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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12.03
    K리그1 38R 인천 v 전남 - 인천은 K리그1에서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인천 3 - 1 전남

득점: (인천) 남준재, 무고사, 문선민/(전남) 허용준


양 팀 선발 라인업

인천(4-3-3): 정산; 김동민, 김정호, 김대중, 정동윤; 아길라르, 한석종, 고슬기; 문선민, 무고사, 남준재

전남(4-2-3-1): 박대한; 최효진, 이지남, 도나치, 이유현; 유고비치, 한찬희; 허용준, 이상헌, 김영욱; 양준아


결국 서울 대 인천 직관의 여운이 남아 리그 마지막 라운드를 인천 숭의아레나에서 보냈습니다. 축구팀을 태어나서 처음으로 열렬히 응원했던 팀이 인천이었습니다. 2005년 장외룡 감독님께서 이끌던 인천은 초등학생이던 저에게 축구의 감동을 알려주었죠. 비록 인천에 살지 않아(지금도 다른 지역에 살지만) 문학경기장에 가서 응원하진 못했어도 TV중계로, 또 중계가 되지 않으면 문자중계라도 챙겨봤던 기억이 납니다. 


기어이 13년만에 당시 샀던 유니폼을 꺼내 입고 처음으로 숭의아레나에 갔습니다.(당시 큰 사이즈로 사서 지금은 딱 맞네요!ㅋㅋ) 참 부끄럽기도 합니다. 물론 중간에 긴 기간동안 축구에 대한 관심을 접기도 했었고 해외축구 위주로만 챙겨봐왔지만 좋아한지 13년만에 홈구장을 처음 갔으니 말이죠. 버스를 타면서 긴장되었고 경기장의 외관을 보고 참 설렜습니다. 이런 아름다우면서도 적절한 크기의 경기장이 있다니..그리고 이것이 13년 전 내가 그렇게 응원했던 팀의 홈구장이라니...



경기 초반 전남의 볼 점유


전남이 이미 강등되었기에 내심 힘이 빠져있을까 기대를 했었는데 오히려 초반 경기 주도권은 전남에게 있었습니다. 


전남은 중앙수비수 이지남, 도나치, 미드필더 유고비치, 한찬희 이 4명이 사각형 형태로 배치되어 기초 빌드업을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사각형 형태를 바탕으로 4141형태의 수비를 보여준 인천을 상대로 계속 측면을 공략했습니다. 중앙 수비 둘이서 간단한 패스를 통해 바로 위 2명의 미드필더에게 볼이 전달이 되곤 했습니다. 그러면 측면 자원들이 측면 터치라인 근처에서 상대 윙과 풀백 사이에 자리를 잡았죠. 그리고 2명의 미드필더가 빌드업을 분담하면서 상대 원톱의 압박을 무력화하고 빠르게 측면에 사선으로 볼을 전달하며 전진시킬 수 있었습니다. 또한 상대에게 압박을 받더라도 다시 뒤로 돌리면서 처음부터 만들어나갔죠. 


이에 더해서 전남은 초반에 인천 측면 공격을 2명이 협력 수비로 막아내면서 좋은 대처를 했습니다. 인천은 점유율을 내준 상황에서 적은 수의 속공 위주 공격을 펼쳤는데 풀백들이 효율적인 전진시점을 쉽게 잡지 못하면서 측면 자원들, 특히 문선민이 볼을 금방 잃었죠. 문선민을 상대한 이유현의 일대일마크도 훌륭했습니다. 게다가 전환 과정에서 유고비치의 위치 선정은 볼 탈취로 이어졌죠. 


하지만 주도권을 잡아놓고도 전남은 박스 안으로 그다지 많은 횟수로 볼을 투입하지 못했습니다. 


측면으로 빠르게 볼이 전달되고 오른쪽 라인의 경우 전환 과정에서 문선민이 빠르게 수비 가담이 되지 못했기에 패턴 플레이를 할 수 있을 정도였죠. 하지만 실질적으로 박스에 볼을 투입한 것은 양준아가 완전히 박스 밖으로 나오고 허용준이 침투했던 장면 외에는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마무리 패스가 나오지 못했습니다. 김영욱이 고군분투했지만 김동민은 흔들리는듯 하면서도 끝까지 막아냈고 문선민의 수비 문제는 아길라르의 헌신적인 플레이로 대처가 되었죠. 박스 안 하프스페이스에서 연계가 좋은 전문 공격수만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전반 초반 전남의 공격 작업. 김영욱의 고군분투, 인천의 방어, 유고비치의 볼 탈취까지 이 영상에서 볼 수 있습니다.)


왼쪽 라인의 경우 측면 넓은 지역에 최효진이 주로 위치해 있었습니다. 1차적으로는 남준재가 계속 최효진을 괴롭혔죠. 하지만 때때로 뚫렸는데 전반전 최효진의 크로스 정확도가 매우 떨어졌습니다. 이에 더해 반대편 포스트에서 김동민이 잘 대비가 되어 있었죠. 



인천 잔류의 영웅, 남준재


이번 경기뿐만 아니라 후반기 안데르손 감독이 많은 승점을 거둔 데에는 남준재의 통계만으로는 보이지 않는 기여가 컸습니다. 


이번 경기에서는 통계로도 알 수 있었는데 선제골을 기록하면서 조금은 고전했던 흐름을 돌려놓았고 페널티킥도 만들어냈죠. 공격 상황에서 상당히 낮은 위치에서 출발하지만 결국 박스 근처에서 상대 수비진에게 큰 위협이 됩니다. 때로는 1 v 1 장면에서 최효진을 괴롭히고 때로는 그를 끌고 가면서 정동윤을 위한 공간도 만들어주곤 했죠. 


수비 상황에서의 기여도 역시 컸습니다. 계속 최효진이 전진했지만 끝까지 따라 붙었고 그 덕에 고슬기가 중앙에서 자기 자리만 잘 지킬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나 기사를 보면 멘탈리티 부분에서도 팀에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여름 이적 이후 팀의 정신력을 지적하기도 했고 팀에 대한 엄청난 충성심을 보여주면서 팀 동료들과 서포터들에게 큰 힘이 되었죠.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응원가입니다. 이 노래만 들으면 괜히 코끝이 찡해져요)



두 팀의 기회 창출 방식, 그리고 결정력의 차이


먼저 인천은 경기 초반 전남의 압박 수비에 조금은 당황한듯 보였으나 점차 공간을 만들어 가면서 전남 박스로 전진해 나갔죠. 인천은 선수비 후 상대 수비 블록의 바깥과 안을 계속 오가면서 상대 수비 라인을 흔들고자 했습니다. 


특히 한석종이 상대 수비 블록 밖에서 기초 빌드업하기에 좋은 위치를 선점했을 때 인천에게 좋은 장면이 나왔습니다. 한석종이 블록 밖에서 좋은 위치를 잡게 되면 우측면으로의 중장거리 패스를 통해 남준재가 블록 바깥에서 위치를 잡으면서 1 v 1 상황을 맞이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아길라르가 상대 수비 블록 안팎을 오가면서 다양한 위치에서 팀이 볼을 전진시키는 데에 좋은 역할을 했고, 고슬기가 꾸준히 전진하면서 수비 블록 간격을 벌리려 했습니다. 무고사도 자주 아래로 내려오면서 수비 라인 사이에서 페네트레이션 작업을 많이 했죠. 특히 문선민의 골 당시 아주 좋은 패스가 있었습니다. 


한편 전남은 골을 먹힌 후 측면 전개만큼이나 중앙 지역을 통한 공격 방식을 늘렸습니다. 특히 허용준, 양준아 등이 상대의 원 볼란테 양쪽으로 위치하면서 자리잡기 어렵게 만들었고 계속 라인 사이로 패스가 들어갈 수 있었죠. 양준아는 미끼였고 최종 스코어러는 허용준이었습니다. 결국 미끼에 낚인 인천은 전반 막판 만회골을 허용했죠. 


후반 초반 전남이 두 차례 정도 기회를 잡은 것도 인천의 최종 수비라인 앞 공간이 문제를 일으키면서 발생했던 것이었습니다. 후반 시작과 함께 측면수비와 미드진이 경기에 집중하지 못하면서 최효진이 계속 측면 뒷공간으로 침투했고 최종 수비라인 앞 공간도 비어있는 것과 다름 없었습니다. 


그러나 결정력의 차이는 결국 인천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인천이 기회가 어렵게 오더라도 골을 완성해내었기 때문에 전남은 슛을 더 기록하고도 문선민 골 이후에는 무리한 전진패스로 전반전 나름 괜찮았던 경기 운영을 헛수고로 돌리게 됩니다. 게다가 라인을 계속 올리면서 인천이 꾸준히 뒷공간을 노릴 여지를 주게 되죠. 



결국 인천의 힘은 끈끈함이다


제가 2005년에 인천에게 빠졌을 때도, 그리고 올해 잔류를 확정해낸 이 마지막 4경기에도 인천의 힘은 특유의 끈끈함에서 나왔습니다. 남준재로 대표되는 베테랑의 투지와 이정빈으로 대표되는 유망주의 간절함이 기적적인 4연승을 만들어냈죠. 그리고 한석종의 폼이 돌아옴과 동시에 임은수가 1인분 이상을 해내고 고슬기가 자신의 장점을 드러냈습니다. 그러면서 인천의 수비 조직력이 많이 올라왔습니다. 


문선민이 쐐기골을 넣었을 때는 마치 인천 전체가 노를 저어 희망의 바다로 가는 듯했습니다. K리그 최고의 팬들의 응원은 경기장을 쩌렁쩌렁 울렸고 선수들은 그런 응원을 더욱 북돋아주었죠. 이제는 상위 스플릿에서도 이런 환희를 맞이할 수 있으면 더욱 좋겠습니다.


(경기 종료 직전 9천명 이상의 관중들이 외치는 이겼다! 이겼다! 이겼다!)


(노를 저어 바다로 가자 핏빛 바다 속을 헤쳐나가자 꿈을 꾸나 깨어있으나 닻을 내릴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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