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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알 베티스 0 - 5 바르셀로나

득점: (BET) - /(BAR) 라키티치, 메시(X2), 수아레스(X2)


선발 라인업


올해는 바르셀로나 경기를 리가 경기 중에서는 꽤 많이 보게 됩니다. 물론 발렌시아, 아틀레티코 경기도 많이 보고 있지만 말이죠. 개인적으로 발베르데 감독의 전술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경기 중 적절한 변화를 통해 경기 흐름을 바꾸어 버리는 게 인상적이기 때문입니다. 때때로 경기 시작과 함께 실행되는 플랜 A가 통하지 않을 때도 있지만 어느샌가 경기를 장악하고 골을 만들어내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이번 베티스 전도 전반전에는 베티스의 수비 플랜에 상당히 애를 먹었고, 바르사의 플랜 A도 뭔가 잘못된 느낌이 있었지만, 후반전 팀이 싹 바뀌어서 등장했습니다. 전술적으로 공부해볼만한 좋은 경기가 아닐까 싶어서 오랜만에 또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레알 베티스의 경기 플랜


레알 베티스는 전반전을 아주 훌륭하게 치렀습니다. 전반전 수비만 놓고보면 바르셀로나를 잡을 수 있는 교본에 실릴만한 경기였죠. 축구 전술책에 자주 언급되는 2011-12 아슬레틱 vs 바르사 경기와 비슷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선수 하나하나를 철저하게 대인방어를 하면서 바르사의 실수를 유도한 점이 그랬습니다. 더 구체적으로 한 번 살펴보죠.



바르사의 기초 빌드업 상황에서 베티스의 수비 대형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림 초반에 표시해두었듯이 아주 높은 위치에서 바르사 선수들을 한 명씩 전부 대인 마크를 하고 있습니다. 베티스의 투톱이 평소 빌드업의 시작점이 되는 중앙 수비진을 마크하고 있고, 호아킨이 부스케츠를, 과르다도가 라키티치를 각각 마크하면서 슈테겐이 볼을 어디에 줄지 모르게 만들어버렸죠. 뿐만 아니라 양 윙백들이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두면서 후방 상황과 바르사의 양 풀백 상황을 모두 체크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마킹 덕분에 바르사는 키퍼가 볼을 돌리면서 시작되는 기초 빌드업에 애를 먹었습니다. 슈테겐의 롱볼은 아무래도 짧은 패스보다 정확하지 않았고, 짧게 공을 건네주더라도 베티스의 수비 대형에 의해 볼 소유를 얼마 하지 못했죠.

  

(이 장면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공격에 대한 아이디어도 나름 괜찮았습니다. 평소 433 내지 4231을 사용하던 베티스는 백스리 형태로 수비라인을 가동하면서 바르사의 전방 압박에 대해 좀 더 수적 우위를 가져가려 했습니다. 평소 앵커로서 기용되던 하비 가르시아가 백스리의 오른쪽으로 들어가고 만디가 백스리 중앙에 위치했죠. 그러면서 바르사를 상대로도 키케 세티엔의 점유 축구를 유지하려 노력했습니다. 


최전방의 공격 형태 아이디어도 괜찮았습니다. 다만 실행이 아쉬웠죠. 호아킨이 중앙에 주로 위치하면서 바르사의 최종 수비라인과 미드필더 사이 라인을 공략하고, 크리스티안 테요와 세르히오 레온이 중앙 수비 옆으로 뛰면서 중앙 수비 간격을 벌리고자 노력했습니다. 세르히오 레온은 측면도 볼 수 있는 스피디한 선수이기에 나름 적합한 선발 라인업이었죠. 다만 문제는 투톱까지 공이 쉽게 전달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투톱을 양 옆으로 뛰게 하면서 최종 목표는 공간을 향한 패스로 보였는데, 그다지 성공률은 좋지 못했고 오히려 찬스는 바르사의 수비 대형 정면에서 더 나왔습니다. 극 초반 과르다도의 중거리슛, 또 전반 중반 정도에 피케 앞에서 호아킨의 침투 이후 슛이 그랬죠. 


(베티스가 투톱을 통해 활용하고자 했던 움직임과 현실)



바르사의 경기 플랜


이 경기에서 바르사는 그동안 윙이 없을 때 442 형태가 아닌 4231에 가까운 라인업을 들고 나왔습니다. 이는 베티스가 평소 433을 쓸 때의 모습을 고려해서 나온 라인업으로 생각이 됩니다. 베티스의 3미들을 피하고 좀 더 측면을 활용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왼쪽 윙에는 고메스, 오른 윙에는 세르지 로베르토가 위치했습니다. 또한 베티스의 빠른 공격에 대한 대응과 기초 빌드업 상황에서 베티스의 높은 지역에서의 압박을 예상하고 부스케츠-라키티치 더블 볼란치를 세워 수비적인 대응을 하고, 공격적으로 기초 빌드업 상황에서 한 명을 더 늘려서 압박을 벗어나 빌드업을 좀 더 수월하게 하고자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베티스가 경기 시작 플랜을 너무 잘 세워버려서 바르사의 플랜이 엇나갔습니다. 일단 가장 문제가 되었던 것은 더블 볼란치형태였다고 보이는데, 라키티치가 계속 후방에서 대기하면서 공격 상황에서, 상대 진영에서 수적 열세를 겪으며 기회를 만들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후방에 위치한 라키티치, 덕분에 공격 상황에서 숫자 부족으로 금방 소유권을 잃었던 바르사)


또한 수비 상황에서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대인 위주의 압박을 시행했는데, 간간히 미드필더들이 과르다도나 파비안을 압박하다가 최종 수비라인과 간격이 벌어지면서 공간을 허용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베티스가 잘 활용하지 못했습니다만...



1차적인 변화 - 라키티치 전진



전반 중반 발베르데 감독이 라키티치를 부르더니 손가락으로 앞을 가리키며 전진할 것을 지시합니다. 이 이후 여전히 후방 빌드업은 좀 답답했지만 어느 정도 잘 버텨서 상대 진영까지 전진하고 나서는 좀 나아졌습니다. 전반 초반의 수적 열세가 조금은 나아진 모습이었죠.


이렇게 라키티치가 좀 전진해주면서 상대 진영에서 볼을 줄 수 있는 선택지가 하나 늘었습니다. 조금씩 베티스의 자기 진영 방어가 흐트러지기 시작했고 바르사의 슛 횟수도 늘게 되었습니다.



2차적인 변화 - 완전한 3미들로의 전환


후반 시작과 함께 발베르데 감독은 세르지 로베르토의 위치를 좀 더 내렸습니다. 전반전 세르지 로베르토의 위치는 오른 윙에 가까웠던 반면, 후반 시작과 함께 섰던 위치는 433 하에서 오른쪽 중앙 미드필더에 가까웠죠. 


(그림 초반 오른 윙 자리 즈음에 동그라미 친 선수가 전반전 세르지 로베르토.)


(후반전 초반 세르지 로베르토의 위치는 좀 더 아래로 내려왔고, 마크맨을 끌어당기면서 베티스 수비진 앞에 공간 발생.)


그래서 전반전 세르지 로베르토는 거의 중원에서의 빌드업 가담보다는 측면 지역에서 볼을 간수하거나 빠른 움직임을 통해 풀백에게 공간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반면 후반전 세르지 로베르토는 보다 더욱 빌드업에 가담하는 모습이 늘었죠. 물론 오른쪽 측면에 빈공간이 생길 경우 채워주는 역할도 맡았습니다. 


여튼 세르지가 내려온 덕분에 레알 베티스는 전반전에 펼치던 대인 마크 위주의 수비가 더욱 흐트러졌습니다. 바르사의 전술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죠. 최종 수비 앞에는 전반전보다 많은 공간이 생겼습니다. 전반전에는 바르사의 더블 볼란치가 그렇게 깊이 전진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베티스의 미드진 중 한 명 정도는 애매하게 마크와 공간 압박 사이의 스탠스를 취하면서 최종 수비라인을 보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후반전 들어서는 바르사가 3미들을 취하면서 미드진이 보다 더 자유롭게 균형과 전진을 택할 수 있었고, 이에 따라서 베티스의 대인 마크 체계에 혼란이 생길 수밖에 없었죠. 전반전동안 중원에서의 싸움을 조금 더 유리하게 가져갔던 베티스는 후반전 발베르데 감독의 전술 변화에 반대로 중원을 내주었습니다. 


이러한 변화에 가장 퍼포먼스가 떨어졌던 선수는 파비안이었습니다. 전반전만 해도 중원 싸움을 유리하게 가져가면서 볼 순환은 물론 필요시 오른쪽 측면까지도 전진해서 적절히 공간을 채워주었으며 수비시에는 높은 위치에서 곧잘 볼을 기가 막히게 빼앗아 낸 파비안이었지만, 후반전 들어서 수비시 마크는 물론이고(첫 골에서 라키티치 마크를 놓치며 실점 빌미 제공) 공격 상황에서 전진은 하지만 거의 경기에 영향을 끼치지 못하고(첫 골 먹히기 직전 슛 제외) 자기 진영에서 볼까지 빼앗기면서 두 번째 골의 직접적인 요인이 되었습니다. 


(바르사 두 번째 골 장면. 볼을 빼앗기는 선수가 파비안)



두 번째 골 이후 바르사는 안드레 고메스를 빼고 파울리뉴를 넣으며 본연의 442로 돌아갔습니다. 라키티치가 오른쪽을 담당하고, 세르지 로베르토가 왼쪽을 담당, 그리고 파울리뉴랑 부스케츠가 중앙에 위치하게 됩니다. 중원에 수를 늘림으로써 상대의 볼 순환을 더욱 어렵게하고 공격 상황에서 좁게 중앙에서 선수들이 배치되면서 상대의 대인마크 위주의 수비를 빠른 패스 플레이로 벗겨내게 되었습니다.


(442 하 바르사의 수비 대형. 중앙에 미드진이 밀집되면서 베티스 선수들이 전진패스를 하기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메시의 경기


이번 경기는 전술적으로도 배울 점이 많았지만, 메시 개인 플레이에서도 인상적인 경기였습니다. 전반 초반은 일부러 그랬는지 힘이 떨어진 듯한 모습이었는데, 후반전 팀도 살아났지만 본인의 플레이도 살아나서 그야말로 날뛰었습니다. 


슛 4회에 2유효 2골, 4번의 찬스 메이킹(그 중 어시스트 1회), 87회 터치에 80.7%에 해당하는 패스 성공률. 이외에도 드리블 13회에 12회를 성공했다고 하네요. 이번 시즌 다방면으로 메시가 활약하면서 바르셀로나가 더욱 단단해진 느낌을 줍니다. 상대 입장에서는 허무해지는 패스, 드리블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베티스가 카마라사를 선발로 넣었었다면?


카마라사가 거의 87분 즈음에 교체로 들어갔습니다. 사실상 별 의미 없는 교체죠. 교체로 들어가는 카마라사를 보니 이럴거면 차라리 선발로 넣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록 이번 시즌 베티스에서 주전은 아니지만, 이번 경기에서 베티스가 추구하려던 축구 스타일과 카마라사의 플레이 스타일이 일치하지 않나 싶었습니다. 지난 시즌 카마라사의 경기를 많이 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얼마 안 되는 경기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빠른 스피드로의 전방 침투, 수비 상황에서 엄청난 활동량을 통한 압박, (그리고 골문 앞에서의 소녀 감성...)이었죠. 이번 경기에서 베티스가 전방에서 투톱을 통해 무엇을 하고자 했는가를 생각해보면 카마라사의 플레이 스타일은 큰 도움이 되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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