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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일즈 3 - 1 벨기에

득점: (웨) 에쉴리 윌리엄스, 할 롭슨-카누, 샘 보크스/(벨) 나잉골란


제가 1년 전에 웨일즈의 팬이 되게 해주었던 상대인 벨기에를, 드디어 유로 본선 단계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선수단 이름만 보면 최근 전적은 벨기에가 매우 우세했을 것 같지만

실제 전적은 지난 4경기 1승 2무 1패로 그야말로 백중세였습니다.

이 두 팀의 최근 인연은 아주 질겨서 2014 월드컵 예선, 2016 유로 예선 모두 마주쳤는데,

크리스 콜먼 감독 부임 초기 웨일즈 홈에서 만났던 경기에서는 벨기에가 2-0으로 승리를 거두면서 웨일즈에게 4연패를 안겼고 크리스 콜먼 감독이 5연패까지 떨어지면서 사임을 고려하게 만들었지만 이후 벨기에 홈에서 이뤄졌던 2014 월드컵 예선 막판 경기는 1-1 무승부로 끝난 바 있습니다.

한편 유로 예선에서 두 팀은 다시 만났고, 첫 만남 벨기에 홈 경기는 0-0 무승부를 거두었습니다.

그리고 카디프에서 열린 경기는 그야말로 웨일즈에게 유로 첫 본선행에 청신호를 켜지게 했는데, 나잉골란의 세트피스 과정에서의 실수로 인해 베일이 골을 넣었고 웨일즈는 정말 끈끈한 수비 조직력으로 벨기에의 공세를 버티며 1-0으로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참고로 웨일즈 당시 수비진은 정확히 1군은 아니었는데, 중앙 수비수 자리에 벤 데이비스가 빠지고 크리스 군터가 들어갔고, 대신 윙백에 리차즈가 들어갔었습니다.)


그리고 4강으로 가는 길목에서 두 팀이 다시 만났습니다.


양 팀 선발 라인업


웨일즈(523): 헤네시; 닐 테일러, 벤 데이비스, 에쉴리 윌리엄스, 제임스 체스터, 크리스 군터; 조 래들리, 조 앨런; 아론 램지, 할 롭슨-카누, 가레스 베일

벨기에(4231): 쿠르트와; 조르당 루카쿠, 데나이어, 알더바이럴트, 뫼니에; 나잉골란, 악셀 비첼; 에당 아자르, 데브라이너, 야닉 카라스코; 로멜루 루카쿠



매치포인트

#웨일즈: again 1-0: 그 날의 끈끈한 수비 조직력을 다시 보여준다면...

#벨기에: 풀백들의 공수 지원 타이밍



전반 초반 웨일즈의 잦은 볼 소유권 상실과 빠른 템포의 벨기에 공격


웨일즈는 전반 초반에 생각보다 후방에서 꽤 점유율을 가져가긴 했습니다만, 중원에서의 패스 미스라든가 전방 할 롭슨-카누의 볼 소유권 상실 이후에 벨기에에게 몇 차례 위협적인 역습을 내주었습니다. 특히 조 앨런의 실망스런 패스도 2~3차례 나왔었고 저는 조 앨런이 웨일즈 빌드업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지 느껴오고 있었기 때문에 이 경기 좀 힘들겠다 싶기도 했었죠.


벨기에는 나잉골란-비첼의 과도한 전진을 자제하면서 웨일즈의 역습으로 부터 수비진을 보호함과 동시에 전방의 4명, 특히 아자르, 데브라이너를 중심으로 빠르게 전진하곤 했습니다. 


전반 6분에 있었던 빠른 역습 찬스 이후 웨일즈 선수들이 걸레 수비로 막아낸 장면이 있었습니다.



이 장면은 벨기에의 전반 초반 좋은 공격루트를 보여줌과 동시에 웨일즈의 엄청난 집중력을 보여줍니다.



전반 13분 나잉골란의 선제골도 웨일즈가 어이없게 볼을 내주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조 앨런이 가운데서 패스를 상대 선수에게 주면서 벨기에가 빠르게 올라왔고, 측면에서 가볍게 공을 돌리는 과정에서 내려가있던 웨일즈의 수비 블록은 나잉골란의 중거리 슛을 막지 못했습니다.



선제골 이후의 상황 - 웨일즈의 편안한 점유: 벨기에의 공간 압박


선제골 이후에는 웨일즈가 더욱 더 점유율을 높이고 역습이 아닌 지공 상황이 더욱 많아지게 됩니다.


이는 벨기에가 수비시에 442 포메이션을 바탕으로 공간을 차단하는 형태의 수비를 했기 때문인데,

아이디어 자체는 나쁘지 않았으나 바로 이전 경기 웨일즈 대 북아일랜드 경기에서 북아일랜드의 수비 자세를 생각해보면 그렇게 좋은 전략은 아니었습니다.


일단 벨기에의 의도는 웨일즈가 평소에 상대에게 점유율을 내주는 대신 아래 공간을 완전히 차단하는 형태의 수비를 통해 상대를 답답하게 하기 때문에 자신들 진영으로 상대를 끌어들여서 역습을 통해 공격을 풀어보겠다는 의도로 보였습니다. 특히 유로 예선에서 2차례나 같은 방식으로 당했기 때문에...

그래서 442 진영을 바탕으로 선수 개개인을 압박하기 보다는 공간을 차단하는 형태의 수비를 보였습니다.


그런데 웨일즈가 생각보다 점유를 잘했어요. 지공도 나쁘지 않다는 걸 보여주었죠.


특히나 선수 개개인에 대한 압박이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램지, 앨런이 오히려 북아일랜드 상대할때보다 더 편하게 공을 잡았고 또한 후방에서 측면 윙백으로 넓게 공격을 진행하는 것도 수월했습니다.

또한 램지-앨런-래들리는 계속 왔다갔다하면서 3미들 형태가 1-2, 2-1 형태를 계속 왔다갔다했고 그 속에 속해있는 선수의 위치도 꾸준히 바뀌었습니다. 


바로 전 경기 북아일랜드는 선수 개개인을 중심으로 타이트하게 압박을 하면서 웨일즈의 공격루트를 완전히 파괴시켰었는데 이와는 상반된 형태를 보이면서 벨기에는 오히려 선제골 이후에 점유율이 6:4까지 차이나기도 하고 슛도 더 내주기도 했습니다. 

특히 측면을 찍어 누르지 못하면서 크리스 군터가 공수 양면에서 편하게 자기 역할을 할 수 있었습니다.

공격시에는 조르당 루카쿠가 그다지 많이 전진을 하지 않으면서, 혹은 전진을 해도 아자르가 그다지 패스를 주지 않으면서 굳이 웨일즈 오른쪽 수비진이 아자르와 조르당 루카쿠 조합 자체를 크게 신경쓰지 않을 수 있게 되었고,(그나마 오른쪽 라인 뫼니에-카라스코 라인은 스피드를 통해 돌파한 뒤 크로스를 활용하는 모습은 있었지만 크로스의 질이 아쉬웠습니다) 수비시에는 너무나도 쉽게 일대일 돌파를 내주면서 군터 뿐만 아니라 램지 등의 선수들이 측면을 노렸죠. 


벨기에가 오랜만에 전문 풀백이 양 측 다 나섰던 것은 모 아니면 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왜냐하면 본 포지션이 중앙 수비수인 선수에 비해서 공격 지원해줄 타이밍을 더 잘 알 수 있다고 생각했고, 백 스리가 잘못 가동될때 최대 문제인 측면 수비 문제가 더 부각될 수 있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죠. 그래서 베르통언이 아웃되었다고 했을때 오히려 이것이 벨기에에게 좋은 점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도가 될 수 있다고 느낀 것은 양 풀백이 모두 국가대표 경험이 상당히 적은 선수들이었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조르당 루카쿠는 같은 포지션에 나섰던 베르통언에 비하면 아주 꼬꼬마 수준의 경력이기 때문에 구멍이 될 수 있다고도 느꼈죠. 


결과적으로는 그냥 도도 아니고 back도가 되었습니다만...



동점골 코너킥 상황 역시 벨기에 기준 왼쪽 측면에서 발생했습니다.

일단 백포라인 자체의 정비도 문제였고, 롭슨-카누의 일대일 돌파가 이루어지면서 그 이후에 코너킥이 발생했었죠.

(롭슨-카누가 본래 윙어인 점을 감안하면 또 크리스 콜먼 감독의 선발 라인업이 성공한 셈입니다. 샘 보크스는 전통적인 9번으로서 좀 더 가운데에서 정적인 느낌이 강하죠.)



웨일즈의 세트피스 공격 대비


웨일즈가 아주 세심하게 경기를 잘 준비했다는 것이 세트피스 상황에서 드러났습니다.

특히 코너킥 공격 상황에서 반복된 패턴이 보였는데, 벨기에가 지속적으로 이를 놓쳤습니다.


동점골 상황입니다. 

조 래들리, 베일, 에쉴리 윌리엄스, 제임스 체스터가 서로 한데 뭉쳐있다가 흩어지는 패턴이 이 코너킥 외에도 계속 반복됩니다.


결론은 무엇인가? 에쉴리 윌리엄스가 굉장히 프리해집니다. 



55분 할 롭슨-카누 역전골: 팀 단위의 볼 공유가 미숙한 수비라인을 파괴하다


벨기에는 후반 시작과 함께 카라스코를 빼고 펠라이니를 넣었고, 카라스코 자리에 데브라이너가, 그리고 본래 데브라이너 자리에 나잉골란이 들어가면서 상대 진영에서의 압박을 강화합니다. 

후반 초반부터 벨기에는 노골적으로 루카쿠의 머리를 노리기 시작함과 동시에 아자르나 데 브라이너의 개인능력에 의지하려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러나 다른 상황에서 압박을 잘하다가도 한순간이라도 라인을 올린채 압박을 하지 않는 것은 항상 무시무시한 책임이 따릅니다.


역전골 상황을 보면, 라인은 올렸는데 전혀 베일에 대한 압박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그 결과는 벨기에에게 상당히 치명타를 안겼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의 상황은 정말 간결하고, 또한 전방에 있는 선수들이 이 공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를 서로 '공유'하면서 공격이 이루어졌습니다.


베일은 대단히 애매하게 올라와 있던 데나이어, 루카쿠의 뒷공간을 노린 패스를 주었고, 램지는 이를 알아채고 그 뒷공간으로 이동하였습니다. 동시에 롭슨-카누는 다음 상황을 대비해서 램지와 반대 방향으로 달려가죠. 그 뿐만 아니라 램지가 집중 마크를 당하지 않도록 크리스 군터가 측면을 밟고 달려갑니다. 

팀 동료 간의 텔레파시가 통한 셈이었죠.


그리고 마무리는 매우매우매우 아름다운 크루이프턴으로 롭슨-카누가 마무리합니다.


로비 새비지(BBC 해설 중에 턴 장면을 보며): "See you later Menuier, See you later Denayer, See you later Fellaini"




아이슬란드, 이탈리아, 웨일즈의 공통점?


토크스포츠, 유에파 등에서 일하고 계신 롭 달리 기자가 경기 직후 이런 트윗을 남겼습니다.

"아이슬란드, 이탈리아, 웨일즈: 명확한 플랜을 가진 팀, 자기들의 역할을 알고 있는 선수들, 그리고 (서로 간의) 신뢰. 완벽히 뛰어나다"


이번 유로 2016에서는 지난 리뷰에서도 언급했듯이 국가대표팀이 클럽팀에 비해 가질 수 밖에 없는 한계인 조직력이라는 문제를 넘어선 팀들이 꽤 있습니다.

특히 이탈리아는 강팀들이라 볼 수 있는 팀들을 상대로 엄청난 조직력을 보이면서 승리를 거두었으며, 아이슬란드와 웨일즈 역시 이러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이변을 일으켰으며, 또 일으키고 있습니다.


롭 달리 기자가 말한대로 이러한 팀들의 특징은 복잡하지 않으면서도 아주 명확한 경기 전개 방식을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아이슬란드, 이탈리아, 웨일즈 모두 자기만의 방식대로 수비를 견고히 해왔습니다.

아이슬란드는 442포진을 바탕으로 윙어들의 엄청난 활동량과 중앙 미드필더진의 역할 분배(1차 압박 길피 시구르드손, 백포라인 바로 앞 공간 방어 군나르손)를 통한 공간 위주의 방어. 이탈리아는 352 포진을 바탕으로 전문 홀딩 미드필더(데로시 or 모따)가 백포라인을 보호하고 양 옆의 미드필더, 윙백의 활동량, 커버 등을 바탕으로한, 그러면서도 유벤투스 백스리+키퍼를 그대로 옮겨놓은 매우 조직적인 수비. 웨일즈는 343(혹은 523)을 바탕으로 한 철저한 공간 위주의 압박. 


공격 방식 역시 누가 어떤 역할을 맡는가에 있어서 매우 명확했습니다. 웨일즈의 경우만 보면, 그동안 리뷰에서 꾸준히 작성해왔듯이 앨런이 후방에서 조율, 램지가 공간을 찾아다니면서 패스 길이 되어주는 동시에 창의적인 패스로 슈팅 기회 창출, 크리스 군터가 측면을 넓게 활용하는 데 있어서 조력자적인 역할 등등. 

그리고 이러한 역할을 맡는데 있어서 선수들이 모두 자신의 역할에 대해 정확히 인지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곤했죠. 


웨일즈는 특히 그런 조직력을 조별리그 3차전 러시아전에서 아주 완성도 높게 보여준 바 있습니다. 이탈리아는 16강 스페인전에서 그런 모습을 보여주었죠. 


이 팀들의 선수진을 보면 우리가 알만한 선수들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벨기에나 스페인처럼 선발 라인업을 봤을때 다 알만한 선수가 있는 것은 또 아니죠. 이 팀들의 선수들은 팀으로써 움직이면서 동시에 슈퍼스타 역할을 해줄 유명한 선수들은 팀의 조직력이 좋으면 그 팀의 톱니바퀴 역할을 잘 해내면서 막 튀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도 위기 상황이 오면 해결사가 되곤 했죠(특히 베일의 프리킥, 이탈리아의 경우는 슈퍼스타까진 아니지만 에데르가 간간히 해결사적인 면모) 



감독들의 전술, 용병술도 아주 좋습니다. 콘테감독은 말할 것도 없고(다만 가끔씩 인시녜 좀 쓰라는 비판도 받고 있긴 하지만 그 외에는 완벽합니다.) 크리스 콜먼 감독은 부임 초기 5연패 시절을 거치면서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수비적으로 안정된 팀을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또 이번 대회에서 적재적소에 선수들을 잘 투입하면서(ex. 슬로바키아전) 승리를 이끌어내거나 지켜낸 바가 있죠.(물론 잉글랜드전은 좀 아쉽습니다만) 아이슬란드의 경우 스웨덴 출신의 라예르베크 감독과 아이슬란드 출신의 할그림손 감독의 공동 감독 체제의 시너지가 아주 좋습니다. 



이 3팀이 어디까지 이번 유로에서 진출할 수 있을지, 그리고 아이슬란드와 웨일즈는 2018 월드컵까지도 바라볼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and

웨일즈 1 - 0 북아일랜드

득점: (웨)맥컬리(자책골)/(북아) -


몇 년 전이면 유로 대회에서, 그것도 토너먼트 단계에서 이 두 팀이 만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을 것입니다.

웨일즈와 북아일랜드 모두 처음으로 유로 토너먼트 단계에 진출했고, 어쩔 수 없이 두 팀 중 하나는 아쉽게 집에 가야했고, 반면 나머지 한 팀은 새로운 기록을 작성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이 두 팀은 이미 3월에 유로를 대비하기 위한 평가전에서 만난 바 있습니다. 아마도 웨일즈는 조별 단계에서 잉글랜드를 가정한 대결을 꾸렸었던 것이겠죠?

저는 그 경기를 직관했었는데, 이 두 팀이 유로 16강에서 만날 줄이야...ㅋㅋ

그래서 저는 북아일랜드가 16강 진출이 확정된 후 이 두 팀이 꼭 만나길 바랐었습니다. 그런데 조별 단계 경기 마지막 날에 아일랜드가 이탈리아를 잡으면서 3위가 되었고, 결국 골득실로 터키가 밀려나버렸죠. 덕분에 이 매치업이 성사될 수 있었습니다. 아니면 16강은 웨일즈 대 터키였어야 했거든요. 그리고 저는 터키 선수들을 거의 모르므로 리뷰가 매우 부실했을 것입니다 ㅋㅋㅋㅋㅋ;;


어쨌든 3월 A매치 당시 거의 맨 앞 자리가 경기장 지붕에 의해 보호를 전혀 받지 못해서 비를 엄청나게 맞으며 봤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_-;

북아일랜드는 거의 주전급 멤버가 나왔었고, 반면 웨일즈는 베일, 램지, 할 롭슨-카누 같은 선수들이 전부 부상으로 빠져버려서 약간 1.5군 수준으로 나왔었지요.

경기 결과는 1-1이었는데, 전반전에 웨일즈가 훨씬 점유를 많이 했지만 위협적이지는 못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후반에 세트피스에서 북아일랜드가 선제골을 넣고, 웨일즈에서 선수 교체를 통해 꾸준히 위협하다가 88분에 페널티 만들고 결국 사이먼 쳐치의 pk골로 간신히 비겼던 그런 경기였죠.

당시 웨일즈는 유로 예선에서 강팀을 상대로 나섰던 백 파이브를 쓰지 않고, 백 포라인을 사용했었습니다. 아무래도 좀 더 내려서기보다는 점유율을 통해 경기 전반을 지배해 보겠다는 의도였던 것 같았는데, 미드필더의 본을 중심으로 볼이 순환되면서 측면, 특히 조지 윌리엄스가 있었던 오른쪽 측면을 꾸준히 공략해서 결국은 크로스 형태로 마무리 되는 그런 공격이 상당히 많았었습니다. 당시 리뷰에서는 좀 심하게 단조롭다라고 썼었죠. 뭐 베일, 램지도 없는데 어쩔 수가 없는 것 아니겠나 싶으면서도 그럼에도 후반전에 중원에 래들리, 본을 조앨런, 크로프츠로 바꿔주고, 또 공격진 바로 밑에 조나단 윌리엄스를 투입하면서 측면 위주의 전술이 서서히 중앙 위주로 바뀌면서 공격이 상당히 활기차졌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특히 조나단 윌리엄스가 중앙에서 공을 상당히 잘 간수하면서 저에게는 인상 깊은 선수가 되었죠. 


그런데 이번 경기는 베일, 램지가 잘 있고, 또 러시아전때 득점력도 좋아서 웨일즈에게 꽤나 기대를 했었습니다.

또 조별 리그에서 북아일랜드의 공격력이 딱히 좋지 못해보였기 때문에 더욱 그런 기대감이 있었는데...


막상 경기를 열어보니 북아일랜드가 매우 적극적이었습니다.



선발 라인업

웨일즈(523): 헤네시; 닐 테일러, 벤 데이비스, 에쉴리 윌리엄스, 체스터, 크리스 군터; 조 래들리, 조 앨런; 베일, 샘 보크스, 아론 램지

북아일랜드(532): 맥거번; 달라스, 조니 에반스, 맥컬리, 캐스카트, 아론 휴즈; 노르우드, 코리 에반스, 스티븐 데이비스; 카일 라퍼티, 제이미 워드



웨일즈의 공격 루트를 철저히 파괴해 버린 북아일랜드의 사람 중심 압박


북아일랜드는 전반 시작부터 강력하게 웨일즈 선수들을 밀어붙였습니다.


특히나 볼의 흐름에 있어서 중요한 선수들을 전부다 강력하게 압박해버리면서 다른 공격루트가 쉽게 나오기 힘든 웨일즈 입장에서는 거의 정상적인 공격 전개가 불가능한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개인적으로 북아일랜드가 공간 위주의 압박을 펼치면서 완전히 내려서서 경기를 펼칠 것이라고 생각하고, 매치 포인트 역시 그러한 밀집수비를 어떻게 웨일즈가 뚫어낼 것인가로 생각했는데, 완전히 빗나가버렸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북아일랜드의 적극적인 도전은 전반전에 아주 훌륭한 선택이 되었습니다.



구체적으로 북아일랜드가 어떤 식으로 상대 선수들을 하나하나 압박했는지 보겠습니다.



어떻게 보면 압박 대형 자체가 상당히 비대칭적인 모습입니다.


일단 오른쪽 윙백 크리스 군터는 북아일랜드에서 달라스가 집중 마크하고,

미드필더 조 앨런은 북아일랜드의 노르우드가, 아론 램지는 수비형 미드필더 코리 에반스가 담당합니다.

베일은 주로 조니 에반스가 견제하는 형태.

그리고 오른쪽 공격수로 나선 제이미 워드의 경우 대인마크의 정도가 그닥 약한 것처럼 느껴지지만 주로 벤 데이비스를 견제합니다.


그렇다고 항상 이 선수들이 꼭 맡은 선수를 마크한 것은 아니고, 상대 선수의 위치에 따라 유동적으로 바뀝니다.


집중 마크하는 선수가 딱 지난번 러시아전 핵심 멤버들입니다.(경기 실질적으로도, 통계적으로도 너무나 눈에 띄는...)


이런 모양새다 보니, 빌드업 자체가 아예 망해버렸습니다.

뭐 겉으로는 후방에서 점유율을 유지하면서 마치 상대를 끌어들이는 듯 보였으나,

이건 웨일즈가 백 파이브를 썼을때의 정상적 빌드업이 아닙니다.

통계를 보니까 백스리의 한 명인 체스터가 제일 볼을 많이 받았다고 나오는데, 빌드업이 잘 이루어졌다면 앨런, 램지가 제일 많이 받아주었어야 했죠.

앨런, 램지가 완전히 꽉 막혀버렸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압박에서 보다 자유로운 체스터가 제일 많이 받은 것입니다.


그리고 베일의 경우 추가적으로, 상당히 뛰어난 선수이기 때문에 박스 근처에서 공을 잡으면 아예 3명 정도가 달라붙습니다. 

이 점이 가장 큰 문제였죠. 웨일즈로서는. 박스 앞에서 골이든 어시스트든 뭐든 해결해줄 에이스가 이렇게 심하게 압박을 받고 있으니 뭔가 만들기가 상당히 어려웠습니다.

그러면 이렇게 상대가 베일에게 막 달라붙으면 공간이 나오지 않나 싶은데, 아쉽게도 홀로 뭔가 해낼 선수가 더 이상 없는 것이 문제였죠. 


이렇게 웨일즈가 공격 전개, 빌드업 모두가 힘겹다 보니 다양한 대책을 경기 중에 만들어봅니다.



위 사진처럼 14분 경부터는 아예 베일과 램지의 위치를 바꾸어서 마크맨을 바꿔보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되면서 램지는 조니 에반스의 마크를 받고, 반대로 베일이 코리 에반스의 마크를 받게 되었죠.

그러나 여전히 큰 효과는 없었습니다. 램지가 러시아전처럼만 했으면야 효과가 있었겠지만, 마크맨이 심하게 붙은 상황에서는 뭘 제대로 못 하더군요. 


또한 때때로 후방에서부터 샘 보크스의 머리를 노린 롱볼도 간간히 활용되었습니다.

이게 잘 통한게 전반 30분경에 이뤄진 공격작업이었는데, 에쉴리 윌리엄스가 길게 보크스에게 패스를 주었고, 보크스가 공을 잘 떨어뜨려서 램지-베일로 이어지고, 측면에서 빠르게 올라온 군터에게 연결 이후 크로스가 이어졌지만 아쉽게도 슛까지 이어지진 못했습니다. 그나마 많은 공간이 있었던 공격작업이었죠. 

이 방법이 그나마 웨일즈가 노릴 수 있었던 가장 좋은 방법이긴 했지만 아무래도 롱볼은 정확도가 떨어지기 마련이기 때문에...


또한 빌드업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서 베일이 박스에서 상당히 멀리 내려와주는 장면도 자주 보였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의 지원 역할은 나쁘지 않았으나 역시나 상대 수비 자세가 아주 좋았기 때문에 볼의 전진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전반 끝나고 들었던 생각은 웨일즈에서 북아일랜드 선수들의 압박을 추가적으로 끌어내거나 아니면 압박으로 생긴 공간을 이용해줄 수 있는 선수가 투입되면 좋겠다는 것이었죠. 기존 자원만으로는 어떻게든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보았기 때문에...



한편 경기 양상 자체는 그래서 웨일즈가 점유하는 역할, 북아일랜드가 수비 후 역습을 노리는 역할이 되었죠.

북아일랜드는 공격시에 라퍼티가 철저히 타겟맨이 되었는데, 상당히 등지는 역할을 잘했습니다. 그리고 제이미 워드는 박스 안팎을 왔다갔다하면서 지원 역할을 해주고, 스티븐 데이비스는 연결 고리 역할을 아주 잘 해냈습니다. 

무엇보다도 달라스가 참 대단해보였던 게 공격시는 윙어, 수비시는 풀백 역할을 모두 성공적으로 소화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활동량이 상당하더군요. 

전반 매우 초반에 공간에서 볼을 받아 유효슈팅도 한 번 기록했었습니다.


전반전에는 오히려 북아일랜드의 유효슈팅이 웨일즈보다 많았다는 점은 확실히 북아일랜드가 노린대로 흘러갔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다만 웨일즈도 골문 근처에서 공간을 웬만하면 내주지 않았기 때문에 박스 안 진입은 상당히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3개의 슛이 아마도 모두 박스 밖에서 이뤄졌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후반전 완벽하진 않았으나 괜찮았던 웨일즈의 임기응변


일단 후반 시작 이후 북아일랜드가 약간 수비라인을 좀 내리지 않았나 하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특히 램지가 움직임이 더 활발해지기도 했지만, 램지에 대한 대인마크가 약해졌고 이로 인한 좋은 장면이 2차례 정도 나왔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러나 45분~55분 정도의 시간 동안은 약간 양 팀이 오픈 게임 느낌이 나서 북아일랜드도 상대 진영에서 꽤 공을 잡았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63분에 조 래들리가 빠지고 조나단 윌리엄스가 들어옵니다.

이것이 약간 승부수로 잘 작용했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일단 포메이션 상으로는 램지가 아래로 내려가서 조 앨런과 나란히 서고, 대신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 조나단 윌리엄스가 들어가는 형태입니다.


그런데 실제 운용은 수비시는 확실히 램지-앨런 3선 형태가 이루어지는데,

공격시에는 램지, 앨런, 조나단 윌리엄스 이 셋이 계속 유동적으로 움직입니다.

특히 램지는 좌, 우, 중앙 여기저기 왔다갔다 하면서 패스 길을 만들어주고, 조나단 윌리엄스는 중앙에서 볼 점유를 위주로 움직이고, 앨런은 공간을 이용하기 위한 침투를 준비합니다. 

홀딩 역할에 가까운 래들리를 빼면서 공격적인 선택을 한 것이죠.


(전반전보다 훨씬 더 자유로워진 램지의 모습. 램지를 향한 압박이 줄었습니다.)


그리고 또한 베일이 전반전보다 상대진영 깊숙한 곳의 왼쪽 측면을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전반전에는 시작은 오른쪽이었으나 상당한 압박을 받았고, 이후 왼쪽으로 이동했으나 측면을 넓게 활용하기보다는 중앙에서 수비수를 끌어내려는 움직임을 보이거나 아예 내려와서 빌드업에 가담했습니다.

그러나 후반전 들어서는 보다 왼쪽 측면을 넓게, 그리고 깊숙하게 활용하려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특히 왼쪽 측면은 전반전에 닐 테일러가 담당했지만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기에 베일이 이 측면을 활용하는 것의 성공여부는 또 대단히 중요했습니다.



(전반전 베일의 볼 터치. 그림 왼쪽에서 오른쪽이 공격방향)


(후반전 베일의 볼 터치)


그러면서 베일이 전반전보다는 좀 더 수비수의 압박을 덜 받았고, 

자책골 장면도 이것과 아주 연관이 큽니다.


이게 자책골 직전의 장면인데, 확실히 베일에 대한 공간이 많아졌습니다. 물론 그 이전에 램지, 윌리엄스 등이 중앙에서 볼 소유를 하면서 수비수를 가운데로 몰아 넣은 것이 주효했습니다.


이러한 세 가지 요소가 잘 조화되면서 웨일즈는 완벽하진 않았으나 어렵게 득점을 성공합니다.



이후 북아일랜드는 2명을 연이어 교체하면서 백스리라인을 백포로 바꾸고 442 진형까지 만들면서 다이렉트하게 공격을 노리지만 무위로 돌아가고 안타깝게 여기서 유로를 마감했습니다.



and

러시아 0 - 3 웨일즈

득점: (러) - /(웨) 램지, 닐 테일러, 베일


대략 13년 전, 유로 2004로 가는 플레이오프 길목에서 만난 두 팀의 승자는 결국 러시아였고, 웨일즈는 또 한 번 유로 문턱에서 좌절했습니다.


당시 22명 선발 명단 중 이번 경기에서 또 선발로 나선 선수는 오로지 러시아의 이그나셰비치. 물론 후보엔 아킨페예프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웨일즈는 전부 다른 선수.


그런데 13년만의 재회에서는 둘의 결과가 완전히 뒤바뀝니다. 



양 팀 선발 라인업

러시아(4231): 아킨페예프; 콤바로프, 이그나셰비치, V. 베레주츠키, 스몰린코프; 글루샤코프, 마마예프; 스몰로프, 시로코프, 코코린; 아템 주바

웨일즈(523): 헤네시; 닐 테일러, 벤 데이비스, 에쉴리 윌리엄스, 제임스 체스터, 크리스 군터; 조 래들리, 조 앨런; 아론 램지, 샘 보크스, 가레스 베일


매치 포인트

#러시아: 과연 웨일즈의 견고한 수비라인을 흔들고 공간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웨일즈: again 슬로바키아전: 앨런, 램지, 그리고 베일



치명적인 약점을 드러낸 러시아 수비진, 그리고 그것을 효율적으로 잘 이용한 웨일즈 공격


이번 경기에서 러시아 수비진은 다음과 같은 문제를 드러냈습니다:

1. 느린 중앙수비진 때문에 박스 근처에서 풀백들이 측면 공격수나 윙백을 견제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낀다.

2. 홀딩 역할의 글루샤코프가 있기는 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속공이 시작되면 동시에 후퇴하는 중앙수비진 성향 때문에 최종 수비라인과 미드필더 사이 라인이 심하게 벌어지기 시작한다.

3. 지공시 윙어들이 전부 박스 안에 들어가고, 풀백이 측면에서 크로스를 올려주는 형태의 공격때문에 공을 한 번 뺏기면 밸런스가 이미 무너진 상태에서 수비를 시작한다.


지난번 3월 A매치 프랑스 v 러시아 경기에서도 후반전 파예의 30m프리킥 전 상황에서 코망의 돌파에 후퇴하던 러시아 중앙수비진이 결국 파울을 내주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이 장면의 이번 경기 복선이었던 것일까요? 



이러한 러시아 수비진의 약점을 웨일즈가 너무나도 잘 간파한 느낌이 전반 초반부터 들었습니다.


일단, 선발 라인업부터 아주 현명하게 시작했습니다.


슬로바키아전 선발 라인업에서는 베일이 원톱 역할을 맡았지만, 본인 장점인 스피드를 활용한 돌파를 보기 힘들었다가 후반전에 롭슨-카누를 톱에 세우면서 베일이 아래로 내려가서 그런 돌파를 볼 수 있었는데,

이번 러시아전에서는 베일이 러시아 수비진이 만든 공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아예 전통적 9번 유형의 샘 보크스를 선발에 넣었습니다. 

비록 보크스가 결정적인 슛도 키퍼에게 막히기도 하고 큰 활약이 없어 보이긴 했으나 전방에서 길게 오는 공을 받아서 공격이 지속될 수 있도록 다시 패스도 주는 그러한 역할을 해주면서 최소한 자기 역할은 해냈습니다.



두 번째로 측면 윙백(특히 오른쪽 윙백 크리스 군터)으로의 패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램지, 앨런을 중심으로한 팀 공격이 더욱 잘 되었습니다.


슬로바키아전 전반전에 웨일즈가 잘 한 것이 윙백으로의 패스를 통해 경기장을 넓게 활용하면서 램지, 앨런을 중심으로 공격이 움직였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잉글랜드 전에서는 상대 풀백이 나름 위협적이기 때문에 조금 사렸었던 게 문제였습니다.


이번 경기에서는 슬로바키아전 전반전 공격 형태가 더욱 더 조직적으로 잘 이루어졌습니다.


가장 아래 숫자는 각 선수들이 얼마나 많은 패스들을 받았는가에 대한 내용인데, 크리스 군터는 48회 받았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참고로 램지가 64회, 조 앨런이 40회니까 플레이메이커도 아닌데 상당히 많은 횟수로 볼을 받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왼쪽 윙백 닐 테일러는 오히려 15회로 적은 편이군요.(그렇지만 골을 넣었죠...)

군터가 공을 받고 어디로 주었나를 보면, 가장 많은 것이 아론 램지(12회), 그 다음이 조 앨런(10회)입니다. 역으로, 램지는 군터에게 15회나 볼을 주었네요.(경기 내에서 가장 많은 2인간의 패스 기록입니다.)


(출처: twitter: @11tegen11)



그리고 1번 문제, 즉 풀백들의 중앙 수비수 자리 커버 문제와 관련해서 먹힌 골이 2번째, 3번째 골이라고 봅니다.


수비진이 너무 이렇게 중앙에 밀집되면서 왼쪽 측면에서 달려오는 닐 테일러를 아무도 신경쓰지 않습니다. 

결국 러시아 수비진이 베일의 볼을 걷어낸다는 것이 테일러 쪽으로 마치 패스처럼 가버리면서 닐 테일러가 2010년 스완지 이적 이후 첫 골을 기록합니다. 그것도 국가대표 경기에서 말이죠.


후반전 베일의 골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역시나 수비진이 너무 밀집되면서 뒤로 들어가는 베일을 완전히 놓쳐버렸습니다.


이렇게 공격을 진행한 웨일즈의 대단한 기록은, 슛 19회에 유효슈팅이 무려 11회라는 점입니다 ㅋㅋㅋ

이번 대회 유효슛 평균이 3~4회 라는데 말이죠. 웨일즈 유효슛은 무려 11회...허허

뭐 역으로 아킨페예프도 3골이나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열심히 막았다는 얘기로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램지, 앨런, 그리고 베일


이 세 명의 선수 덕분에 웨일즈의 역습은 상당히 박진감 넘치고 흥미로웠습니다.


1. 램지 - 슬로바키아전때 최악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상대 진영에서 플레이메이킹 역할을 맡고 있는 선수가 이렇게 못 하면 앞으로 어찌하나 싶을 정도로 실망스러웠고, 잉글랜드전때는 수비적 공헌은 좋았으나 역시나 공격은 실망스러웠습니다.


그런데 이번 러시아전에서는 매우 훌륭했습니다. 

낮은 위치에서 수비가 커트한 공을 잡아서 상대 진영까지 끌어올리는 모습은 웨일즈 역습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이었고,

또한 자기 포지션은 마치 정해지지 않았다는 듯이 경기장 이곳 저곳을 다니면서 볼의 흐름에 관여했습니다. 


또한 선제골 장면에서도 아주 영리했죠.



조 앨런이 공간이 꽤 많은 상황에서 공을 잡고 전방으로 찔러줄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램지가 알고 있었을 것이고, 램지는 이때 중앙수비수와 풀백 사이 간격을 정확히 체크합니다. 조 앨런이 알아채고 뛰어난 스루패스를 넣어주었고, 램지는 풀백 앞으로 빠르게 뛰어들어가면서 뒷공간을 성공적으로 노리고 첫 골을 만듭니다.


2. 조 앨런 - 선제골 장면에서 이미 그의 전진패스 능력은 입증되었습니다.


이번 경기에서는 워낙 위에 있는 램지, 베일이 돋보여서 그렇지 앨런도 공격과 수비 모두 준수했습니다.

특히나 짝으로 조 래들리가 버티고 있었기 때문에 훨씬 더 많은 지역을 커버하면서 공수 모두를 해내지 않았나 싶습니다.


3. 베일 - 뭐 말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ㅎㅎ

슬로바키아전, 잉글랜드 전에서는 뛰어난 프리킥으로 팀을 구한 구원자였다면,

이번 경기에서는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팀 속에서 자신의 장점을 정말 잘 활용했다고 보고 싶습니다.

샘 보크스의 투입으로 굳이 최전방에서 톱처럼 뛰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주어졌고, 그러한 상황을 100% 이용했습니다. 

공간이 생기면 여지없이 속도를 활용해서 박스 근처까지 달려 나갔고, 슛도 꽤 정확했습니다.



아이디어는 괜찮지만 템포가 너무 느린 러시아 공격


러시아 공격의 기본적인 아이디어는 점유를 하면서 굳이 좁은 상대 수비라인 사이 공간을 노리지 않고 측면 크로스 형태로 바로 박스 안으로 투입해서 골을 노려보겠다는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만...


개인적으로 이런 아이디어는 뭐 크게 나쁠 것은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후방에서 너무 천천히 템포를 가져가면서 웨일즈가 수비를 정돈할 시간을 주었고, 

역시나 크로스 위주의 공격은 단순해질 수 밖에 없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나마 러시아에게 작은 힌트는 전반 26분에 나왔던 아킨페예프가 최전방에 바로 길게 전달해서 주바가 슛을 기록했던 장면이라고 생각됩니다.


물론 주바의 컨디션도 딱히 좋다고는 느끼지 못한 것이 전반전 바로 그 찬스랑, 후반전에 측면에서 낮고 빠르게 올라온 크로스를 발에 맞추긴 했지만 골문으로 떠버린 그 찬스를 놓쳤던 것이 러시아 입장에서는 상당히 아쉬웠을 겁니다. 


그리고 웨일즈가 2골 넣은 이후에는 라인을 보다 내렸던 것으로 봤는데 이때 골을 넣지 못한 것이 러시아에게는 더욱 골을 넣을 기회가 날아가버린 꼴이 되었습니다.



앞으로는?


러시아는 그대로 대회에서 탈락합니다.

슬러츠키 감독이 사임을 생각하고 있단 이야기가 들립니다. 항간에 의하면 사실상 열정페이 수준으로 국대에서 일하신 것 같습니다만,(딱히 연봉이 존재하지 않고 보너스 형태라는 웬 기이한...;;) 안타깝습니다. 그래도 팀의 전술 기반은 잘 다져 놓았다고 봤는데...


웨일즈는 첫 유로 진출에 16강 진출, 그것도 조 1위로 진출합니다 ㅋㅋㅋ

16강은 A/C/D조 3위 중 한 팀과 붙게 됩니다. 

이제 웨일즈는 개인적으로 봤을땐 오히려 부담없이 대회를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어디까지 올라갈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ㅎㅎ



크리스 콜먼 감독의 인상적인 인터뷰로 이번 리뷰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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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일즈 2 - 1 슬로바키아

득점: (웨)베일, 할 롭슨-카누/(슬)두다


양 팀 라인업

웨일즈(523): 대니 워드; 닐 테일러, 벤 데이비스, 에쉴리 윌리엄스, 제임스 체스터, 크리스 군터; 조 앨런, 데이비드 에드워즈; 아론 램지, 가레스 베일, 조나단 윌리엄스

슬로바키아(433): 코자치크; 스벤토, 두리차, 스크르텔, 페카리크; 마렉 함식, 흐로소프스키, 쿠츠카; 블라디미르 바이스, 두리스, 마크


매치 포인트

#웨일즈: 단단한 수비와 베일의 공격력을 통해 유로 첫 승을 거둘 수 있을까?

#슬로바키아: 훌륭한 피지컬과 조직력, 그리고 함식과 나머지 공격진의 위력은?



경기 초반부터 웨일즈의 전진을 방해한 조직적인 슬로바키아 수비진


슬로바키아는 윗 선부터 웨일즈의 전진을 빠르고 강하게, 그리고 조직적으로 밀어붙였습니다.

공을 잡은 선수 주변에는 2~3명 이상이 항상 따라 붙었고, 특히 3명의 미드필더들은 공이 이동하더라도 바로 다음 압박을 위한 준비가 매우 철저했습니다.


전반 2분경에 나왔던 함식의 위협적인 찬스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왔습니다.


웨일즈가 자기 진영에서 스로인을 하는 상황 이후, 볼을 한 번 잃었다가 수비진에서 조 앨런으로 연결해서 전진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이후 조 앨런이 램지에게 연결하고 램지가 원터치로 베일에게 내주었는데 베일이 공을 잡으려 하는 순간 이미 함식이 달라붙었고, 함식이 볼을 빼앗아서 그대로 골문 앞까지 질주합니다. 

그러나 벤 데이비스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걷어낸 것이 웨일즈에게는 천만다행이었던 장면이었습니다.


전반전 웨일즈의 공격 루트 - 램지, 앨런, 윙백


웨일즈는 아찔한 상황을 잘 견뎌내었고, 이후 조금 더 차분히 공격을 전개합니다.

일단 낮은 위치에서는 조 앨런이 중심을 잡으면서 양 쪽으로 벌려주는 역할을 담당해주고, 

닐 테일러크리스 군터 양 윙백이 거의 터치라인을 밟은 상태에서 상당히 넓게 넓게 경기장을 활용합니다.

이렇게 측면에서 공을 잡으면 빠르게 다시 상대 진영에서는 램지가 공을 잡고 램지가 다음 공격 방향을 선택하는 형태가 됩니다.


베일이 선제골을 넣었던 프리킥 이전 상황에서도, 체스터의 오버래핑 이후 오른쪽의 군터에게 연결, 군터가 빠르게 램지에게 연결한 뒤, 램지가 조니 윌리엄스에게 볼을 주었죠. 그리고 발재간이 좋은 조니 윌리엄스가 파울을 얻어낸 상황.


골 이후에도 루트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조니 윌리엄스는 베일과 램지 쪽에 쏠린 압박을 이용해 빈공간을 찾아 돌아다니거나 볼이 주어지면 상대 진영에서 볼 간수를 해내는 역할을 맡은 것으로 보였습니다.


3월 A매치 기간 웨일즈 대 북아일랜드 경기에서 제가 인상적으로 보았던 선수가 조니 윌리엄스였는데, 당시에는 에이스라 할만한 선수가 없다보니 교체로 들어와서 중앙에서 볼을 훌륭하게 간수해내고 박스 안으로 스루패스를 해내면서 중앙 점유율을 높였다고 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경기에서 경기를 풀어나가야 할 선수들은 어찌되었든 조니 윌리엄스보다는 램지, 베일, 조 앨런과 같은 선수로 봐야하고, 그렇기 때문에 조니 윌리엄스가 볼을 많이 잡고 3월 A매치 기간과 같은 역할을 맡기지는 못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역할을 아주 충실히 수행했습니다.


조 앨런이 넓게 윙백에게 벌려주고, 조니 윌리엄스는 빈공간으로 치고 들어가는 아주 정석적인 공격 장면.


골 이후 전반전 양 팀의 양상


전반적으로는 웨일즈가 버티고, 슬로바키아가 주도권을 잡고 열심히 공격은 하는데 유효슈팅은 나오지 않는 그런 양상이었습니다.


일단 웨일즈는 압박 라인이 전반 초반 꽤 높다고 생각되었었는데, 

전반 15분 이후로는 압박 라인을 철저히 자기 진영 중심으로 가져가면서 본래 웨일즈가 백파이브를 사용했을때의 특징이었던 지역방어의 모습을 취합니다.


그러면서 상대의 실수를 기다려서 핵심 멤버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올라가는 형태를 기다렸습니다.


반면 슬로바키아는 아래부터 점유율을 늘리며 차분히 공격을 하다가 어느 수준이 되면 빠르게 전개시키는 방식을 택하는데,

일단은 이러한 작업에 있어서 마렉 함식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했습니다.

마치 전반 초반 위협적인 슛 장면 이후 안 보이는 듯했으나, 실질적으로는 빌드업이 아래에서 시작될때 상당히 내려와서 볼을 받아주고 다시 위로 올라가는 역할이라든가 공격-수비간의 밸런스를 잡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상대 공격시 다른 한쪽에 버티고 있다가 공이 넘어오면 바로 수비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덕분에 3미들이 정말 유기적으로 움직였습니다. 흐로소프스키랑 함식이 자주 위치를 바꾸는 모습도 보였고, 심지어 좀 더 공격적인 성향의 쿠츠카마저도 풀백의 오버래핑을 커버하기도 했었으니까요.


또 슬로바키아의 양 윙들이 좁게 위치하면서 중앙에서 점유를 좀 더 늘리면서, 측면에서는 풀백들이 높이 전진하도록 지원하는 형태의 공격을 보였습니다.(특히 슬로바키아 오른쪽 풀백의 전진이 매우 잦았습니다) 바이스는 마크보다 좀 더 낮은 위치에서 공격 전개를 지원하는 동시에, 중앙으로 치고 들어가면서 공격의 다양성을 주는 모습. 오른쪽의 경우는 풀백의 전진을 활용한 측면 공격의 모습. 


그래서인지 전반 35분 전후로 주로 함식이 위치한 왼쪽(웨일즈에겐 오른쪽) 라인에서 원래 있던 조니 윌리엄스가 왼쪽으로 가고 대신 램지가 오른쪽으로 옵니다.(웨일즈 기준) 아마도 좀 더 수비적인 성향이 있는 램지를 함식이 있는 쪽으로 돌려서 점유율을 계속 가져가는 것을 방해하려는 것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합니다만...

그러면서도 공격장면에서는 에드워즈보다 위치가 낮았던 조 앨런이 부분적으로 더 올라오면서 역습의 시초가 되는 장면들이 꽤 나옵니다. 


램지가 함식의 볼을 끊어내고 조 앨런이 위로 올라가는 장면.



그러나 슬로바키아는 결국 백파이브+4명의 미드진의 지역방어를 통한 공간 압박을 이겨내지 못했고, 웨일즈는 수비 이후 체계적인 전진보다는 걷어내기가 많아서 서로의 골문을 제대로 노린 횟수가 적은채로 전반을 마감합니다.


상대를 끌어 올려서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슬로바키아


슬로바키아는 전반전 중앙에서 강력한 압박을 통해 상대의 전진을 방해하고, 그 후 차분히 점유하면서 상대 진영에 많은 숫자를 두고 공격했지만 유효슈팅이 함식의 전반 초반 슛 밖에 없는 등 그닥 실적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그 원인은 웨일즈의 백파이브와 미드진을 통한 공간 차단 수비 때문이었는데요.


후반전에는 아예 상대 진영에 있는 인원 수를 줄이고, 동시에 수비시에는 좀 더 낮은 위치에서 강하게 압박을 들어가면서 상대에게 점유율을 좀 내주는 대신 빠른 공격 전개를 통한 공간 창출을 노리게 됩니다.


양 팀의 교체 작전 1 - 슬로바키아


슬로바키아는 60분이 다가오자 최전방 공격수 두리스를 빼고 그 자리에 네메치를 투입, 또한 동시에 수비형 미드필더 흐로소프스키를 빼고 좀 더 공격적인 성향이 있는 두다를 넣으면서 변화를 가져갑니다.


  61분 두다 동점골


두다가 교체 투입된지 2분만에 동점골을 넣으면서 슬로바키아의 교체 작전이 일단 성공했습니다. 


주로 마크를 받고 있던 쿠츠카, 함식이 아예 뒤로 빠져버리고, 측면에서는 윙포워드 마크가 돌진하는데 램지가 이를 제대로 막지를 못합니다. 덕분에 중앙에서 공간을 차단하고 있어야할 에드워즈가 측면으로 딸려나오고 두다(가운데 동그라미)가 완전히 아무 견제도 받지 않는 상태가 된 것이죠. 

전진해서 상대 진영에 자주 있었던 쿠츠카, 그리고 이래저래 상대의 에이스여서 마크를 받던 함식이 완전히 볼란치처럼 내려가버리면서 마크맨을 달고 공간을 만들어버렸고, 램지는 바보짓을 했고...;; 

상당히 효율적으로, 그리고 지능적으로 한 방에 동점골을 만드는 슬로바키아였습니다. 


골 이후에도 두다가 전형적인 홀딩이 없는 상대 미들라인과 최종 수비라인 사이 안팎을 계속 움직이면서 꾸준히 부담을 주고 동시에 측면에서 윙들이 간결하고 빠르게 전진하면서 웨일즈 수비가 혼란에 빠지는 장면이 간간히 나옵니다.



(후반전 슬로바키아의 대형. 8번이 두다) 확실히 4-2-3-1과 같은 모습으로 변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양 팀 교체 작전 2 - 웨일즈


위기에 빠진 웨일즈는 68분, 그리고 70분에 연이어 교체를 실시합니다.: 에드워즈->조 래들리/조나단 윌리엄스->할 롭슨-카누


조 래들리의 투입으로 인해 조 앨런이 좀 더 위에서 플레이를 하게 됩니다. 전반전에는 부분적으로 위로 올라가서 역습을 지휘하는 모습이 보였다면, 이제부터는 아예 올라가서 상대 진영에서 영향력을 펼칠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또한 롭슨-카누의 투입으로 인해 베일이 아래로 내려오면서 원톱으로서의 움직임이 아닌 본래 자신의 역할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이제부터가 웨일즈 본래 베스트 11이 가동된 순간입니다.


(교체 후 베일이 측면에서 드리블 질주를 한 첫 장면. 공 잡고 드리블 질주 중인 선수가 베일)



베스트 11이 가동되면서부터 역습에 좀 더 체계가 보이게 됩니다.

롭슨-카누 쪽으로 한방에 주면서 롭슨-카누의 피지컬로 버티는 모습이라든가 베일의 드리블을 활용한다든가 하는 것들이 서서히 웨일즈 쪽에 만족스럽게 드러납니다.


그리고 조 앨런은 더욱 더 사령관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81분 롭슨-카누 결승골


서서히 공격력이 좀 좋아지던 웨일즈가 기어이 골까지 만들어냅니다.


조 래들리가 후방에서 램지를 발견하고 한 방에 패스 -> 베일이 끌어낸 미드필더로 인해 공간 발생 -> 램지가 넘어질뻔하다가 막판에 간신히 패스 -> 롭슨-카누 빗맞고 골!


개인적으로는 슬로바키아에서 전문적 수비형 미드필더가 빠진 것이 동점골에 좋은 효과를 주었지만 이번 결승골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고도 생각이 들면서, 

램지는 경기 내내 못하다가 이 골에 어시스트를 하면서 스탯을 쌓았다는 생각도 들면서,

롭슨-카누의 골도 운이 나름 좋은 게 아니었나 싶기도 하지만...

골은 골입니다 ㅋㅋ


무엇보다도 교체를 통해서 경기 내용이 이렇게 또 바뀐 것을 보면 양팀 감독 모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고,

특히나 영연방 팀 중에서 이렇게 교체를 통해 빠르게 경기 내용이 싹 바뀌는 팀이 국대고 클럽이고 얼마 없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웨일즈가 이렇게 해내는 것을 보면 확실히 웨일즈의 조직력이 대단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물론 역으로, 웨일즈의 베스트 11 의존도가 얼마나 클 수 밖에 없는가도 느껴집니다...ㅋㅋ


슬로바키아 마지막 교체 


슬로바키아는 왼쪽 윙 바이스를 빼고, 아예 중앙에 10번 스토흐를 집어넣고 중원을 완전히 장악한 뒤 측면 크로스를 노립니다.


85분에 그렇게 해서 골대를 때리는 안타까운 장면이 나오게 되었죠.


그러나 웨일즈가 두드려 맞지만은 않고 라인을 상대가 가득 올린 틈을 타서 베일에게 한 번에 전달되는 패스를 통해 2번의 역습을 시도합니다. 그러나 램지의 이상한 짓으로 한 번 실패, 베일의 정면 슛으로 다시 실패.



그렇게 웨일즈는 역사상 처음으로 진출한 유로 본선에서 첫 승을 거두게 됩니다. 



and

두 팀의 대결은 어떤 대결이 나올까 참 궁금했던 경기였습니다.

벨기에는 지난 프랑스와의 평가전을 4-3으로 이겼으나 2골을 넣었던 펠라이니가 부상을 당해버렸던 상태였습니다. 


양팀 라인업


웨일즈는 백스리라인을 들고 나왔습니다. 개인적으로 이해가 되는 것이, 벨기에는 분명히 펠라이니가 없는 상태에서 비첼을 활용하더라도 전방에 침투하는 작전을 쓸 것으로 보였기 때문에 수비라인을 잘 조정하든 아니면 첼시 대 맨유 경기에서 주마의 역할처럼 미드필더 한명을 아예 박투박 마크용으로 투입하거나 하는 등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웨일즈는 아예 수비를 3명 놓는 백스리라인을 사용했습니다. 

벨기에는 433 혹은 4231로 보이는 포메이션을 사용했습니다.(실제 경기상에서는 메르텐스와 데 브뤼네의 위치가 바뀐 것으로...) 펠라이니 대신에 데 브뤼네가 투입되면서 좀 다른 효과를 얻을 것으로는 예상했습니다만...


1)단단함 그 자체, 웨일즈의 백스리라인

전반 대략 10분경 아자르의 슛 이후부터는 웨일즈의 백스리라인에 감탄하면서 경기를 보게 되었습니다. 벤테케면 벤테케, 후반에 교체 투입된 루카쿠, 간간히 박스 안으로 들어가던 비첼이 전부 묶여버렸습니다.

그 이유는 어디에 있었을까요?


1. 벨기에가 파이널 서드(1/3) 바로 앞부근에서 공을 잡았을 때를 보겠습니다. 백스리라인 순서는 웨일즈 진영 기준 체스터-윌리엄스-건터입니다. 이때 벤테케(검은색 동그라미)가 앞으로 약간 전진한 상황에서 벤테케 왼쪽의 아자르가 침투를 노립니다. 만약 백포라인에서 수비가 발이 느리다면 눈뜨고 당할 수도 있는 장면입니다. 

웨일즈의 건터가 벤테케 쪽으로 압박을 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윌리엄스가 커버를 하러 갑니다. 

공이 실제로 아자르쪽으로 전달이 되었고, 이때 커버를 나섰던 윌리엄스가 빠르게 공 방향으로 달려갑니다.

윌리엄스가 아자르를 향해 달라붙고, 대신 건터가 이번엔 그 자리를 커버합니다. 


김태륭 해설위원님도 말씀하셨지만 오늘 경기에서 체스터-윌리엄스-건터는 너무나도 압박과 커버라는 백스리 내에서의 역할 부여가 잘 되어 있었고 서로간에 어떤 상황인지에 대한 인식, 그 이후 실행이 잘 되었습니다.

2. 롱볼 상황을 살펴봅시다. 사실 벨기에의 대부분의 공격루트는 롱볼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_-;;) 중앙 수비 3명이 촘촘히 달라붙어 있습니다. 벤테케는 계속 스토퍼 2명 중 한 명에게 방해를 받았고 침투하는 선수들의 위치와 오프더볼 움직임은 그렇게 좋지는 않았습니다. 펠라이니가 없으니 공중볼 싸움이 좀 힘들어보이긴 하더군요.


3. 수비 한 명이 더 있음으로 해서 낮게 깔아오는 크로스도 예측 후 막아냅니다. 침투하던 비첼에게 전혀 연결되지 못한 상황.


사실 지난 프랑스와의 평가전에선 벤테케+펠라이니가 프랑스 수비진에게 상당한 위협요소였습니다. 벤테케가 떨어뜨려주고 펠라이니가 최종 수비라인 선수간에 빈 공간에 들어가서 슛을 노리는 형태였다고 보였는데, 이번 경기에서는 촘촘한 백스리 라인탓에 벤테케는 박스 안에서 공중볼 싸움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더불어 다른 선수들도 박스 안에서 공중볼을 잡기가 어려웠습니다.


웨일즈 페널티 박스 내에서의 공중볼 경합. 많은 크로스는 아예 선수가 잡지 못한 경우가 많았고, 그나마 있던 경합도 90분동안 루카쿠 한 번에 그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블로킹' 개수. 주황색이 웨일즈, 벨기에가 파란색. 

자세히 보시면, 윌리엄스가 6개나 블로킹을 해냈다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양팀 최다입니다. 


2)수비보호+공수 전환시 연결고리+활동량 모두를 잘 보여준 웨일즈 미드필더 3명

또 오늘 경기에서 대단했던 것이 램지-레들리-조 앨런 미드필더 3명이었습니다.

사실 아주 크게 보이는 활약은 아니었습니다만, 팀의 지지대 역할을 성실히 해냈습니다.


중미 3명의 볼 터치. 히트맵으로 보면 팀 전체 히트맵인 줄 알 것 같습니다. 그야말로 전 구역을 엄청나게 뛰어다녔습니다. 최다 터치는 램지.



가운데를 뚫을테면 뚫어봐라적인 자세로 수비에 임한 미드필더진. 물론 적극적인 태클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으나 기본적으로 공의 흐름 자체를 막아버렸고 백스리 3명이 곧바로 위험에 처하는 것을 막아냈습니다. 그 덕분에 벨기에 공격 루트가 더 측면으로 몰리게 되어 버렸습니다.

웨일즈의 밀집수비. 최근 영국 클럽과 국대 통틀어 이런 밀집 수비를 잘한 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대단했습니다.


후반전에는 벨기에에서 메르텐스를 루카쿠로 바꾸면서 442가 되었는데, 공중볼 싸움에 더 도움이 되도록 간격을 더 좁혔습니다. 후반전부터 이런 경향 때문에 공격에는 어려움을 겪었습니다만, 전반전에 골을 넣은 상태였기 때문에 벨기에를 더 조급하게 만들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중미 3명은 공수 전환시 볼을 잃는 모습을 그렇게 많이 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오히려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시 그 공이 공격진에게 전달되는데 아주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 됩니다.

아래는 바로 베일 골 장면이 나왔던 프리킥 이전 장면입니다.

수비 이후에 튕겨져 나온 볼이 램지에게 갔고 램지는 굉장히 빠른 판단으로 베일에게 바로 전달합니다. 템포가 덕분에 상당히 빨라졌습니다.

베일이 수비 뒷공간으로 롱패스를 합니다.

후방에서 대기하고 있던 롭슨-카누가 볼을 잘 잡아서 드리블 이후

프리킥을 얻어냈던 장면.


(웨일즈의 공 소유권을 잃어버린 횟수) 

미드필더 3명 중에선 앨런-램지가 각각 1회씩만 소유권을 잃었습니다. 물론 어떻게 보면 상당히 평범한 수치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웨일즈가 라인이 좀 더 낮았고 벨기에가 앞에서부터 압박해 들어갔던 것을 고려하면 상당히 적은 수치라고도 생각이 됩니다.


3)벨기에의 문제는 무엇일까?

사실 지난번에 프랑스전에 4-3으로 이길때만 해도(원래는 4-1이었으나 막판에 4-3) 빌모츠 감독이 좀 전술적인 면이 발전했나 생각했으나 잘못 생각한 듯 싶습니다. 

생각해보면, 프랑스가 그 경기에서 펠라이니에 대한 방어 대비책을 제대로 세우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두 번째 골인가에서도 침투하는 펠라이니를 놓치거든요. 바란이 잡든지 아니면 카바예까지 내려와서 마크를 해주든지 했어야 했다고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그 경기에서나 이 경기에서나 별반 다름이 없던 것은 공격루트가 약간 단조롭지 않나하는 생각입니다. 충분히 다른 루트로 공격을 진행해도 괜찮은 라인업인 것 같은데, 제가 경기를 설렁설렁 봐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만 자주 보이는게 수비진->나잉골란->좌측 혹은 우측으로 벌려주기->(데 브뤼네: 이번 A매치 기간 중 이번 경기만 참여)->베르통언이 크로스. 혹은 알더바이럴트가 크로스나 메르텐스에게 패스. 

이런 식의 루트가 잦다보니 이번 경기처럼 웨일즈가 대비책을 단단히 세워서 나오기도 하고, 전진 패스를 과감히 해서 템포를 빠르게 진행해서 수비를 좀 떨어뜨리고 공격을 진행하면 좋을텐데 이래저래 템포가 상당히 느려지더라고요. 


그 외에, 데 브뤼네는 벨기에 선수 중 가장 터치나 패스가 많았습니다만 공간이 생기지 않으니 (킥은 나쁘지 않아서 좌우로 볼을 순환하는 것은 잘 했습니다만) 수비와 공격 사이에 직접적인 연결고리 역할을 그렇게 잘 수행하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키 패스 개수를 보니까 5개나 했다고는 나오는데 그 중에 3개가 코너킥이었습니다./메르텐스는 전반전만 뛰었으나 그냥 필드에서 3개의 키패스)


그리고

(벨기에의 총 볼터치 회수)

아자르의 볼터치가 너무 적습니다. 우리팀의 볼터치 횟수를 생각하면 매우 적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심지어 풀백이 더 많군요. 아자르는 온더볼에서 드리블을 통한 빌드업에 강한 선수인데 볼터치가 적으면...


4)유로 예선 B조 앞으로는...



(현재 순위)

오늘 승리로 인해 웨일즈가 3점차 1위가 되었고 2위는 벨기에, 3위가 이스라엘이 되었습니다.(보스니아가 5위라니!)

지금까지 웨일즈가 4승 2무입니다. 이대로만 쭉 가면 유로 대회 진출이 정말 눈앞에 다가온 상황입니다. 


경기가 끝나자 웨일즈 스탭진들과 선수들은 마치 월드컵을 우승한 듯이 기뻐했습니다. 그들의 국제대회에 대한 염원이 잘 보였고 유로 예선 남은 4경기 잘 마무리해서 올라갔으면 좋겠네요.

이번 예선에서 수비가 상당히 강하고 백포라인과 백스리라인을 잘 넘나드는 유연한 운영을 보여주고 있는데, 유로에 실제 올라가도 어떤 모습을 보일지도 더 기대되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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