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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터 시티 1 - 1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총 1-2)

득점: (LEI) 바디/(ATM) 사울


양 팀 라인업

(uefa.com)



시즌 초만 해도 아무리 레스터시티가 프리미어리그 우승팀이라지만 챔피언스리그 조별단계를 통과해서 더 높은 단계로 나아갈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들은 많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결국 조 1위로 리그에서의 고전하는 모습과는 달리 당당하게 16강에 진출하였고, 하필 상대는 이번 시즌 전반기 동안 잘 나가던 세비야였죠. 많은 사람들이 여기서 레스터의 행진이 멈출 것이라 다시 예상했습니다. 그러나 레스터는 감독이 바뀌는 과정까지도 겪으면서 결국 1차전 세비야 원정에서 거둔 패배를 2차전 홈에서 역전시키면서 처음 챔피언스리그 진출에 8강까지 올라섰습니다. 


레스터시티는 감독 교체와 함께 리그에서 어느 정도 자신들의 간결하고 강인한 축구를 회복해가기 시작하는 단계에서 챔피언스리그 16강과 8강을 치르게 되었습니다. 한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역시 초반 수비적으로 불안한 모습을 떨쳐내고 후반기부터 다시금 우리가 아는 공수 양면에서 밸런스가 잘 잡힌 모습으로 돌아온 상태로 챔피언스리그를 임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 두 팀의 만남은 가장 전술적으로 자신들의 강점을 발휘하고 있는 시기에서 만나는 것이기에 더욱 기대되었습니다. 1차전 레스터는 생각보다 수비적으로 임했고 1실점만을 허용하며 자신들의 홈 구장에서의 맞대결을 더욱 기대하게끔 했습니다. 


양 팀의 라인업에서 눈에 띄는 점은 단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 호세 마리아 히메네스가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용되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만큼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수비적으로 방심하고 있지 않다는 뜻이었고, 동시에 그만큼 전문 홀딩 미드필더가 좋지 않은 몸상태나 부상으로 인해 없다는 의미...입니다. 또한 전문적인 톱을 배치하지 않으면서 상대가 득점이 급한 것을 이용해 수비라인을 끌어들이면서 빠르게 공격해보겠다는 의도가 보였습니다. 반면 레스터 시티는 지난 경기 빠졌던 웨스 모건이 돌아온 대신 이번에는 후트가 경고 누적으로 결장하며 베날루앙이 선발로 나섰습니다. 그러나 그 이외에는 스쿼드가 나름 완벽한 상태로 경기를 시작했습니다.



~전반 25분: 서로의 장점을 봉쇄하는 수비 작전


경기 초반에는 레스터시티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도 서로 상대팀의 장점을 봉쇄하는 것에 크게 신경을 쓰면서 경기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먼저 레스터시티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큰 강점인 수비에서 공격으로의 빠른 전환을 방어하는 것에 아주 잘 대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백포라인+은디디, 드링크워터 6인 블록이 공격 상황에서 볼을 잃은 이후, 빠르게 서로간의 공간을 최소화하면서 역습 작업에 있어서 볼 전진에 크게 관여했던 그리즈만이나 코케에게 공을 잡을 시간과 공간을 주지 않으려고 노력했으며, 최종 수비 라인에서 수비수 사이의 공간을 노리던 카라스코에게도 백포라인끼리 간격을 최대한 좁히면서 공간을 내주지 않았습니다. 만약 조금 틈이 생긴 상황에서 역습이 전개될 경우에는 애매하게 위치하면서 볼의 흐름을 막는데에 신경쓰며 역습 스피드를 낮추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아틀레티코 선수들도 어느 정도 긴장을 했는지 평소보다 조금은 공이 없을 때의 움직임이 살짝 아쉬운 모습도 초반에 보였고 이로 인해 역습 속도가 잘 살지 않은 경우가 있었죠.


(레스터의 빠른 협력수비, 전진에 성공하긴 했으나 최종적으로 코케와 그리즈만이 겹치며 역습 실패했던 장면)


(코케에 대한 레스터의 압박)


(공간을 보고 달리는 카라스코를 향한 공의 길목 차단)


한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오카자키나 마레즈가 활용할 수 있는 최종 수비라인과 미드필더 라인 사이 공간을 최소화 시키는데에 주력했습니다. 상대가 기초 빌드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최종 수비수 또는 2명의 중앙 미드필더에게 생기는 공간을 포기하면서까지 가비-히메네스 라인을 최대한 백포라인에 가깝게 배치시켰습니다. 최종적으로는 스피드를 활용해 수비라인에 균열을 줄 수 있는 바디에게 공이 가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려는 의도로 생각됩니다. 물론 전반전 동안 사비치가 계속 바디를 잘 따라다니면서 레스터의 공격을 잘 막아냈고, 고딘이나 히메네스가 오카자키를 집중 견제하면서 아틀레티코에서 한 차례의 실수로 인해 슛을 허용하긴 했으나 비교적 투톱 간의 연계가 잘 이루어지지는 못했습니다.(바디->오카자키 패스 2회/오카자키->바디 패스 0회)


(가비-히메네스 라인이 최대한 백포라인에 밀착함을 보여준 장면.)


(가비-히메네스가 보다 위에서 끊으려다 마레즈에게 바로 그 최종 수비 라인 앞공간을 허용하면서 스피드로 바디가 수비를 균열시키고 오카자키가 슛까지 가져간 장면.)


이렇게 서로의 장점을 견제하기 위한 장면이 이어지면서 공격이 양 팀 다 부정확했었는데요, 그러나 전반 25분에 결국 필리피 루이스의 크로스와 사울의 예상치 못한 박스 안 침투가 선제골을 만들어내면서 경기 양상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전반 25분~전반 종료: 경기의 주도권을 가진 아틀레티코, 전방에 대한 지원에 어려움을 겪은 레스터시티


선제골이 들어가면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전반 초반 고전했던 모습과는 달리 나머지 전반전을 비교적 편안하게 보냈습니다. 선제골 직후에는 레스터가 밀고 올라오는 것에 대한 어느 정도의 부담은 있었으나, 5분 정도가 지나며 서로 한 번의 슛을 주고 받은 이후로는 아틀레티코가 상대를 주도적으로 끌고 다닌다고 느낄 정도로 상대가 쉽게 기회를 갖지 못하게끔 꾸준한 볼 점유 및 안정적인 수비를 보여주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선제골과 함께 아틀레티코 선수들의 긴장이 좀 풀렸는지 측면 유닛과 중앙 지역 사이에 연계가 비로소 잘 되기 시작했다고 느꼈습니다. 공이 없을 때 움직임도 나아진 것으로 보였고 패스도 쉽게 쉽게 해내면서 안정적으로 경기를 치렀습니다. 


이에 반해 레스터시티는 골이 더욱 급해지면서 전반 25분까지는 어느 정도 전진을 자제하던 은디디가 박스 근처까지 접근하는 모습이 잦아졌고, 전반적으로 라인을 높게 올리면서 골문 근처에 더 가까이 가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공격 상황에서 마레즈라든가 오카자키가 아틀레티코의 최종 수비 라인과 미드필더 라인 사이에 자주 갇히면서 제대로 박스에 다가가는 것이 어려워졌고, 바디의 주변 동료들은 역습 상황에서 너무 멀리 위치하면서 바디를 도와주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볼 소유를 쉽게 상실했죠. 이렇게 전반전은 레스터시티가 이대로 결국 무너지는건가 하는 생각과 함께 끝났습니다. 



백스리로의 변형을 꾀하며 경기를 흔들어 놓은 후반전의 레스터시티


레스터시티는 후반 시작과 함께 아틀레티코의 수비에 고전하던 오카자키를 빼고 우조아를 투입하고, 수비수 베날루앙을 빼고 벤 칠웰을 투입하면서 상당히 도전적인 3-4-3 형태로 후반전을 시작했습니다. 


(후반전 레스터의 포메이션)


전반전에 보여준 기존의 442에서는 오카자키가 바디보다 일반적으로 아래에서 많이 움직이면서 전방으로의 연결을 시도하고, 또한 후방 지역에서도 볼 점유를 조금씩 하면서 측면을 통해 전진하려는 모습을 보였지만 실패했었습니다. 결국 후반전에 와서는 개인당 볼 간수 시간을 줄이고, 전방으로 빠르게 올려주는 방식을 택합니다. 백스리에서 양 스토퍼를 담당했던 푸흐스와 심슨이 길게 주면 전방에서는 우조아와 바디 두 명이 버티고 서 있으면서 헤더로 그 다음 상황을 전개합니다. 전반전 오카자키가 넓은 활동 범위를 보여준 것과는 달리 우조아를 전방에 머물게 하면서 롱 볼을 받게 하고, 바디를 보다 가까운 지역에서 커버해주면서 수비진에게 부담을 주는 작전이었습니다. 또한 올브라이튼이 오른쪽 넓은 측면 지역에서 윙백을 맡아 빠르게 전진하면서 너비를 더해주고, 올브라이튼과 심슨이 버티는 오른쪽 지역에 선수들이 몰려있는 상황을 이용해서 왼쪽 지역에서는 빈공간에 벤 칠웰이 위치하면서 너비를 더해줄 뿐만 아니라 박스 안에서 슛까지 가져가면서 아틀레티코 수비진에 혼란을 주었습니다. 


(투톱+박스 안으로 바로 붙이는 공격 형태에 당황하는 아틀레티코 수비진)


특히나 아틀레티코의 측면 자원들은 볼 위주의 압박을 펼쳤기 때문에 반대편 측면에 상당한 공간을 허용하고 있었습니다. 전반전에는 측면으로 침투하는 선수들의 숫자 부족으로 인해 레스터 윙어들이 넓게 위치하고 있어도 그런 공간을 쉽게 이용하지 못했는데 후반전에는 많게는 5명까지 전방으로 투입될 수 있었기 때문에 보다 빠르게 상대의 압박으로 생겨난 공간을 쉽게 이용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결국 시메오네 감독은 오른쪽 라인에 벤 칠웰과 바디 두 명의 발 빠른 선수들이 계속 위협하자 후안프란을 빼고 루카스 에르난데스를 투입했습니다. 그런데 예상과는 달리 수비시에 오른쪽 측면을 전담할 수비수 없이 다른 선수들이 커버하는 형태가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상대가 롱볼을 받아줄 공격수 둘을 전방에 넣었기 때문에 중앙 수비를 셋으로 늘렸다는 인상을 주었는데, 이게 오히려 레스터의 동점골을 야기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박스 안에 아틀레티코 선수들은 상당히 많았지만 올브라이튼의 크로스를 막는데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고, 오히려 한쪽으로 전부 몰리면서 벤 칠웰이 완전히 자유로워진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사비치는 전반전에 이어서 계속 바디를 마크하고 있었죠. 아무도 벤 칠웰을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지난 몇 년간 토너먼트에서 수세에 몰릴 때마다 빛났던 것이 바로 박스 안 수비였습니다. 후반전 20분 정도는 상대의 강하게 붙이는 크로스에 고생했고, 슛도 상당히 허용했지만 결국 몸으로 막아내면서, 또 계속 걷어내면서 끝까지 막아내는데에 집중했습니다. 심지어 수비형 미드필더였던 히메네스까지 실점 이후에는 박스 안 수비에 집중하면서 사실상 중앙 수비 4명 + 필리피 루이스 이렇게 5명이 최종 수비를 구성할 정도였는데, 특히 레스터의 오른쪽 라인에서 꾸준히 양질의 크로스가 올라왔기 때문에 필리피 루이스와 루카스가 한 명은 선수에 가까이 서고, 다른 한 명은 넓게 빠져 나간 풀백과 중앙 수비 사이 공간을 체크하는 역할을 번갈아가며 수행했습니다. 문제는 그다지 오른쪽 라인에서의 크로스를 잘 견제하지 못했다는 것이고, 결국 아예 풀백 오버래핑은 포기하고 완전히 박스 안을 통제하기 위해 필리피 루이스를 빼고 전방에서 드리블로 볼 간수가 가능한 코레아를 투입시키는 예상치 못한 교체를 실시합니다. 


(후반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걷어내기(머리+발) 횟수: 39개(whoscored.com 기준) 그리고 단연 고딘과 히메네스의 걷어내기 횟수가 눈에 띕니다.)


특히나 필리피 루이스 교체 아웃 시점 즈음해서는 아틀레티코 수비진 시스템이 다시 안정적으로 변한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강하게 팀 단위로 압박해서 상대의 패스 시스템을 차단시키는 평소의 모습은 아니더라도, 그 이전보다는 비교적 상대가 박스에 다가가는 것이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오른쪽 라인에서는 벤 칠웰을 계속해서 협력 수비로 고립시키면서 정확한 크로스를 올리지 못하게 만들었고, 왼쪽 라인에서는 그리즈만이 올브라이튼을 따라다니면서 쉽게 상대가 측면으로 넓게 벌리는 플레이를 하지 못하게끔 미리 견제했고 더 낮은 위치에서 공을 받도록 유도했습니다.


결국 두 팀의 승부는 1-1, 총 스코어 2-1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승리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그러나 레스터시티가 챔피언스리그에서 보여준 모습만큼은 마지막 경기까지도 왜 그들이 프리미어리그에서 지난 시즌 우승할 수 있었는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최근 4시즌 중 3번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루면서 확실히 이제는 강팀이라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다시금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는 가장 치열한 전술싸움이 일어나는 공간이라는 것을 느낀 그런 경기였습니다. 특히나 16강, 더 나아가 8강 쯤 되면 팀의 네임 밸류는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 누구나 강팀이고 쉽게 이길 수 있는 상대는 없다는 것이 증명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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