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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8.28
    2019 K리그1 27R 포항 v 인천 - 중원의 운영과 완델손의 경기 지배

3골 2도움. 이번 라운드 인천이 단 한 선수에게 내준 스탯입니다. 인천은 이번 시즌 처음으로 3골이나 기록하고, 처음으로 2골 이상을 내주고도 따라잡아 잠깐의 기쁨을 맛보았지만 1명이 부족해진 포항을 상대로 2골을 더 얻어맞고 5-3으로 패했습니다. 그리고 포항의 완델손은 바로 저 골과 도움을 기록하며 인천의 희망을 산산조각 내놨습니다. 과연 어떻게 완델손이 이번 라운드 리그 최고 활약을 펼칠 수 있었는지 살펴봅시다. 


포항 중원 자원들의 빌드업 과정에서 명확한 역할과 2선 지역으로의 볼 투입

포항의 기초 빌드업 과정에서 최종 수비진은 크게 복잡한 역할을 맡지 않고, 풀백들이 낮은 위치에서 볼을 받아주곤 합니다. 이 위치에서는 풀백들이 비교적 압박에서 자유로운 편이죠. 그런 상황에서 포항의 미드필더들, 즉 정재용, 최영준, 이진현 세 선수는 계속해서 볼을 받기에 자유로운 위치로 움직여줍니다. 정재용은 비교적 저 둘보다 낮은 위치에 자리잡는데 때로는 최종 수비진으로 들어가기도 하지만 대체적으로는 케힌데와 무고사 사이에 자리잡으며 중원이 밀리지 않도록 좋은 위치를 선점합니다. 또한 최영준은 상대 미들라인보다 낮은 위치에 자리 잡고 있는데 횡적으로 꾸준히 움직여주면서 측면 지역을 보조해주거나 라인 사이로 볼을 투입하기 좋은 위치로 움직이죠. 심지어 라인 사이로 빈공간이 보이면 파이널서드에서도 '마킹에서 자유로운 선수'가 되기도 했습니다. 한편 이진현은 2선에 위치하면서 계속해서 아래로 내려오면서 패스 루트를 만들어줍니다. 볼이 더 전진할 경우 측면 지역에 숫자를 더해주죠. 

박스 안에서 '마킹에서 자유로운 선수' 역할을 맡으며 숫자싸움에 도움이 된 최영준/JTBC3



볼이 미드 서드 지역에서 돌고 있을때 포항은 이 중원 자원 덕을 보며 계속 볼을 잘 점유하고 꾸준히 양 측면으로 벌려주었습니다. 실제로 최영준과 정재용은 90%에 가까운 패스 성공률을 보였고요. 이때 우리가 고려해야할 것은 그렇다면 인천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었냐는 점입니다. 

인천은 4-4-2형태로 지역방어를 실시했는데 1선과 4미들 사이 거리는 상대가 미들 서드에서 볼 순환을 하는 것을 막기에 적절치 못했습니다. 그 덕에 포항의 풀백들은 별다른 압박 없이 낮은 위치에서 2선으로 빈번히 볼을 투입했습니다. 풀백들이 원활하지 못해도 중원 자원들이 이미 압박에서 자유로운채로 자리를 다 잡고 있어서 측면 2선 지역으로의 연결이 잘 되었죠.(특히 전반초반은 포항 왼쪽라인으로) 

벌어진 1선과 미들라인 사이 공간을 정재용이 여유롭게 활용하는 상황/JTBC3



이러한 상황은 인천의 공격에도 악영향을 끼쳤습니다. 2선지역으로 볼이 계속 들어가니 라인이 전체적으로 내려가고 윙들마저 무게 중심을 뒤로 두어야했기에 공격 상황이 매우 힘들었습니다. 


미스매치를 노리는 완델손의 움직임

먼저 살펴볼 점은 포항의 2선이 조금은 비대칭적인 느낌이 들었다는 것입니다. 송민규가 자리잡은 왼쪽 측면은 최대한 넓게 넓게 활용하는 느낌이었습니다. 볼이 정상적으로 전개되면 심상민과 송민규가 더블로 측면라인에 서고 터치라인 부근에서 공을 받아 수비 대형을 벌리거나 얼리크로스로 일류첸코를 노렸죠. 반면 완델손의 오른쪽 측면은 비교적 낮은 위치에서 넓게 활용되고 완델손은 대체적으로 여성해 앞 혹은 오른쪽 하프스페이스에 자리잡거나 오른쪽 측면에서 안쪽으로 파고드는 움직임을 통해 미스매치를 노렸습니다. 

전반 아주 초반에는 김진야가 완델손을 적극적으로 마킹하며 미스매치가 통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포항의 첫 골 장면에선 이진현의 측면 가세로 김진야가 이진현을 커버하면서 자연스레 여성해가 완델손을 상대하며 미스매치를 만들 수 있었죠. 그렇게 여성해를 제치며 컷백으로 일류첸코의 선제골을 만들어냈습니다. 그 이후로도 계속 발이 느린 여성해쪽에 가까이 위치하던 완델손이었습니다. 

포항의 첫 골 직전 장면: 이진현의 측면 가세로 김진야가 당겨지고, 완델손이 여성해 앞에서 미스매치에 성공한 모습/JTBC3




인천의 공격 작업 자체를 무력화시킨 포항의 지역별 밀착 마크 

인천의 공격이 매우 답답했던 이유는 앞서 이야기했듯 강제로 내려간 수비라인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포항의 지역별 밀착마크를 기반으로 한 4-1-4-1 대형의 수비 방식도 큰 몫을 했습니다. 

일류첸코가 최전방에서 수비수를 하나 담당하고 양 윙들이 풀백들을 맡았으며 이진현과 최영준이 미드진들의 전개를 방해했습니다. 그리고 정재용이 라인 사이에서 볼의 흐름에 따라 공간을 압박했죠. 그리고 포항의 양 풀백들은 윙어들을 매우 집중력 있게 막아냈습니다. 

포항의 수비 방식: 4-1-4-1을 기반으로 지역별 강력한 밀착 마크/JTBC3



이러한 수비 방식은 인천의 후방으로부터 볼 전개가 부정확하게끔 하는데 충분했습니다. 대체적으로 인천 미드필더들은 확률 낮은 롱패스로 공간을 노렸고 그마저도 부정확하거나 상당히 집중력 높았던 포항의 최종 수비진에게 커트 당했습니다. 무고사가 빈번히 내려오더라도 라인 사이를 지키고 있던 정재용에 의해 금방 커버되면서 투톱 시스템이 매우 비효율적인 시스템이 되고 말았죠. 그리고 이러한 수비 방식의 연장선상에서 포항의 두 번째 골이 나왔죠. 김도혁이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잘못된 패스를 주면서 그대로 완델손에게 골을 허용했으니까요. 

4-1-4-1 대형과 그 가운데 정재용의 역할. 이는 전반전 인천의 투톱을 매우 비효율적으로 만들었습니다/JTBC3



그러나 인천의 첫 번째 골이 또 롱볼로부터 나왔다는 점은 또 축구가 원하는 방향대로 흘러가는 것만은 아니라는 걸 보여주기도 합니다. 


최종수비라인과 미들라인 사이 지역에 대한 통제를 잃은 인천

맨 처음에는 포항의 기초 빌드업과 중원에 초점을 맞춰보았다면 이번에는 페네트레이션에 대한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경기가 진행될수록 포항은 미들 서드에서 최종수비라인과 미들라인 사이 공간으로 계속 볼을 투입할 수 있었습니다. 

이 얘기는 반대로 생각하면 인천이 그 공간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다는 것이죠. 4+4 블록의 좌우 간격이 기본적으로 멀고, 또한 상하 간격도 그다지 좋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미들라인 선수간의 간격이 먼 것이 치명적이었죠. 볼이 투입된 후 대처 속도가 좋지 못했습니다. 마치 수비 과정에서 역할 분배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같은 효과가 보였습니다. 결론적으로 '팀 단위 압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포항의 활발한 3미들에 비해 팀 단위 압박이 실종된 인천 수비라인. 라인 사이 공간이 숭숭 뚫렸다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JTBC3



애매하게 낮아진 포항의 수비라인, 동점으로-

포항의 문제는 3번째골 직후에 나타났습니다. 수비대형이 애매하게 낮아지면서 인천의 미드진에게 공간과 시간을 허용했고 그 결과 원 볼란테였던 정재용 주위가 공략당하기 시작했죠. 

무엇보다도 미들라인의 압박 수준과 위치가 내려가고 거기에 더해 최종 수비라인이 과도하게 뒤로 물러났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천의 미드진들이 보다 여유롭게 전방을 살필 수 있었고 전방에서는 윙들과 공격수들이 내려와주면서 정재용 양 옆을 노리고 수적 우위를 취할 수 있었죠. 그 덕에 순식간에 두 골을 넣으며 동점을 만들었습니다. 

세 번째 골 이후 애매해진 포항의 수비 라인. 인천의 미드진이 시간과 공간을 갖고 플레이를 전개할 수 있었고 정재용 양 옆으로도 공간이 많이 생긴 상황/JTBC3



완델손의 무대를 열어준 퇴장

77분경 나왔던 일류첸코의 경고 누적 퇴장은 오히려 인천에겐 독이 되었습니다. 퇴장 이후 포항은 라인을 아예 내렸는데 후반 중반과는 달리 미들라인이 최종 수비라인과 간격을 상당히 좁히면서 우선적으로 자기 진영을 지켰습니다. 여기서 일단 인천에게 문제가 발생한 것이 인천은 이번 시즌 내려앉은 상대로 제대로 된 공격이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것이죠. 퇴장 이후 공격을 위해 수비수들 위치를 끌어올리고 풀백들도 높이 올렸지만 제대로된 기회를 만들기는 커녕 턴오버만 만들었습니다. 이러니 역습에 취약할 수밖에 없죠. 

특히 풀백을 높이 올린 것이 큰 문제가 되었죠. 완델손의 포지션이 후반 막판에는 왼쪽으로 바뀌었는데 웅크렸다 완델손의 한 방을 노리던 포항에게 길을 열어준 셈이었습니다. 완델손은 달리는 스타트 지점에서 바로 밀착해서 강하게 밀어붙여줘야 그나마 뚫리지 않을 수 있을법한데 아무도 신경쓰지 않고 있었죠. 김도혁이 따라붙어주긴 했으나 이미 스타팅 포인트부터 차이가 컸습니다. 더군다나 완델손의 달리기에서 김도혁의 경고가 나왔는데 인천의 벤치는 아무런 대응이 없었죠. 역습에 대한 안일한 대처가 결국 완델손에게 해트트릭을 선물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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