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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3.11
    2019 K리그1 2R 인천 v 경남 - 인천 수비의 승리


인천 2 - 1 경남

득점: (인천) 남준재, 무고사/(경남) 박기동


양 팀 선발 라인업

인천(4-3-3): 정산; 김진야, 부노자, 김정호, 김동민; 박세직, 임은수, 하마드; 허용준, 무고사, 남준재

경남(4-4-2): 이범수; 이광진, 송주훈, 우주성, 박광일; 네게바, 김준범, 쿠니모토, 배기종; 룩 카스타흐뇨스, 김효기


인천이 좋은 경기 결과를 보여주던 경남을 홈에서 맞이했습니다. 경남은 최근 리그에서 성남을 상대로 2-1, ACL에서 산둥 루넝을 상대로 2-2를 기록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인천이 전반전에 2골 이상을 기록하지 못한다면 승산이 없을 것으로 보았습니다. 왜냐하면 최근에 경남이 전반전을 고전하고 후반전에 완전히 쌩쌩한 팀이 되어서 연속으로 2골을 넣었기 때문입니다. 성남전때는 후반전에 조던 머치를 투입하며, 산둥전때는 룩을 투입하며 경기를 바꾼 김종부 감독이었습니다. 주중 ACL에서 조던 머치가 풀타임을 뛰었기 때문에 일단 후보로 시작할 것으로 생각되었고 따라서 인천은 적어도 승점 1점이라도 따려면 머치가 없는 전반에 다득점을 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그런데 저의 소망이 통했는지 인천은 진짜로 전반에 2골 넣고 경남을 잡았습니다. 선발로 뛴 경남의 주축 선수들은 주중 경기 여파 때문인지 몸이 꽤 무거워보였고 반대로 인천은 1주간 경기를 잘 준비한 것이 드러났습니다. 



인천의 훌륭한 경기력은 중간 위치의 수비 블록(bloque medio)에서 시작되었다


인천의 수비 라인은 대략 자기 진영 30m즈음, 그러니까 중간 위치에 자리를 잘 잡았습니다. 지난 제주전에서는 그보다 낮은 이상하게 애매한 수비라인을 잡으며 빌드업 주도권을 완전히 내주었죠. 하지만 이번 경기에선 이 중간 위치의 수비 블록을 통해 상대의 빌드업 기점인 2미들부터 잘 잡아나갔습니다. 



이번 경기에서 후반 초중반을 제외하고 인천이 보여준 bloque medio의 특징은

-최전방 무고사가 상대 미드진 즈음에서 본격적 압박 시작

-역삼각 3미들의 위 꼭짓점 하마드와 박세직이 김준범, 쿠니모토에게서 적절한 거리를 두며 "하프스페이스를 공략할" 시간과 공간을 만들어주지 않음

-임은수+백포라인이 하프스페이스에 위치한 선수를 제때에 견제할 수 있도록 서로서로 그리고 미드진과의 간격 잘 유지


덕분에 경남은 전반 내내 기초 빌드업부터 막히며 쿠니모토가 내려오고 배기종은 홀로 측면을 공략해야했죠. 하프스페이스에 공을 전달하려는 순간 이미 인천 선수들이 하프스페이스에 위치한 상대를 압박할 준비를 하고 있었으며 박세직과 하마드가 패스 경로를 차단해주고 있었습니다. 



인천이 이렇게 수비를 잘 해냈기 때문에 공격작업도 무리하게 너무 낮은 위치에서 출발할 필요도 없어졌습니다. 공격작업이 지난 경기보다는 안정적으로 이뤄진 이유를 생각해보면

-자기 진영 중간에서 성공한 수비 덕에 공격시 움직여야할 거리 단축

-상대가 442지역방어+투톱이 임은수가 위치한 지점부터 본격적 압박->임은수가 투톱+미드진 수비 블록으로 올라간 것도 아니고 아예 최종 수비 라인 사이로 내려간 것도 아닌 위치에서 빌드업 시작: 볼을 여유롭게 다루면서도 중원 싸움 숫자에서 지지 않을 수 있는 위치

-상대가 자리잡을 경우 굳이 측면에 급하게 보내지 않고 중앙 거쳐가면서 측면 가담 숫자 늘릴 시간 확보

-수비에서 공격 전환시에도 너무 낮은 위치에서 시작하지 않으니 측면을 탈출구로 쓰면서 중앙 지원도 충분->수비 위치 선정 좋지 않은 경남 중원지역 잘 활용


(인천의 전환 과정: 지난 경기와 달리 측면-중앙 연결이 훨씬 괜찮아진 인천)


특히 인천은 왼쪽에 수를 늘리고 오른쪽에 공간을 만드는 방법을 경기 끝까지 가져갔습니다. 이는 이광진과 스피드가 느린 송주훈 사이 공간을 활용하는데 도움을 주었고 남준재의 선제골로 이어졌죠. 무고사는 계속 내려와주면서 중원 가담 및 미끼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이런 전술적인 내용과는 별개로 대건고 유스 출신들의 공수에 걸친 활약이 빛난던 경기이기도 했습니다. 김동민은 수비시에 네게바를 끈질기게 페널티 박스 바깥으로 몰아냈고, 공격시에 발빠른 오버래핑을 보여줬죠. 김정호는 지난 경기도 벽이었는데 이번 경기도 벽이었습니다. 공중볼 위치선정도 좋았고 특히 지난 경기에 약간 아쉬웠던 박스 바깥에서의 하프스페이스 지역에 대해 더 좋은 압박을 보여주었죠. 그리고 김진야는 말할 것도 없이 공수 전반에 걸쳐 훌륭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수비시에 베테랑 배기종과 1v1로 맞서서 쉽게 물러서지 않았고 공격시에는 전진의 한 축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측면에서 상대를 잘 무너뜨렸죠. 후반에 투입되었던 김보섭도 전술적으로 마련된 공간에서 저돌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 경남의 이광진이 쉽게 올라오지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가장 눈에 띄었던 유스 출신 선수가 있었습니다.

 


하프스페이스의 지배자, 임은수


임은수의 훌륭한 수비 위치 선정은 인천의 수비를 더욱 안정적으로 만들었습니다. 좌측 우측 가리지 않고 상대의 하프스페이스 공략을 성공적으로 막아냈기 때문입니다. 


경남의 전술 변화가 이뤄진 시간대별로 보면

(연계 위주로 플레이하던 룩의 패스를 방해하는 자세를 취한 임은수)


(네게바를 측면으로 몰아내기 위해 45도 자세를 가져간 임은수)


-(전반 시작~인천의 2번째 골)네게바가 경남기준 왼쪽 하프스페이스에 위치, 배기종이 오른쪽 터치라인 부근에 위치, 룩이 오른쪽 하프스페이스에 위치하며 연계 위주 플레이 노력

<->임은수는 공의 위치에 따라 네게바에 대해서는 측면으로 몰아내는 자세 취하며 팀 압박 위한 시간 확보, 룩에 대해서는 세컨볼에 유의하면서 전방을 향한 패스 방해

->네게바 고립, 오른발 사용자인 이광진이 왼쪽에 위치한 덕에 전진 미약하면서 특유의 왼쪽라인 티키타카 실종, 덕분에 김동민까지 네게바 상대로 1v1 승



(박광일의 얼리크로스, 룩을 향한 공 줄기를 막는 임은수와 얼리크로스에 잘 대비된 최종 수비진)


-(인천 2번째 골~전반 종료)배기종이 깊숙히 침투 시작, 박광일의 얼리크로스 활용, 네게바가 좀 더 넓게 서고 룩이 세컨톱~오른쪽 하프스페이스 지역 움직임

<->임은수가 인천 기준 왼쪽으로 자주 이동, 주로 룩을 향한 패스 차단

->김효기, 배기종, 룩 3자 간의 세컨볼 플레이가 불가능할 정도로 최종수비진 대비 훌륭했고 임은수는 룩을 향한 패스를 막아주거나 배기종의 움직임으로 인해 최종수비가 끌려갈 경우 뒷공간 잘 커버



(후반이 되자 갑자기 드리블러로 변신한 룩)


-(후반 시작~60분)김승준 투입으로 경남 오른측면 숫자 증가, 룩이 본격적으로 좌우 가리지 않고 하프스페이스에서 세컨볼 싸움이 아닌 드리블 활용 시작, 머치 투입으로 쿠니모토 전진 및 측면으로의 전환 속도 빨라짐

<->임은수 잦은 측면 커버로 인더홀 지역 놓침



(투볼란치 형태로 변모한 수비 형태)


-(60분~종료)<->원볼란치에서 투볼란치로 변화: 임은수가 수비라인 가까이로 자주 내려가서 백포라인을 잘 보호해주고 때때로 박스 안 하프스페이스 지역을 커버할 수 있도록 측면 커버롤을 맡아줄 선수 필요했기에 박세직이 좀 더 수비 가담 비중 높임. 대신 하마드는 더 위에서 조던 머치 압박

->여전히 수세에 몰리는 장면이 많이 나왔으나 그 이전에 비해 측면 커버도 나아지고 백포라인 앞 공간에 대한 보호도 괜찮아짐


이렇게 경남의 세부 전술 변화에 따라 임은수의 위치 선정이 잘 이루어지면서 경남이 크게 변화를 줬던 후반 초반을 제외하고는 할 수 있는 모든 수비 액션을 취하면서 경남의 공격을 무력화시키는 일등공신이 되었습니다. 


이 뿐만 아니라 공격에서 수비로의 전환과정 및 상대 스로인 투입시 적극적이면서도 확실한 전진압박을 시행함으로써 상대의 빠른 공격에 대한 저지선 역할을 제대로 해냈습니다. 

(공격에서 수비로의 전환시 적극적인 저지를 해낸 임은수)


(임은수의 스로인 커버)



이제는 '숭의 요새'로 거듭날때


저는 적어도 중상위팀의 조건으로 홈에서 쉽게 지지 않는 것이 들어가야한다고 봅니다. 이제는 인천도 더 치고 올라가려면 상대가 홈구장을 두렵게 만들어야겠지요. 


이미 관중들의 분위기는 상대를 두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쩌렁쩌렁 퍼지는 응원가, 상대를 향한 힘찬 야유, 하나된 서포팅, 선수들의 팬들과의 유대감 이 모든 것이 긍정적인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음을 보여주죠. 


그런 면에서 경남 전은 인천 홈구장인 숭의아레나가 숭의 요새로 충분히 거듭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경기라고 보입니다. 관중들의 분위기는 물론 경기력까지 이제는 강팀으로 분류될 경남을 위협했죠. 선수들은 경기를 이기기위해 자기 몸 아끼지 않으며 상대를 제압했습니다. 이번 경기만큼의 경기력을 앞으로 지속할 수 있다면 이제 숭의아레나는 상대가 이기기 힘든 숭의 요새로 거듭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몸을 아끼지 않는 김정호의 수비)


(이겼다!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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