스의 방법을 쓰게되면서 템포가 느려집니다.


2. 역시나 자기 진영에서 공을 탈취한 뒤 템포가 죽어버리면서 빌드업이 막혀버린 장면.


3. 마튀이디가 공을 뺏고 전진하는데

전진 상태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결국은 마튀이디가 백패스. 템포가 느려집니다.


Q&A

1. 윌리안과 오스카가 날아다녔다는데...?

A. 네. 잘 하긴 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윌리안은 전반전엔 우리팀에서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애초에 선발로 나선 위치도 오른쪽이었고 역시나 압박을 쉽게 벗겨내지는 못했어요. 그런데 슬슬 팀의 빌드업도 경기를 진행하면서 개선되었고 중원에 대한 장악도 좋아서 윌리안이 뛰어놀 공간이 꽤 생겼습니다. 그 이후엔 패스의 질도 좋았고요. 

오스카의 경우엔 위에도 잠시 언급을 했지만 왼쪽 측면에서 선발로 나섰고 거의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사실 제가 느끼기엔 공격시에 우리팀에서의 역할과 크게 다르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브라질의 빌드업이 주로 왼쪽으로 진행되었는데, 필리피나 엘리아스의 패스를 오스카가 받아서 네이마르한테 전달해주고 네이마르가 중앙으로 드리블을 통해 볼을 운반하는 형태였어요. 우리팀에서 세스크의 패스를 받아서 전방에 연결해주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 같아요. 수비시에도 왼쪽 측면을 맡았는데, 담당 선수인 사냐가 그닥 상태가 좋지 않았습니다. 자기(사냐)가 올라가고 내려갈 때가 언제인지 헷갈려하는 느낌이었거든요. 


2. 주마는요..?

A. 벤치에서 나오지 못했습니다. 개인적으론 경기장에 드사이도 왔고 해서 교체로라도 봤으면 했는데 팀의 상태가... 덴마크전엔 나왔으면 좋겠네요.


3. 둥가감독 2기가 승률 100%입니다.

A. 네. 7경기 전승이고 17득점 2실점입니다.(나머지 1실점은 오스트리아전) 굉장히 빠르게 팀을 정돈했습니다. 스콜라리 시절 선수를 대다수 제외했고(조, 프레드, 파울리뉴, 헐크, 아우베스 등등) 새 선수(ex. 다닐루)를 많이 부르고 또한 국내파 선수도 다수 부르고 있습니다.(제페르송, 엘리아스, 소자, (타르델리(현 산둥 소속)) 등등) 이전엔 뭔가 팀이 아니라 개인 능력에 의해 풀어나가는 느낌이었다면 이제는 팀적인 빌드업, 수비가 좋아졌다고 봅니다. 개인적으론 선수 선발이 마음에 듭니다 ㅎㅎ 


사진 출처: 글로부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