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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A매치 대한민국 v 콜롬비아 - 드디어 한국 대표팀에 맞는 전술을 찾은 것일까?



대한민국 2 - 1 콜롬비아

득점: (KOR) 손흥민 (X2) / (COL) 크리스티안 사파타


양 팀 라인업



현재 한국 대표팀이 가진 자원으로는 442가 가장 적합하다


슈틸리케 때도 그렇고, 또 10월 평가전까지의 신태용도 그렇고 계속해서 스리톱이라면 스리톱으로 볼 수 있고 원톱이라면 원톱으로 볼 수 있는 공격 전술을 사용하면서 우선적으로 점유율 축구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물론 점유율 축구를 접목하려는 아이디어는 매우 좋습니다. 후방에 볼을 어느 정도는 잘 다룰 수 있는 자원들이 존재하고 미드필더들도 옛날보다는 훨씬 더 기술적인 면이 올라왔으니까요. 


그러나 그간 우리나라가 보여준 점유율 축구는 골을 만들기보다는 점유를 위한 점유에 가까웠으며 정작 필요한 골을 만들지 못하고 되려 실점을 내주며 위기를 자초한 경우가 꽤 있었죠.(대표적으로 중국 원정) 그와 함께 팀 색깔이 무엇인지 전혀 알 수 없게 되었습니다. 점유가 골로 이어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면서 조직력도 전혀 없는 것처럼 보이고 마음만 급해서 엉뚱한 곳에 패스와 크로스가 이어졌었습니다. 무엇보다도 공간이 많이 주어질 때 잘할 수 있는 손흥민의 활용도가 매우 떨어졌었죠. 기존의 점유율 축구로는 그에게 주어진 압박을 덜어주기에 매우 템포가 떨어졌습니다. 


그래서 작년 10월 김태륭 해설위원님께서는 다음 칼럼에서 "점유율에 기반한 공격축구로 팬들을 만족시키려면 오늘 새벽 열린 이탈리아 대 스페인 경기에서 전반전 스페인에 준하는 경기력을 보여야 할 것이다. 그래야 팬들이 만족하고 그 철학으로 상대를 제압 할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는 스페인이 아니다. 아마 한국의 모든 육성 시스템이 스페인 식으로 바뀌고 모든 연령별 지도자를 스페인 사람이 맡는다고 해도 우리는 스페인처럼 축구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건 능력의 문제와는 별개인 기질의 차이다. 나는 축구에는 민족성이 녹아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이 그동안 각종 국제 대회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였을 때를 기억한다면, 우리는 항상 다이나믹 했다. 빠른 공수 전환, 적극적인 측면 활용, 공간 싸움과 압박."라는 제안을 한 적이 있습니다.(http://v.sports.media.daum.net/v/20161007145458233?mccid=47869) 그 이후로 계속 국대 경기를 볼 때면 이 부분이 생각나더군요. 점유율 축구의 답답한 면을 탈피해보면 국대 경기의 맛이 달라지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러다가 최근 들어서, 아마 대략 2달 정도 전이었을 겁니다. 그냥 가상의 국대 명단을 한 번 짜보는데 그간 봐왔던 시메오네와 마르셀리노 감독의 442가 떠올랐죠. 현재 우리가 가진 미드진이 4미들을 하기에 괜찮아 보였습니다. 활동량이 나쁜 선수들이 별로 없고, 각자의 특징이 뚜렷한 편이죠. 3미들은 나쁘지는 않지만 후방에서 바라보는 시야가 잘못하면 답답해질 수 있었습니다. 특히 역삼각 3미들로 구성할 경우 위쪽 꼭짓점 2명이 측면과 중앙을 오가며 공간을 계속 찾아다니면서 상대 수비진과 미드진 사이 공간을 효율적으로 잘 활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3미들과 함께 활용되던 점유율 축구로는 전방과 측면, 그리고 미드진 사이가 연결되기가 쉽지 않았죠. 이럴 바에야 점유율보다 빠른 공수 전환에 중점을 두고, 미드진에게 시야를 좀 더 열어주면서도 활동량이 아주 좋은 측면 자원들이 공격과 수비 모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442가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여튼 그 당시에 제가 만들었던 예상 명단은 이랬습니다. 김승규; 김민우, 권경원, 김민재, 최철순; 염기훈, 기성용, 이창민, 안현범; 손흥민, 황희찬. 더 좋은 멤버가 떠오르지 않았던 탓에 권창훈 같은 선수가 빠지긴 했습니다만 최소한 손흥민에게 공간을 만들어주려면 442가 적합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특히 시메오네 감독의 442가 아주 잘 돌아가던 시절에는 이 투톱 체제가 공간이 주어진 상황에서 더 잘 활약하는 그리즈만에게 최적이었습니다. 이러한 시스템이라면 물론 예상 명단은 좀 더 클래식한 442 느낌이긴 하지만 그래도 손흥민에게 공간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경기에서 딱 투톱으로 나왔네요...? 그것도 아주 독창적인 스타일의 투톱이었습니다. 공간을 좋아하고 스코어러 기질이 있는 윙어 손흥민과 엄청난 활동량과 스피드를 갖춘 윙인 이근호가 나란히 투톱으로 섰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경기에서는 서로가 서로에게 공간을 만들어준 셈이 되었습니다. 특히 전반전 이근호의 활약은 개인적으로 MOM 급이라고 생각합니다. 상대 진영의 오른 측면을 무너뜨렸고, 상대 수비에 스피드에서 전혀 뒤쳐지지 않았습니다. 



전반전 콜롬비아의 측면을 고립시키며 공수전환의 스피드를 높인 한국 대표팀


일차적인 콜롬비아의 빌드업 루트는 측면을 향한 짧은 패스가 주를 이루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전반전 콜롬비아의 공격이 고전한 데에는 측면으로 가면 더 이상 뭐가 전개되지를 못하고 공격권을 내주거나 아니면 아래로 다시 후퇴시켰던 것이 컸습니다. 


이러한 콜롬비아의 고전에는 442 시스템을 기반으로 팀 전체가 수비에 잘 참여했던 것이 주로 기여를 했습니다. 특히 4미들에서 측면 미드필더들의 경우 우선적으로 하프 스페이스를 방어하면서 공의 길목을 차단했고, 위에서 길목을 차단하면 수비진에서는 타이밍을 잘 맞춰서 상대 측면 자원들을 빠르게 압박했습니다. 



이러한 한국의 수비적인 자세 덕분에 콜롬비아의 측면 유닛과 중앙 공격진 유닛 사이 연결이 거의 이루어지지 못했고 전반전 내내 콜롬비아는 제대로 된 기회를 갖지 못했습니다. 또한 한국의 선제골 이전까지 중앙에 위치해서 전형적인 10번 롤로 뛰던 하메스에게도 거의 공이 가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한국 대표팀은 이러한 콜롬비아의 공격 연결 부재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특히 오른쪽 라인 권창훈, 이근호를 활용해서 상대 박스까지 빠른 전진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과거 경기들과 달리 상당히 템포가 빨라졌죠. 비록 포지션 상으로는 이근호가 톱이었으나 상당히 넓게 움직여주면서 동료들의 전진을 지원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오히려 오른쪽 하프스페이스에는 권창훈이 더 자주 들어가 있었죠. 약간 최근 발렌시아 전술에서 게드스에게 공간을 만들어주는 방식과 비슷한 느낌이 있었습니다. 발렌시아도 공격수들이 전환 상황에서 양 쪽으로 벌어지면서 게드스에게 공간을 만들어주곤 하거든요.. 


(아주 전반 초반에는 오른쪽에 권창훈이 아닌 이재성이 있었군요. 여튼 전환 과정에서 이근호가 측면으로 벌어지고, 대신 그 자리, 즉 하프스페이스에 측면 미드필더가 위치해서 다양한 선택지를 가졌다는 점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골 장면도 이런 비슷한 형태에서 출발했습니다.


이근호가 오른 측면으로 빠졌고 권창훈이 하프스페이스를 차지했습니다. 좀 엉성한 권창훈의 어시였긴 했습니다만 (ㅋㅋ) 손흥민이 침착하게 마무리했습니다.



수비도 공격도 안 되는 콜롬비아 왼쪽 라인


경기 초반에는 콜롬비아가 왼쪽으로 공을 꽤 보냈습니다. 사실 2선 선수들은 오른쪽에 꽤 몰려 있었습니다. 하메스가 중앙에 가깝게 있었고 우르타도가 두반 사파타 밑에 위치하면서 세컨볼 기다리고 있었고 우리베가 오른쪽 중앙-측면을 오가면서 기회를 노리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왼쪽 측면은 풀백 테스티요랑 중미 지오반니가 활약을 해주었어야 했습니다. 아마 그런 의도도 있었을 겁니다. 선수들 한 쪽에 좀 몰아넣고 왼쪽 라인에서 1대1 장면을 만들면서 공간을 만드려는...


그런데 지오반니야 그래도 선제골 먹고 정신차렸다고 쳐도 왼쪽 풀백 테스티요는 전혀 공격 상황에서 도움을 주지 못했습니다. 한국 대표팀에게 공을 쉽게 빼앗기는가 하면 툭하면 다시 수비진에게 볼을 리턴시켰죠. 그런 탓에 콜롬비아는 선제골 이후 공격 방향을 오른쪽으로 거의 집중시켰습니다. 그제서야 그나마 점유 시간이 조금 늘었죠. 오른쪽 라인에서는 꽤 많은 선수들이 집중되면서 우리 대표팀이 마크하기가 조금 까다롭게 되긴 했습니다. 실제로도 우리의 오른쪽 공간, 즉 콜롬비아의 왼쪽 라인에 공간이 꽤 생겼습니다. 압박이 거의 콜롬비아의 오른쪽으로 몰렸기 때문이죠. 그러나 선제골 이후 지오반니의 예상치 못한 전진 몇 차례 이외에는 큰 위협이 되지 못했던 왼쪽 라인이었습니다. 횡적 전환을 잘 시도하지도 않았지만 해도 큰 의미가 없는 것처럼 보였죠. 


(그나마 한쪽에 몰려있는 수비로 인해 공간이 발생했던 걸 제대로 활용할 뻔했던 장면.)


그렇다고 왼쪽 라인이 수비가 제대로 된 것도 아니어서 계속해서 우리 대표팀의 오른쪽에서 좋은 찬스들이 나왔었죠. 권창훈에게는 너무 많은 공간을 허용했으며 이근호에게 쉽게 돌파를 허용했습니다. 


(권창훈->기성용->최철순으로 이어지는 콤비 플레이... 권창훈의 움직임 역시 공간 창출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고요한


현장에서 직관한 이후 이 선수에 대한 생각이 크게 달라졌습니다. 예전부터 오른쪽 측면에 두는 것이 중앙에 놓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중앙에서 활약이 좋았네요. 기성용-고요한 조합 꽤 괜찮았습니다. 그간 기성용 파트너 찾기가 숙제였는데, 좀 더 지켜봐야겠습니다만 의외의 자원이 이를 해결해줄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았네요. 


(예측 수비와 컷팅)


(경기 극초반 하메스에 대한 견제. 한 번 쓱 쳐다보는 하메스)


(다시 한 번 예측 수비)


(또 예측 수비와 컷팅)


그 동안 국대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을 것인데 국대에서 본인에게 적합한 자리를 찾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받았습니다. 국대에서는 좀 더 기성용 옆자리에서 지켜보고 싶네요. 서울에선 옆 동료들이 받쳐주지 못했던 것이었나 아니면 시스템적인 문제인가...흠;;


후반전 콜롬비아의 빨라진 볼 순환과 과제




후반전 들어서 콜롬비아가 비로소 정신을 차린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볼이 돌아가는 스피드가 전반전보다 빨라졌습니다. 좀 더 전방을 향한 다이렉트 패스도 꽤 나왔죠. 


이 후반전이 아마 우리 대표팀에게는 수비적인 측면에서 더 큰 시험대였을 겁니다. 442 포진 하에서 상대가 빠른 스피드로 볼을 전진시키는 상황에서 협력 수비를 펼쳤을 때 서로 간의 간격을 적절히 유지할 수 있는지를 테스트해 볼 수 있었죠.


물론 후반전 초반에는 오히려 상대의 전진을 역 이용해서 좋은 찬스도 나왔고 추가골도 터졌습니다. 그러나 콜롬비아에서 펠리페 파르도를 오른쪽 윙 자리에 투입한 이후로는 조금씩 고전하기 시작했죠. 기본적으로 선수의 개인 능력도 좋았지만 전술적으로도 변화가 좀 있었습니다. 하메스가 오른쪽에 더 지원을 자주 나갔고 횡적 전환도 전반전과 비교했을 때 더 자주 이루어졌죠. 


(후방에서 바로 파르도에게 롱패스하는 콜롬비아)


이러한 콜롬비아의 변화로 인해 상대 선수에 대한 우리 대표팀의 협력수비 유지 여부 및 일대일 싸움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상대가 442 블록 하의 협력수비를 깨는 방책을 들고 나왔기 때문이었죠. 이미 시메오네식의 442 형태가 주목을 받기 시작했던 라리가에서는 자주 보이는 형태의 대응 방식입니다. 비단 라리가 뿐만 아니라 전 유럽적으로 이러한 빠른 횡적 전환이 주목을 받고 있고 훈련이 행해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역 대응으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공격이 아닌 수비 상황에서 자신들의 블록이 횡적으로 움직이는 스피드를 높였다고 하죠. 


여기서 우리 대표팀은 과제를 찾아야 할 것으로 보았습니다. 만약 월드컵 무대에서도 오늘과 같은 442 대형을 쓸 것이라면, 상대적으로 약팀이 될 우리 대표팀은 442 형태로 수비를 해야할 시간이 많을 것입니다. 비록 이번 경기에서는 전반전 내내 콜롬비아의 왼쪽 라인이 죽어버린 탓에 협력 수비에 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만 월드컵에 가면 상대의 측면 공격 퀄리티는 달라질 것입니다. 그렇기에 결국 우리가 442 수비 시스템 하에서 생각해야할 것은 횡적 전환의 스피드입니다. 더 정확히는 상대가 빠르게 횡적 전환을 하더라도 자신들의 수비 대형을 얼마나 정돈된 형태로 갖출 수 있으며 빠르게 상대보다 앞서서 공간을 선점할 수 있느냐가 문제가 될 것입니다. 


이 장면은 콜롬비아의 실패한 공격이기는 하지만 나름의 과제도 동시에 안겨주고 있습니다. 전환 이후 파르도가 박스 안으로 볼을 잡고 전진하는 것은 막았으나 오히려 중앙 지역으로의 전환을 허용하며 상대 선수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주었죠. 판단 미스로 인해 타이밍을 놓쳤습니다만... 한 쪽 측면을 막다 보니 반대쪽 측면이 위험해질 뻔한 케이스였습니다. 아마도 수비적인 디테일면에서 이러한 부분들에 대한 고민이 더 많아져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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